☘6번째 편지
_조금씩이라도 움직여보자_(2)

행동 연습과 뒷동산 산책

by 희나라


2_행동 연습


방 청소하고, 목욕도 하자. 방구석에 음침하게 쌓인 먼지 닦아내고, 묵직한 이불 건져 베란다에서 탈탈 털고, 뜨뜻한 물에 온몸을 씻자. 주위 공간과 내 몸을 정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더운물에 몸을 푹 담그면 피로도 풀리고 때도 떨어져 나가면서, 텁텁했던 기분이 잠깐만이라도 개운해지잖아.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까지 치운다면, 너저분했던 방처럼 어수선했던 머릿속까지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지.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조차 달라져 맑은 기운이 방에 머물 거야.


아, 그런데 너는 씻기도 성가시겠지. 때타올로 몸을 문지를 힘도 없지. 밥 먹기도 귀찮은데, 목욕은 말할 것도 없고 청소 같은 노동은 엄두도 못 낼 테야. 꾹 마음먹었다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야 무슨 문제겠어. 뭘 하겠다고 다짐했음에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


먼저,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실천할 날짜를 여유롭게 잡아둬. 그리고 그날이 오기 전까지, 그 일에 대한 생각을 여러 번 반복하는 거야. 내일모레 청소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내일모레가 되기 전까지 머릿속에 청소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염두에 두면서, 마음의 준비를 계속해 나가는 거지. 그 생각과 동시에 신체 역시 알게 모르게 내일모레 청소할 때 쓸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예비하거든.

내일모레 방 청소하자… 내일 청소하는 날이지… 오늘 청소하는 날이야! 드디어 목적한 당일이 왔을 적에, 방바닥에 눌어붙었던 몸을 일으켜 이불에서 나오는 거야. 방을 치우더라도 단번에 끝내기가 벅차다면, 처리할 수 있는 양 만큼만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정리해나가. 지금은 방바닥을 닦고, 이따 책상을 정돈하고, 나중엔 수납장을 정돈하는 식으로 나눠서 하면 돼.

무기력한 상태에선 뭐든 생각을 내었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실행하기가 어려우니, 여유를 두고 어떤 날을 정해 그날에 하고자 하는 실천사항을 머릿속에 항상 떠오르면서, 때로는 그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마음의 채비를 하는 동시에 내적으로 에너지를 모아서는, 목적한 날에 몸을 끌어당겨 움직이는 거지. 머릿속에서 할 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반복해야(내일모레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 내 모습,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내 모습 등등), 특정한 날에 실제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용이해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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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 이번엔 더 과감하게 밖에 나가는 연습을 해 볼까.

바깥바람 쐬고 싶어도 그게 또 쉽지 않잖아. 이불 안에서 나와 방문을 열기조차 귀찮은데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선다는 건, 보이지 않는 찐득거리는 두터운 막을 뚫고, 다른 세상으로 헤쳐나가는 도전처럼 다가오니 말이야.

이런 때에도 며칠 기간을 띄우고 외출할 날을 정한 후, 그날이 되기 전까지 나들이할 생각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면서(내일모레 바깥바람 좀 쐬자… 내일 나가자… 오늘 3시에 나가자!), 때로는 집 밖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리면서(하늘색 운동화를 신고 카페라떼색 가방을 어깨에 메고서 빵집 사거리까지 갔다오자), 외출할 생각의 채비를 계속하는 동시에, 내일모레 활동할 때 쓸 에너지를 내적으로 쌓다가, 목표한 당일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힘을 끌어모아 몸을 일으켜서 어깨에 메는 카페라테 색 작은 가방에 물병과 휴지를 챙긴 후, 신발장에서 하늘색 운동화를 꺼내 착용하고는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오는 거지.


음울한 내 얼굴과 빼빼 마른 내 몸을 누군가가 손가락질하며 수군댈까, 걱정하니. 네가 타인 눈에 어떻게 비칠는지 조마조마하듯, 다른 사람도 자기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느라 지나가는 사람을 깊게 관심 두지 않으니 염려하지 마. 영 불편하면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착용하면 되지.

집을 벗어나는 순간, 바깥 공기가 확실히 달라! 한번 달팽이 집에서 탈피하기가 힘들지, 바깥세상으로 나오면 시원한 세상 바람에 가슴이 탁 트이고 숨통이 턱 터질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숨통이 턱 트여.


새하얗게 빛나는 태양, 새파란 겨울 하늘, 차갑고 상쾌한 바람,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웅웅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 어둡고 정체된 방 안에서만 머물렀다가, 다양하게 흘러가는 밝고 활발한 외부 환경을 만나면, 기분이 새로워지는 데가 있을 테야. 바깥 공기에 함유된 풍부한 오행의 기운이 나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주면서, 신체 신진대사의 반응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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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동네 한바퀴


슬슬 걸어볼까.

익숙한 길부터 편의점, 문방구, 옷가게, 전통시장, 빵집 사거리 지나서 평소 잘 다니지 않는 먼 데까지.

세상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다리 운동도 되고. 없어진 식당, 새로 생긴 커피숍,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하하 호호 지나가는 사람들, 고단해 보이는 공사장 아저씨, 종이박스가 담긴 손수레를 끄는 고부랑 할머니, 희희낙락 뛰어노는 아이들, 젊은이들의 알록달록 새로운 옷차림, 보도블록 바닥에 떨어진 노랗고 붉은 낙엽들, 쓸쓸한 늦가을 앙상한 나뭇가지들, 또 한 번 또 하나의 계절이 지나가는구나, 새삼스레 애틋해지기도 하지.


길 걷다 배고프면 달콤한 팥 붕어빵 사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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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떡볶이도 꼬치로 콕 찍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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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페라테도 후후 불어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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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아. 소소한 즐거움에 미소가 절로 행복해져. 이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지 뭐야.


단, 우울한 정도가 가볍다면 동네 걷기로도 기분전환이 가능하지만, 그 상태가 깊다면 어떤 환경 자극에도 특별한 감흥을 받기는 어려울 테야. 나와는 먼 딴 세상 사람들 이야기인걸. 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 혼자 회색 나라에서 온 어두운 이방인이라고 어깨가 옴츠러들겠지. 순간 달팽이 집을 탈피하고 나온 일을 후회할는지도 몰라.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것 같은 자신이 창피하다 여겨질 수도 있어. 괜히 나왔어. 기분만 안 좋아졌잖아. 어지러워. 걸을 힘도 없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자. 누구도 너에게 건널목 사거리 주유소까지 갔다 오라고 등 떠미는 사람은 없으니까.


용기 내,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나왔다는 시도에 의미를 두는 편이 어떨까. 오늘처럼 할 수는 있잖아. 그러니 다음엔 더 잘할 거야.

다양한 공기, 다양한 소리,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볼거리를 만나면서, 새롭고 활기찬 바깥바람이 내 몸에 흡수돼 내 에너지 흐름이 미세하게나마 달라지긴 하니, 일단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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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뒷동산 산책


동네 한 바퀴보다 더 좋은 건, 뒷동산 산책이야. 집 가까이 산이 위치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

가슴을 쾅쾅 치고 싶을 정도로 갑갑할 때, 난 운동화를 신고 집을 뛰쳐나와 뒷동산에 오른다. 조명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다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선량한 초록색 나무들과 인사하고, 바삭바삭 황토색 흙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불안하게 요동쳤던 감정도 휴, 휴, 휴, 차분히 진정되거든.


밤새 숲속 친구들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숨은그림찾기처럼 여기저기 감춰놓았지 뭐야. 동산 중턱 한 모퉁이에 어제는 오므렸었던 꽃봉오리가 오늘은 활짝 웃음꽃이 피었고, 오솔길 땅바닥 한쪽에 떨어진 밤송이가 고슴도치처럼 옹크리고 있네.

고슴도치처럼 옹코리고 있는 밤송이



풀숲에 가려진, 요상하게 생긴 버섯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돌멩이처럼 생긴, 먼지 버섯












한 꼬집 떼어 먹은 빵처럼 생긴, 독버섯













동글동글 하얀, 말불버섯








앙상한 가지에 구겨진 종이처럼 매달렸던 나뭇잎은 이제 감쪽같이 사라졌네.

구겨진 종이처럼 바스락거렸던, 메마른 잎사귀


엄마야, 쥐처럼 생긴 청설모와 우연히 눈이 딱 마주쳐 섬뜩 놀라기도 하지.

image16.png 엄마야, 청설모 쥐처럼 생겼어!



다양한 숲속 친구들이 아기자기하거나 놀랄 만한 이야기를 날마다 만들어 놓고 기다리니, 난 앨리스가 돼 동화 속 신기한 세상을 이곳저곳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이 자체가 매일매일 새로운 힐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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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_맨발 걷기


가끔 맨발로 흙길을 밟기도 해.

맨발 산행으로 불치병을 극복했다는 한 아저씨에 관한 신문 기사를 언젠가 읽고, 나도 한번 해 볼까, 운동화를 벗어들었었지. 선뜻 맨발로 걷기는 두려워, 양말은 남긴 채 발가락을 꼬부리고 조마조마 한 발짝씩 떼었는데, 오! 의외로 편했어! 이내 발가락이 펼쳐지더라. 뾰족한 돌멩이나 솔잎이 연약한 살갗을 찌를까, 염려했지만 숲길에 떨어진 솔잎은 바늘처럼 세로로 꽂힌 게 아니라, 땅에 납작하게 누웠잖아. 머리카락처럼 뭉쳐진, 누런 솔잎 뭉치는 지푸라기처럼 푹신하기까지 했지.


image17.png 맨발, 생각보다 편하네.


운동화의 둔탁한 고무바닥이 사라지자, 발바닥이 맨땅을 자연 그대로 느꼈어. 저기는 차갑고 축축한 땅이네, 요기는 따뜻하고 보송하네. 자잘한 돌멩이, 울퉁불퉁한 나무뿌리, 반들반들한 바위가 발바닥을 누르며, 그 개운한 자극이 등줄기를 타고 목 뒤쪽을 거쳐 머리 위로 부채꼴처럼 쫙 펼쳐지면서, 온몸이 상쾌해지더라고! 운동화를 벗었을 뿐인데, 또 다른 신세계야. 발바닥에 숨통이 트이고 몸이 붕붕 떠오르듯 가벼워질 수가. 운동화를 착용했을 때보다 적어도 2배는 기분이 가뿐가뿐 좋았어.


image18.png 온몸이 시원해!


뭐, 그렇다고 스몰에스가 맨발 걷기까지 무리하게 따라 하기를 바라지는 않아. 그건 남들 눈에 뜨이는 낯선 행동이고, 아무래도 맨발이 신경이 쓰여서 거친 땅을 마음껏 뛰지는 못하니까. 나조차도 며칠 비가 쏟아졌을 때 다시 운동화를 신었고 그 이후로 습관이 안 됐지만, 맨발 걷기는 혈액순환과 기분전환 등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실히 체험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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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_100일만 산책해도


백일만 산책해도, 웬만한 우울증에서 벗어나.


자연의 이치에 따르면, 100일만 산책해도 웬만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아침 해 뜰 때 30분 정도, 오후 석양이 질 때 3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면서 걷는 게 좋아. 우리 몸이 햇볕을 쬐면 칼슘 흡수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를 생성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땅을 밟을 때 발바닥이 울퉁불퉁한 요철 자극을 받아서 뼈가 밀도 있게 다져지기 때문이야. 날씨 화창한 날은 등산도 괜찮아. 무리하지 말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자연의 기운을 받으면, 내가 변하는 데 크게 도움받아. 운동이 아니라 자기 시간을 갖는다, 생각하는 거야. 나는 생각 점을 만지며 걷는데, 몸은 부족한 기운을 자연으로부터 스스로 필요하게끔 채워가며 바뀌는 중이라고.


숲속의 올라, 피톤치드가 듬뿍 함유된 초록색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자. 코로 숨을 천천히 배가 나오게 마신 뒤 흠음음, 입으로 숨을 배가 들어가게 길게 내쉬고 휴우우우우우. 흠음음 휴우우우우우, 흠음음 휴우우우우우……. 안정된 호흡으로 흡입된 숲속의 맑은 공기가 몸속 에너지 대사에 관여해 신체를 정화해 주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완화해 줄 테야.


그렇게, 우리 조금씩이나마 움직여보자. 육체가 활동하면, 어깨에 뭉친 탁한 기운도 풀려나가고 기분도 한결 가뿐해지며 없던 밥맛도 생길 거야.

인간이 뭐니.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지. 동물이 뭐니, 움직이는 생명이잖아.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서서히 죽어가는 거지, 식물인간처럼. 스몰에스, 제대로 살고 싶니. 그렇다면 방에 가만히 있지 말고, 운동화 신고 밖에 나가 걸어!

나도 당장 산책해야겠어. 요즘 한동안 그늘 속에 옹크린 버섯인 양 노트북 앞에만 앉았더니, 왼쪽 목 뒤쪽이 삐걱삐걱 뻐근하네.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 담아 뒷동산 한 바퀴 돌고 와야지.

아 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조심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알지.

그럼, 다음 어느 시간에 또 만나^^☆



-2020년 2월 4일 대문자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