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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적인 소수자성, 새로운  UNIVERSE

    


    팀 유니버스의 에세이를 지켜봐주신 여러분들, 마지막 연재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비건, 퀴어, 장애라는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3차 연재까지 바쁘게 달려왔는데, 어느덧 마지막 연재라니 마음이 싱숭생숭 하네요. 팀 유니버스는 장애, 비건, 퀴어라는 소수자성에 대한 소개를 넘어서, 소수자성들이 상호 연대하는 가능성을 상상해보고자 결성된 팀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연재를 통해, 소수자성의 교차가 가져올 수 있는 연대의 세계를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교차된 소수자성이 가져올 새로운 UNIVERSE, 새로운 세상을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공감은 연대의 시작이다. 살아남기 경쟁에 내몰리며 잊고 있는 감각일지라도 사람들은 공감받고 공감하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공감은 "희망을 가지세요" "당신을 보니 희망이 생겨요"처럼 동정하는 마음이 아니다. 또한 여성, 장애인, 장애여성, 소수자 등 우리의 정체성에 기반한 운동은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정의와 범주, 생물학적 정체성이 정치적 입장의 동일함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와 만나 무엇을 향해 갈 것인가? 이질적인 존재들의 마주침과 뒤섞임, 흔들림 속에서 끝없는 질문과 토론이 공감을 가능케 한다.


    앞선 구절은 장애여성인권운동 단체인 장애여성공감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선언문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의 일부입니다. 장애여성공감의 설립배경에는 교차되는 소수자성과 그 문제의식이 깊이 반영되어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과 장애를 가진 남성은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여성은 모든 여성에게 주어지는 서비스와 지원을 공급받을 권리가 있는 것. 이는 모든 소수자성에 대한 차별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교차하며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얼핏보면 독자적으로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소수자성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이면에서 교차하며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교차성은 비단 장애와 젠더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여성, 인종, 계급, 장애, 섹슈얼리티 등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소수자 문제는 모두 교차성에 포섭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 소수자성이 교차된다는 것은 단순한 ‘더하기’의 개념이 아닙니다. 여러 소수자성이 교차되면서 그 차별은 산술적인 합의 단계를 넘어, 상호 강화되는 과정에 놓이게 됩니다. 강화된 차별은 여러 정체성을 동시에 담지하는 인간 존재를 한없이 단편적으로, 단일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는 장애여성공감의 설립배경과도 연결됩니다.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소수자성을 동시에 가지지만, 장애는 장애‘남성’의 모습으로만, 여성는 ‘비장애’여성의 모습으로만 묘사되어왔기 때문이죠.   

 

    팀 유니버스가 에세이를 통해 풀어나가고자 했던 소수자성은 장애, 비건, 퀴어입니다. 그러나 팀 유니버스의 목적은 장애, 비건, 퀴어라는 소수자성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교차성에 의하면, 장애라는 소수자성, 비건이라는 소수자성, 퀴어라는 소수자성은 하나의 소수자성이면서 동시에 모든 소수자성을 함의하기 때문이죠. 교차성은 서로 다른 차별이 겹쳐지며 강화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수자성 문제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 역시 연대와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서로 다른 차별이 갈마듦을 넘어, 서로 다른 이들의 연대 역시 갈마들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일 것입니다. 모든 차별을 명징하게 경험해내지 않더라도 다른 소수자의 차별 경험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소수자 문제를 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보다 확장된 시선일테죠.     


    연대의 이유는 결코 ‘우리 모두가 소수자가 될 위험을 가지고 있어서’가 되어선 안될 겁니다. 연대는 ‘소수자의 삶이 이미 나의 삶이기 때문에’, 그리고 ‘교차된 소수성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이의 삶을 확장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잠시 장애여성공감의 선언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말하기를 멈추지 않되, 우리의 차별과 억압만이 특별하고 중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소수자들과 함께, 정상성과 보편을 의심하고 싸우는 이들과 함께 의존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쓰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살아가고 의미있게 존재할 것이다.


    함께 살아가고 의미있게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새로운 UNIVERSE. 팀 유니버스가 바쁘게 달려온 몇 달간의 시간이 여러분들의 새로운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팀 유니버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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