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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Mar 28. 2024

떴다! 삼일특공대 2

한반도실행계획 162

장관의 질문과 동시에 탁상 위에 올려진 이 소령의 양팔이 부덜부덜 떨렸다.

“개돼지로 사느니 총집결하자, 백두로!라고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반연방 분열구호가 아닙니까?

반동분자 박철의 뒤에는 중국군부가 버티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이 따위의 반역집회를 허용한 행정법원판사의 대갈통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갔습니다!”

이 소령의 다소 거친 언사에도 장관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번갈아서 바라보던 그의 두 눈에선 강력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연방대통령님께서 내게 뭐라고 명령하셨는지 아는가?”

장관이 묘한 미소를 띠면서 잠시 뜸을 들이자 두 사내들도 짐작이 간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장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두 사람도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중국과 일본의 사주를 받은 저 토착 왜구 놈들과 땟놈들을 역도들이라고 지칭하시면서, 

대고려연방의 역도들을 처단하라고 명령하셨네! 어떻게?

그 옛날 수양제와 당태종을 박살 냈던 대고구려의 용맹스러운 기상으로 말이야!”

두 사람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장관을 바라보며 거의 동시에 말했다.

“연방군대가 나서는 겁니까?”

“계엄령이 발동되는 겁니까?”

장관이 다시 두 사람의 어깨를 한꺼번에 눌러서 함께 자리에 앉았다.

“저들이 무슨 요술을 부려서 연방행정법원으로부터 집회허가를 받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연방은 결단코 저들의 집회를 허용할 생각이 없다네,

그렇다고 민주국가에서 무턱대고 계엄령을 발령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계엄령도 아닌데 마구잡이로 군대를 투입할 수도 없지 않겠나?

연방대통령님이 내게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저들의 응징을 주문하셨을 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자네들을 경찰특공대에 파견하는 방안이었어!

어떤가? 자네들도 연방대통령님의 명령을 이행하고 싶지 않은가?”


경찰특공대로 파견된다는 말에 갑자기 머릿속이 엉클어져 버린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는 사이 장관이 탁상을 내리치면서 큰 소리로 고함쳤다.

“어떤가? 그럴 생각들이 있는가! 없는가!”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더니 금세 의기투합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동시에 말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명령을 따르갔습니다!”   

장관이 이들의 두 어깨에 양팔을 올린 채 힘차게 흔들면서 말했다.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 독도수호 철통 부대장이고 백두산을 누비던 흑곰이지!

이번 기회에 연방군대의 매운맛을 똑똑히 보여주란 말이야!

대고려땅에서 두 번 다시는 이따위의 역적질을 모의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 줄 수 있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얼반 죽여 놓겠습니다!”

“백두산흑곰의 피맛을 보여주갔습니다!”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 두 사람은 장관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연방경찰청으로 달려갔다.

그러는 사이 이들의 신분은 군인에서 경찰로 변신되었고 일체의 행정 처리는 연방정부차원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난생처음 연방경찰복장으로 갈아입고 나타난 두 사람에게 연방경찰청장은 총경계급장과 경정계급장을 달아주었다.

이번에 새로 창설한 삼일특공대의 대장과 부대장으로 임명하는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말했다.

“자네들은 이제부터 연방대통령님의 명령으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자네들이 수행할 임무는 우리 연방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실패는 있을 수 없고 오직 임무의 완수만 있을 뿐이다!

우리 연방경찰은 두 단체 간의 폭력사태가 예견될 경우 집회의 해산을 명령할 것이고, 이에 불응할 경우 곧바로 엄정한 법집행을 개시한다!

우린 연방법을 집행하되 저들을 선량한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연방을 분열시키려는 외세의 앞장이로 간주하고 응징하게 될 것이야!

이에 대한 모든 법적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역도들의 머리와 가슴부위만 손대지 말고 팔과 다리정도는 얼마든지 부러뜨려도 좋다,

대고려연방을 분열시키려는 매국노들에게 베풀 온정 따위는 없으니 반쯤 죽여서 연방법의 준엄함을 만천하에 보여주도록!

연방경찰청 삼일특공대 대장 유 총경!

연방대통령님과 날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 있겠나?”

그렇잖아도 토착왜구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던 유 대장으로서는 그 어떤 좌고우면도 있을 수 없었다.

“예! 반쯤 죽여서 두 번 다시는 반연방 역적질을 못하도록 단단히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지 경찰청장이 유 대장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면서 말했다.

“더도 덜도 말고 말이야,

독도를 탈환할 때의 그 기개로만 싸워주게!”

“예! 죽을힘을 다해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경찰청장이 이 경정을 바라보며 고함치듯 말했다.

“연방경찰청 삼일특공대 부대장 백두산흑곰!

대고려연방 국민들의 십 년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겠나?”

“땟놈들과 쪽발이 놈들의 간담이 서늘하게끔 백두산흑곰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갔습니다!

다시는 까불지 못하도록 질근질근 씹어서 먹어버리겠습니다!”

이 부대장이 우작스럽게 먹이를 뜯어먹는 흑곰의 흉내를 내자 장내는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들의 결의에 찬 모습이 흡족했던지 연방경찰청장의 두 손은 좌우의 두 삼일특공대원을 와락 끌어안았다.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은 평소에도 정치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학자 출신의 연방대통령을 마음으로부터 존경했다.

일체의 정치적 편견 없이 오직 연방의 안착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

연방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연방의 구심점으로서 통일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각인되었다.

지만 무소속의 한계는 부정할 수 없었다.

5년 전 ‘대고려연방 민주공화국’이란 이름으로 남과 북이 하나되었을 때 당시는 이질적인 남과 북이 조심스럽게 섞여다분히 과도기적인 상황이었다.

물리적인 통일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연방대통령처럼 정치색이 무색무취한 화합형 지도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9월 초로 예정된 제2대 연방대통령 선거부터는 정당 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어 연방대통령의 입자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 연방대통령의 연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연방정부 내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주도하던 대표적인 인사가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이었다.

이들은 연방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정치적인 명분을 찾고 있었는데 바로 민족주의에 바탕한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포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민 대통령이었다.

연방의 정치지형상 마음만 먹는다면 본인이 직접 나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연방대통령의 연임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서도 연방대통령 스스로는 자신을 무능한 정치인이라고 단정하면서 다가오는 제2대 연방대통령 선거에는 나설 의향이 없었다.

연방법으로는 중임이 가능했지만 나서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단지 정 위원장이 마음에 걸렸고 정 위원장을 비롯한 북쪽 다섯 개 주 국민들이 통일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겉으로는 연방경찰의 단독작전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군경의 합동작전이 분명한 문제의 이 작전을 내부적으로는 ‘미친개 퇴치작전’으로 명명했다.

며칠 후 평양의 능라도종합경기장에서는 전국의 각지에서 올라온 연방경찰 버스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섰다.

대고려연방의 명운이 걸린 3월 1일까지는 이제 꼭 열흘,

전국의 열두 개 주에서 올라온 태권도 유단자들로 구성된 연방경찰의 수가 무려 일만이었다.

연방경찰청 삼일특공대의 집압훈련은 좌군과 우군으로 나뉘어서 밤낮없이 강행되었다.

유 대장이 지휘하는 우군은 남쪽 여섯 개 주에서 파견된 연방경찰로 구성되었고 이 부대장이 지휘하는 좌군은 북쪽 다섯 개 주와 광개토대왕자치주에서 파견된 연방경찰로 구성되어 자연스럽게 좌우군의 경쟁체제가 형성되었다.

우군은 유 대장의 독도수호 철통 해병부대를 빗대어서 철통독도부대로 불리었고 좌군은 이 부대장의 별명을 따서 백두산흑곰부대로 불리게 되었다.

비록 짧은 열흘간의 훈련이었지만 두 부대 간의 치열한 경쟁구도로 인하여 훈련의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훈련복장은 거추장스러운 시위진압복장이 아니었다.

머리에는 가벼운 흰색 헬멧을 썼을 뿐 날렵한 청잠바와 청바지 차림에다 딱딱한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헬맷의 좌우에는 무궁화와 목란이 사이좋게 문양으로 박혀있어 이들이 연방경찰임을 알게 했다.

예외 없이 등 뒤에는 묵직한 2미터짜리 죽검을 차고 있었고, 죽검을 휘두르는 특공대원들의 표정에서는 한껏 격앙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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