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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Mar 27. 2024

떴다! 삼일특공대 1

한반도실행계획 161

장군봉에 오른 정 위원장이 그의 큰 딸이 전해주는 항아리를 받아 들고 백두산을 향해서 소리쳤다.

“수령님! 이제 백두산의 정기가 되셔서 이 나라를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대고려연방으로 하나 된 이 나라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시옵소서!”

목청을 드높여서 외치던 정 위원장이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항아리의 방향을 과감하게 아래로 바꾸었다.

그러자 때마침 장군봉에 휘몰아치던 바람에 실려서 백두산의 온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 아래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일행들은 날아가는 유골들을 향해서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제1대 통치자와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정 위원장의 얼굴에는 또다시 뜨거운 눈물흘러내렸지만 이번에는 미안함이나 슬픔이 아닌 온통 감격의 눈물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백두산과 온전하게 하나가 되어버린 할아버지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비워진 항아리에는 정 위원장이 손수 장군봉의 흙을 쓸어 담았다.

장군봉의 흙으로 가득 채워진 항아리를 직접 들고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할아버지의 유골함을 품에 고이 안고서 정 위원장의 곁을 지키던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내려왔다.


일행들은 향도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고 다소 기운을 회복한 부인이 진숙의 부축을 받으면서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자신의 오른팔을 잡고 있던 진숙의 손바닥을 어루만지면서 고마움을 표시하자 진숙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던 십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진숙은 이제야 정 위원장의 결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 위원장은 지금 뼈를 깎는 심정으로 대고려연방의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고 있었다.

북쪽 다섯 개 주 전역걸쳐 강력하게 남아있던 정 위원장 집안의 그림자를 하나씩 걷어내는 작업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정 위원장이 천지를 향해서 걸어 내려갔다.

천지의 물가에 다다르자 또 다른 유골함을 그의 아들로부터 건네받았다.

항아리를 가슴에 고이 안은 채 멍하니 드넓은 천지를 바라보던 정 위원장이 갑자기 물속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갔다.


이 모습에 깜짝 놀란 일행들이 순간적으로 멈칫했지만, 이내 안도의 표정으로 바뀌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릎까지 물속으로 들어간 정 위원장의 발걸음이 멈추었던 것인데 들고 있던 항아리를 높이 들더니 장군봉에서처럼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장군님을 진작 여기로 모셔왔어야 했었는데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갑갑하셨습니까? 이제 장군님이 태어나신 이곳 백두산에서 편히 쉬십시오,

장군님만큼은 저의 결심을 격려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또다시 항아리의 방향을 아래로 향했다.

천지에서 불어 치던 세찬 겨울바람이 이번에도 항아리 속의 유골들을 더 넓은 천지날려 보냈다. 

일행들은 장군봉에서와 같이 구십 도로 허리를 숙이며 제2대 통치자와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비어진  항아리에 천지의 물을 담으면서 나지막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어디서 살아가든 아버지의 뼛가루가 녹아든 천지 물을 바라보면서 아버지의 체취를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가렵니다”

정 위원장이 항아리를 들고 물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신기하게도 바람이 멈추었고 천지를 희미하게 가리안개구름들이 저 멀리 사라져 다.

이것은 자신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 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격려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모처럼만에 정 위원장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예전처럼 여유를 회복했다.          


이제 2주 후면 독도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삼일절 독도칼부림사건이 발생한 지 꼭 6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의 대표적 극우단체에 의해서 치밀하게 계획되었던 이날의 사건으로 한국대학생 한 명과 일본인 세 명이 희생되는 참상이 발생했다.

다케시마 수복결사대는 이날의 사건을 명분으로 사쿠라가 절정에 이를 즈음 독도를 침략했고 급기야 한일 간의 독도전쟁으로 비화되었다.

당시 흑군파의 기습적인 침략에 맞서 삼십삼  독도경비대원들은 최후의 한 명까지 장렬하게 싸웠지만 안타깝게도 전원이 전사하는 큰 희생을 치르고 말았다.


일본에 빼앗긴 독도를 탈환하기 위하여 해병대 1사단이 출동했을 때 그 지휘대장이 바로 유 소령이었다.

독도전쟁을 승리로 이끈 유 소령은 ‘독도수호 철통 해병부대’가 창설될 때 자원하여 초대 부대장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제2의 독도전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독도를 철통 방어기지로 구축했다.

단순히 소극적인 개념의 방어기지가 아니라 동해를 사수하는 최전방의 전진기지로 변화시킨 것은 유 대장의 공이 지대했다.

유 대장은 이미 해병대뿐만 아니라 국방부차원의 독도 지킴이로 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보직은 철밥통처럼 굳건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군의 인사원칙상 5년 연속으로 독도부대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조치에 가까웠다.

이번에 중령으로 진급하면서 곧 해병대사령부로 발령이 날 예정인데 이미 야전 근무에 특화된 온몸의 근육들이 근질근질하여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이럴 때 운명의 여신이 그를 찾아왔다.

사십 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유 중령을 국방부장관이 연방정부청사로 불러들였다.

“유 중령! 당신은 이미 독도수호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어! 우리 해병대의 자랑이야!”

긴장된 자세를 유지하던 유 중령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곧 해병대사령부로 발령 날 예정이던데 어떤가?

그보다는 당신 성미에 딱 들어맞는 특수임무를 한번 맡아보는 것이!

구미가 당기지 않은가?”

유 중령은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구미가 당깁니다! 무엇이든지 맡겨만 주십시오!”

그렇잖아도 답답한 사령부의 업무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는데 사령부만 아니라면 아무 데라도 상관이 없었다.


장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구미가 당길 거야! 내가 연방대통령님께 큰 소리를 쳤던 것도 당신들 같은 골수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지”

잠시 후 밖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때마침 당신의 부사수가 등장했구먼!”

큰 덩치에 새까만 얼굴이 인상적인 이 소령이 들어왔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절도 있는 자세로 경례를 한 후 평양말씨로 떠나갈 듯이 소리쳤다.

“국방장관님의 부름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소령의  늠름한 태도가 흡족했던지 장관이 책상 앞으로 걸어 나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당신이 백두산흑곰이라며! 한눈에 봐도 흑곰이 틀림없구먼!

그래 잘 왔어! 두사람다 이리로들 와서 앉지!”


창가 쪽으로 배치된 회의용 탁자의 양편으로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바라보던 장관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이제 딱 두 주가 남았구먼,

2주 후면 우리 연방에서 가장 위험한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네,

그것도 하필이면 우리 조상님들이 목숨 걸고 일제의 압박에 항거했던 신성한 삼일절을 골라서 말이야,

우리 연방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평양!

그 평양의 중심부인 중앙광장은 그야말로 극단의 두 단체로 말미암 피범벅이 될 것이야!

어쩌면 저들이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

저들의 목적은 우리 연방을 또다시 두 동강내는 것일 텐데 독도수호 철통 부대장!

신일진회가 내어 걸 집회의 선동구호가 무엇인지 아는가?”

“예! 평양 대진격의 날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 중령의 두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6년 전의 독도전쟁이 생각납니다!

독도를 지키기 위하여 삼십삼 명 독도경비대원들과 여섯 해병의 고귀한 생명이 바쳐졌습니다,

큰 희생을 토대로 탄생한 대고려를 또다시 분단시키기 위하여 토착왜구들이 설쳐대는 꼴입니다,

결단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탁자를 내리치려던 유 중령의 왼손을 장관이 오른손으로 불끈 감쌌다.


이번에는 왼편의 이 소령을 바라봤다.

“백두산 흑곰! 난 이 소령보다는 이 별칭이 훨씬 정감이 가네만 그렇게 불러도 되겠나? 흑곰!”

피씩 입 꼬리가 올가가던 이 소령이 이번에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영광입니다! 기왕이면 백두산 흑곰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장관이 파안대소하면서 이 소령의 오른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힘차게 감싸며 말했다.

“자네 역시 내가 그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어,

백두산부대의 중대장으로서 자네가 보여준 활약상은 꽤 인상적이었거든!

아마도 통일이 되던 해였으니까 벌써 5년이 지났구먼!

남북대학생탐험대와 함께 씩씩하게 행진하던 자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네,

중국군을 제압하고 우리 국민들을 구출해 냈을 때는 또 얼마나 감동을 먹었는지 아는가!

중국군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던 자네의 그 당찬 기개를 지금의 연방은 필요로 한다네!

백두산 흑곰! 자네에게 묻겠네?

신성한 삼일절 날 북조선재건회의가 내어 걸 집회의 선동 구호가 뭔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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