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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Mar 31. 2024

떴다! 삼일특공대 5

한반도실행계획 165

“쿠바로 가기로 했습니다!”

쿠바로 간다는 정 위원장의 말에 두 대통령이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연방대통령이 다시 물었다.

“방금 쿠바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정 위원장이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쿠바가 맞습니다! 쿠바와는 공화국시절부터 참으로 우의가 돈독했었지요,

우리가 어려울 때, 심지어는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우리를 외면하던 순간까지도 유일하게 의리를 지켜준 나라가 바로 쿠바였습니다,

쿠바의 국가평의회 의장은 최근까지도 내게 연락을 하여와서는 나의 근황을 물어보곤 해왔더랬습니다,

주석궁 집회문제로 한참 머리가 아플 때는 지나가는 말로 코히마르 해변을 걷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로 초청장을 보내왔지 않았겠습니까?

그것도 코히마르 근처의 작은 섬 하나를 통째 비워놓고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도 좋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안사람이 너무 좋아해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렇게 말한 정 위원장이 부인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미소 짓자 부인이 소녀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급 중학생 시절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정말 감동 깊게 읽었됐습니다,

오래전에 위원장님한테 코히마르 해변을 거닐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가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행복합니다!”


행복해하는 부인의 모습에 다행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민 대통령이 이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답답하실 텐데요, 어쩌면 많이 무료하실 겁니다,

섬 생활이란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것도 지구반대편에 위치한 중미대륙의 쿠바라니요!

웬만하면 번만 더 재고해 주시지요!”


정 위원장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령 내가 러시아나 중국 어디쯤으로 간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복잡해지지 않겠습니까?

그 두나라가 좋은 뜻으로 받아줄 리도 만무하겠지만 나로서도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쿠바쯤으로 가야 나라가 조용해질 겁니다,

눈에서 멀어져야 잊히는 것이고 인민들의 마음에서 잊혀야 우리 인민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다시 우중충해지려고 하는데 그냥 두 분께서 편하게 보내주시라요!”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한 민 대통령이 고개를 돌리면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안경을 벗은 후 눈가 주위를 촉촉하게 적신 물기를 닦은 후 살짝 메인 소리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우선 당분간만 그렇게 하시지요!

절대로 길게 머무를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잠깐 여행 가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부인이 씩씩한 말투로 끼어들었다.

“위원장님하고 저는 난생처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시간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쿠바에 도착하면 농사를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신이 납니다!”


부인의 이 말에 정 위원장이 겸양 은 표정으로 호방하게 웃으며 또다시 부인의 오른손을 따듯하게 감쌌다.

“뭐 그러기로 했습니다,

농사짓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참 많이도 어색하시겠지만 사실은 나로서도 기대가 됩니다!”


연방대통령도 더 이상은 만류의 말을 하지 못했다.

“정히 그러시겠다면 한 몇 년 만 계시다가 다시 돌아오시죠,

제가 쿠바의 국가수반께도 따로 연락을 넣어 놓겠습니다,

그리고 딱 한 가지만 더 요청을 드리자면 쿠바로 가실 때 연방정부의 전용비행기를 이용해 주십시오!

그리고 또”


이때 정 위원장이 연로한 연방대통령의 두 손을 감싸며 이번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방대통령님께는 참으로 많이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마음고생을 시켜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두 잊어주십시오!

네 까짓것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방전용기를 타고 가지요!”


연방대통령이 다시 정 위원장의 두 손을 감싸면서 살 뜻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원장님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대고려연방은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통일 후 이렇게 빨리 안정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 모두가 위원장님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커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쿠바로 가시더라도 우리 대고려연방의 국정자문위원장 자격으로 가시는 거니까,

우리 연방 대사의 정기적인 방문도 받으시고 연방정부 차원의 제반지원도 꼭 받으셔야 합니다!”


위원장의 전매특허인 듯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대통령도 따라서 함께 일어났다.

정 위원장이 두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면서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쿠바까지 가서 그렇게 번잡스럽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두어 가지 일만 처리하게 되면 곧바로 떠날 생각입니다,

아쉽지만 두 분 대통령님들과도 여기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떠나고 싶어서 그러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시거든 쿠바로 꼭 한번 놀러 오십시오!

제가 농사지은 것들로 식사 대접을 하겠습니다! 으흐흐흐”  


두 대통령이 다녀간 다음날부터 정 위원장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마지막 정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나갔다.

림광철 국정자문위원의 책임 하에 북쪽 다섯 개 주 전역에 산재해 있던 어마어마한 숫자의 동상들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대형 크레인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내려진 동상들은 몇 부분으로 절단되어 근방의 건축자재 재활용공장으로 운반되었다.

잘게 분쇄된 석분은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었는데 건축자재로서도 인기가 좋았지만 기념품으로 보관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 위원장이 부인과 진숙 그리고 네 명의 국정자문위원들을 대동하고 평양특별시자치주의 주지사실로 들어섰다.

이 자리에는 북쪽 다섯 개 주와 광개토대왕자치주까지 모두 여섯 명의 주지사가 정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고려연방은 이제 그동안의 역경과 어려움을 물리치고 명실 공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보여준 희생과 결단에 대하여 과거 그를 따랐던 인민들이 가지는 감정은 뜨거운 감동 그 자쳬였다.


정 위원장이 들어서자 북쪽의 삼천만 인민들을 대표한 여섯 명의 주지사들이 정 위원장에게 격한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정 위원장이 몇 차 레나 그만 것을 주문했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말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박수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정 위원장 내외가 겨우 자리를 정돈하고 앉았을 때 진숙의 능수능란한 지휘로 녹차 잔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찻잔의 세팅이 완료되자 부인이 먼저 해맑은 미소를 띠면서 인사말을 시작한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명차인 백두산야생녹차를 준비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보통의 다른 차들과는 향과 빛깔부터 그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백두산야생녹차의 칭찬행렬이 이어졌다.

“그랬군요! 어쩐지 빛깔과 향이 참으로 곱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옳습니다! 역시 녹차는 백두산 야생에서 채취한 녹차가 최고지요!

다른 차들은 이 특유의 깊은 맛을 따라오질 못한단 말입니다!”

“당연하지요! 대고려연방에서 최고로 우뚝 솟은 장군봉의 기운을 받고 자란 야생녹차란 말입니다!”

“암요! 이 깊은 맛을 따라올 차가 없지요!”


저마다 한 마디씩을 거들면서 백두산예찬론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기도 했지만 특히 정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자신들 가문의 뿌리를 백두산에 두고서  통치기반으로 활용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들의 백두산예찬은 정 위원장 가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이었다.


찻잔을 내려놓던 정 위원장이 다정다감한 표정으로 주지사들을 일일이 바라보며 오늘의 용무를 풀어놓으려 했다.

“내가 오늘 이렇게 여러 지사님들을 보자고 했던 것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특별한 용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요,

지금은 대고려연방의 자랑스러운 국민들이 되었지만 과거 나를 따랐던 삼천만 우리 인민들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챙겨줄 선물이 있어 보자고 했소!”


뜬금없이 정 위원장이 선물을 주겠다고 하자 여섯 명의 주지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독도대첩으로 일본을 통쾌하게 제압한 지도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소,

당시 우리의 핵무력 한방으로 미 항공모함을 줄행랑치게 만들지 않았겠소?”

정 위원장의 이 말에 참석한 주지사들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기렇습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NK차르봄바가 온다고 하면 울던 아이들도 단박에 울음을 그친다고 합니다”

“우리 연방의 핵무력은 세계최고의 핵무력이 분명합니다!

그 위력을 흉내 낼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 나라도 없단 말입니다!”


주변에서 선선히 맞장구를 주자 정 위원장의 유머스런 입담도 멈추질 않았다.

“당시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전쟁배상금을 조금 받아냈었지,

많은 금액도 아니었어 고작 백억 달러 정도?”

이 말에 좌중은 폭소가 터져버렸다.

맞습니다! 한 오백억 달러는 받아냈어야 했는데 그때는 우리가 좀 봐줬더랬지요!”

“오백억 달러가 뭐야! 최소 천억 달러는 받아냈어야 했는데 우리가 아량을 많이 베풀었던 게지요!”

웬만큼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만면에 넉넉한 미소를 띤 정 위원장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중 절반을 뚝 잘라서 남쪽에서 보내왔기에 후일 요긴하게 사용할 요량으로 조선중앙은행에 맡겨났더랬지,

그런데 이제 그 돈을 집행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당신들을 보자고 했던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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