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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Mar 30. 2024

떴다! 삼일특공대 4

한반도실행계획 164

드디어 광장의 좌우 끝지점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던 연방경찰버스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밀착되어 있던 버스들이 사람의 이동이 가능할 만큼의 틈을 벌이는가 싶더니 건너편에서 삼일특공대원들이 크게 원을 그리면서 달려 나왔다.

삽시간에 좌우에서 오천 명씩 일만의 특공대원들이 둘러싸게 되자 광장은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봉쇄됐다.

여기저기서 ‘백골단이 나타났다!’라고 소리치며 웅성대기 시작한다.


나 회장이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사이 박철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오호라! 연방경찰 놈들이 지금 우리하고 한번 해보자는 거지요!

어림잡아서 은 되어 보이는데 오늘 참석한 우리 북조선재건회의 동지들의 수가 족히 십만은 넘는단 말입니다,

저기 남조선에서 올라온 벚꽃 미치갱이들이야 다리야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기 바쁘갔지만 우리 재건회의 동지들은 사정이 좀 다르지 않갔어요!”


그러면서 박철이 품 안의 안주머니에서 대략 오십 센티 길이의 금칠로 도색된 막대를 꺼내어 왼손으로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좌측편의 일십만 북조선재건회의 패들이 동시에 품속에서 같은 형태의 금색막대를 꺼내 들었다.

금칠한 막대에 새겨진 붉은색의 큰 별과 작은 별의 문양은 중국이라는 큰 별과 북조선이라는 작은 별을 상징하는 것이 분명했다.

박철이 오른손을 들어 막대의 끝을 잡아당기자 태양빛에 반사된 서슬 퍼런 칼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동지들! 총사령관님을 드높이 모시고 다시 한번 더 인민의 낙원을 건설해 보지 안 갔어!

우리 모두 죽을 각오로 싸워보지 안 갔어!”

이 소리에 십만 재건회의 패들이 일제히 삼일특공대를 향하여 방향을 돌리며 칼집에서 칼을 빼어 들었다.

‘와’하는 엄청난 함성소리를 내어 지르며 곧바로 찔러버릴 기세로 전투자세를 갖추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비열한 빨갱이 놈들이 칼을 준비하셨구먼!”

확성기에서는 나 회장의 간사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빨갱이 놈들은 나중에 손봐주기로 하고 우선 저 연방경찰 놈들부터 아작을 내버려야겠어!”

이들의 복장은 처음부터 간편한 등산복차림이었고 각자 1.5미터 길이의 등산용 지팡이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팡이는 일반적인 보통의 등산용 지팡이가 아니라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일만 볼트형 초강력 전기충격기였다.

나 회장이 먼저 오른손을 높이 들고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지팡이에서 불꽃이 튀면서 고압의 전류가 흘렀다.

이것을 신호로 나 회장의 십만 남쪽 패들이 하늘을 향해서 동시에 고압전류의 버턴을 눌렀다.


일촉즉발의 이 영화 같은 장면들은 또다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완전무장한 이십만의 두 진영과 대치하던 연방경찰의 대응은 병력의 숫자로 보나 무기체계로 보나 너무나도 허술해 보였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연방의 민낯이 철저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만약 여기서 연방경찰이 무너진다면 대고려연방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외세의 사주를 받은 분단세력들은 더욱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한민족사에서 가장 위대했던 대고려연방이라는 이름도 반납해야 되는 상황다.


이 아찔한 상황에서 삼일특공대의 유 대장과 이 부대장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유 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경찰버스 위에 설치된 길이 3미터의 초고성능 앰프가 엄청난 압력으로 증폭되는가 싶더니 단번에 두 진영의 소리를 압도해 버렸다.

“나 연방경찰청의 삼일특공대장이요!

신성한 삼일절을 맞이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는 대고려연방의 역도들에게 경고한다!

셋을 셀 때까지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라!

투항하지 않는다면 폭력시위에 관한 연방 법률에 따라서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다!

하나!”

이 소리에 일만의 삼일특공대원들이 허리춤 뒤에 차고 있던 방독면을 쓰기 시작했다.

“둘!”

이 소리와 동시에 특공대원들이 자신들의 청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기 시작했다.

“셋! 삼일특공대 돌격!”

이 소리와 동시에 특공대원들이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은 빨간 사과모양의 최루탄이었다.

광장을 둘러싼 특공대원들이 일제히 사과 탄을 던지자 순식간에 온 광장이 최루탄 연기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최루탄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잠시잠깐의 정적이 유지되었다.

이 정적의 실체는 삼일특공대원들이 본격적인 미친개 퇴치작전을 전개하기 위하여 허리춤 뒤의 죽검을 빼어드는 정적이었다.


이때 ‘와!’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좌우에서 일만의 특공대원들이 일시에 광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좌측의 백두산흑곰부대는 북조선재건회의 진영을, 우측의 철통독도부대는 신일진회 진영을 보이는 대로 인정사정없이 죽검으로 내리쳤다.

머리와 가슴부위만 제외한 채 허리와 다리 팔을 겨냥하여 닥치는 대로 내리쳤다.

죽검을 내리칠 때 나던 ‘쩍쩍’하는 소리가 온 광장에 울려 퍼지면서 외마디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하고 역도들이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간혹 쓰러지기를 거부하면서 안간힘을 다해서 버티면 뾰족한 축구화로 무지막지하게 촛대 뼈를 가격하여 쓰러 뜨렸다.

삼일특공대원들에게 있어 그들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외세의 사주를 받고 통일조국을 분단시키려는 미친개로 취급되었다.


광장을 완전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광장은 역도들의 역겨운 피냄새로 진동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엠블런스를 부르지는 않았다.

팔다리가 부러지지 않고 아직도 멀쩡한 자들의 손에는 그들끼리 수갑이 채워졌는데 그 길이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차마 눈 뜨고서는 바라볼 수 없는 이 참혹한 광경을 북경 도쿄 워싱턴에서도 목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과격한 진압방식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는 정도의 의례적인 브리핑만 했을 뿐 깊이 개입하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연방정부가 쳐놓은 덫에 반통일 세력들이 한꺼번에 걸려들어서 일망타진된 사건으로 분석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외세들은 이제 아무런 걸림돌도 없이 거침없이 질주하게 될 대고려연방의 향후 행보를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북경의 시 주석 집무실,

조금 전까지의 흥분된 분위기와는 달리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 주석의 이 한마디가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될 예정이다.

“저것은 대고려연방의 국내문제로서 주변국들이 개입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일관되게 대고려연방과의 우의를 유지할 것이며…”


옆자리의 부인이 정 위원장의 왼손을 가만히 감싸는 가운데 정 위원장도 서재의 TV를 통해서 속보 형식으로 방송되고 있던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로하신 연방대통령께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구먼! 이제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되었어!”

떠난다는 정 위원장의 말에 일순간 감정이 복받친 부인의 눈가에서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정 위원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젠 진짜로 통일된 것이 맞지요?

우리나라가 다시는 분열되지 않겠지요?”

부인의 이 말에 정위원장이 화통하게 웃으면서 저만치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럼! 이제 대고려연방은 아무도 못 건드려!

동북아시아의 최강자로 우뚝 일어섰단 말이야!

두고 들 보라고? 앞으로 미국 중국 일본아이들이 쩔쩔매면서 우리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


세계의 여론은 참으로 미묘하게 흘러갔다.

정상적인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참혹한 장면들이 전송됐지만 세계의 여론은 의외로 연방정부에 우호적이었다.

세계의 언론들이 처음부터 광장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의 전개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던 탓이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전송한 기사의 타이틀은 ‘뿌리째 뽑혀버린 대고려연방의 반통일 세력!’이었다.

일본과 중국의 소규모 온라인 매체에서는 연일 연방경찰의 가혹한 진압방식을 비판했지만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은 국내정치적인 문제로 치부하면서 아예 기사로도 다루지 않았다.

주변국들이 각자 알아서 눈치껏  동북아 최강자에 대한 심기외교에 나설 것이라던 정 위원장의 예견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진숙의 보고를 받은 연방대통령은 민 대통령과 함께 또다시 예고도 없이 정 위원장의 관사를 방문했다.

연방대통령이 정 위원장을 보자마자 황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이런 낭패스러운 일이 다 있답디까?

이민을 가신다고요? 재고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겨우 연방이 안정을 되찾아 가는 마당에 그런 황망한 결정을 하셨단 말입니까?”


정 위원장이 편안한 미소를 띠면서 두 대통령을 번갈아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차라리 지금이 적기지요!

내가 떠나야 우리 연방이 더욱 안정을 찾을 겁니다, 

보세요? 얼마나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다과상을 준비하여 서재로 들어오던 부인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었다.

부인이 직접 다소곳하게 녹차를 따른 후 최근에 보기 힘든 화사하게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위원장님께서 마음의 결정을 하신 후부터 우리 부부는 정말로 편안해졌습니다,

이제야 정말 살 것 같습니다!

두 분 대통령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내외도 이제부터는 여생을 좀 편안하게 보내고 싶어서 그럽니다”

두 내외의 태도로 볼 때 이미 내려진 결정을 물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간파한 민 대통령이 정 위원장에게 물었다.

“그래 어디로 가시기로 하셨습니까?”

이때 정 위원장의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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