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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Jul 12. 2024

농촌체류형 쉼터! 누가 이런 발칙한 생각을 했을까?

월화수목금 주중을 치열하게 살았던 도시인들은 힘겨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통로가 필요했다.

러시아의 다차와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을 벤치마킹한 것인지는 몰라도 농막을 통해서 주말의 충전시간을 가지는 것이 삭막한 도시인들의 로망이 된 지도 오래다.


행정관청에 간단한 개설신고만으로 자신들의 텃밭에 설치할 수 있는 농막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작은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3m×6m의 크기로서 여섯 평까지만 허용하는 농막이지만 층고 1.5m의 다락방을 위시하여 주방과 화장실까지 갖춘 원룸의 형태로 진화했다.


1,000㎡ 미만(302.5평)의 작은 텃밭에서 주말 동안 체험농장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로서는 먹고 자는 문제가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농작업 후 일시적인 휴식이 가능한 농막 기능의 한 부분에 의지하여 주말 동안 임시거주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농막의 법률상 개념은 주거가 허용되지 않는 간이창고로서 농작업에 따른 물품의 보관이나 일시적인 휴식을 위한 농업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전국에 설치된 태반의 농막들이 실제로는 불법적으로 용도변경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관할 지자체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는 않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탓에 일일이 단속하는 것이 보통 난감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난처한 문제가 화장실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례를 만들어서 정화조의 설치를 허용하는 지자체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자체들도 있다 보니 다들 쉬쉬하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다소 번잡스럽더라도 소규모의 주택 허가를 받아서 합법적으로 세컨드하우스를 건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시골 작은 텃밭들의 형편상 4m 이상의 도로에 접해야 하는 건축법의 규정에 대부분 적합하지 않은 실정이다.

설사 운 좋게 건축허가를 통과했다손 치더라도 사용승인에 따른 여러 조건을 충족하자면 과도한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주말 동안에만 잠시 기거하려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행정처리가 간단한 농막으로 선회하게 되이유다.


작년에 감사원에서는 전국적으로 삼만 개가 넘는 농막들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이나 농막주택으로 변질 돼버린 실태를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삭막한 도시인들에게 있어 농막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턱이 없었던 정부로서는 이것을 명분으로 호기롭게도 농막의 규제강화를 위한 시행규칙의 개정에 나섰다.


그런데 아뿔싸 한마디로 '뜨거!'였다.

함부로 잘못 건드렸다가 뒷감당이 어려운 그것도 말벌집을 건드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농막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SNS를 중심으로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었다.

게다가 총선이 다가오는 특별한 상황이었으니 화들짝 놀란 정부로서는 종전까지의 호기로움은 온데간데없이 대국민항복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행하려던 농막에 대한 규제정책을 즉각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들끓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새로운 대책을 고민해야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농막이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럴 때 짠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모델이 바로 농촌체류형 쉼터인데 간단한 개설신고만으로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농막의 업그레이드 형태로 보인다.

처음부터 주말체험영농생활을 하려는 도시인들을 위한 세컨드하우스의 성격으로 도입된 일상적인 주거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로 4m×8m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실평수가 열 평 정도인 투룸면적이 나오기 때문에 도시인들의 취미농업을 위한 농촌주거공간으로서는 전혀 손색이 없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반문할 정도로 발상자체가 당돌하면서도 참신한 것이 아이디어의 당사자가 궁금할 지경이다.

기왕이면 억지로 등 떠밀리는 모양새보다는 오늘날의 농촌문제를 해결하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제안되었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뭐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결론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벌써부터 농촌체류형 쉼터에 대한 반응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그동안 농막이 싹 틔웠던 도농 간의 가교역할을 이제는 농촌체류형 쉼터가 활짝 꽃 피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의 관심사라면 조만간 있을 입법과정에서도 감히 딴지를 걸면서 가로막고 나설 용감한 세력은 없을듯하다.




그동안 농지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시대착오적인 1948년의 제헌헌법에 갇혀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이전까지만 하더라고 우리 농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는 소수의 지주와 다수의 소작농이라는 전근대적인 토지소유관계였다.

이런 사정으로 토지소유관계의 개혁이야말로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제1순위 국정과제였고 다수농민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제헌헌법에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도입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아홉 차례의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고집스럽게 고수해 온 우리 헌법의 중요한 가치로 군림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 경작할 자가 아니면 농지의 소유 자체를 금지하다 보니 사유재산권의 행사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농지가격의 안정화와 농지의 보존이라는 정책적인 요구에는 나름 역할을 하였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점차 강화되는 추세인 세계적인 식량 무기화에 대비하여 농지를 보존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과도한 경직성이 문제였다.

오늘날 우리 농촌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어져버린 노인공화국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톡 까놓고 말해서 젊은이들이 우리 농촌을 외면하는 첫 번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한마디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세계각국의 농산물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수입이 불가능한 일부의 품목들 외에는 사실상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부모로부터 다수의 농지와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을 수 있는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자립이 어려운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리트가 부족하다 보니 농촌은 육십 대가 청년사회의 주력일 정도로 활력을 잃은 채 늙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직도 쾌쾌 묵은 제헌헌법을 무슨 신줏단지라도 되는 냥 끌어안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꼴인가!


경쟁력이 없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지를 몽땅 거리 산업용지로 바꾸는 극단적인 농촌 포기 정책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스마트팜이 되었던 과학영농이 되었던 농업의 현대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도시의 청년들이 우리 농촌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여러 노력들도 병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돈이 안되지만 우리 농촌은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로 들끓어야 한다.

휑한 농촌에 계속적으로 생기를 불어넣어야만 몸속으로 혈류가 힘차게 순환하듯 도시와 농촌 모두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4도 3촌의 생활화 운동이다.

주중의 먹고사는 문제는 도심지에서 해결하더라도 금토일 주말만이라도 흙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 농촌과의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 도농 간의 단절을 막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법률적으로 다소 불안한 상태에서 농막이 담당해 왔던 농촌으로 다가서려는 도시인들의 로망을 이제는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농촌체류형 쉼터가 이어받게 되었다.

시의 적절한 시기에 등장한 농촌체류형 쉼터는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우리 농촌의 현실에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어쩌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할 수 없었던 윤석열정부 최대의 치적사항으로 후일 역사에 평가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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