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그곳에는
초록가지 사이로 눈치 없이 피어난 버들강아지와 함께
우물가를 지키던 수양버들 한 그루가 있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청산 맞은 고드름을 한 아름이나 매달고서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온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눈이 부신 세상을
눈(雪)보다도 맑은 눈(眼)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어린 동심도 있었다
나 어릴 적 그곳은
이미 추억이 되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우물가를 지키던 수양버들을 그리워하며
함박눈을 기다리는 어린 동심은 아직도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