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맥도 풍경

장산곶매

맥도 풍경 31

by 맥도강

한바탕의 전쟁도 끝나고 산들바람이 상쾌한 오후의 한때, 카페 같은 사무실의 한구석에서 두세 번 우려낸 설록차를 마시며 정감 어린 옛 노래를 듣고 있다.

느긋하게 우려낸 설록차의 뒷맛은 우리 동네 뜸부기의 노랫소리와 닮았고 우리 동네 버들나무의 자태와도 많이 닮았다.

그사이 사연도 많았고 인연도 많았다. 커피 향에 길들여진 미각으로는 설록차의 여운 뒤 깊은 그 맛을 이해할 수 없으리.

설록차의 깊은 맛처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사연들이 아련히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눈을 감고 상념을 벗어던진 후 순수 열정의 비판대상으로 그 어떤 예외도 허용치 않던 겁 없던 이십대로 돌아가 보자.

인권이 폭정에 짓 밟혀 쓰레기통에 내동댕이 쳐져있을 때 책 속에서나 있을법한 인권을 되찾겠다며 강의실보다는 최루가스를 뒤집어써야 했던 그 겨울.

참으로 혹독했던 그 시절 우리는 퀴퀴한 지하창고의 향내가 진동하는 장산곶매에 둘러앉아 막걸리 한 대접을 갈라먹으며 목이 터져라 따듯한 봄을 갈망했다.

그러던 사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밀리듯 사회로 흩어졌고 가정을 이루며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세상은 몇 번의 개벽을 맞이했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사십 년의 시간을 넘나들 수 있다면 어깨동무하면서 장산곶매에서 울부짖던 그토록 갈망하던 새로운 시대는 도래하였건만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부족하고 목이 마르다.

장산곶매는 떠나갔지만 우리는 그 시절의 순수 열정을 인생의 소중한 좌표로 여기며 여전히 장산곶매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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