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 풍경 28
이 겨울에 퍼붓는 저 독설은 누구를 향한 울부짖음인가
독기 어린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솟구칠 듯한 서러운 눈물을 억제한다
찡그린 얼굴에는 서러움에 복받친 세월을 회상하며 자제할 수 없는 사연들이 느껴진다
젊은 나이에 앳된 꽃잎을 바람에 날려 보낸 황량한 나무는 날아 던 나비의 속삭임에 속아 마지막 남은 꽃잎마저 빼앗겨 버렸다
꽃잎을 앗아간 바람이 미워서 나비의 속삭임에 속은 자신이 싫어서 허허벌판 벌거벗은 신세의 처량한 나무는 저 홀로 가지를 부러뜨리며 자학했다
모든 기력이 다 빠져나가고 더 이상은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지 한 겨울밤의 찬바람이 재촉하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를 잤을까, 새들은 지저귀고 포근한 햇살이 온 대지를 깨우고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생명들은 여기저기서 살아있음을 자축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여기서 잠을 깨면 또다시 꽃잎을 앗아간 바람을 만날 것이고 자신을 속인 나비를 만날 것인데 의기소침한 나무는 도무지 깨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오래전 바람에 날려서 바다를 건너간 꽃잎이 꽃씨 하나를 입에 물고 날아와 화창한 봄날 외로이 잠자는 늙은 나무를 흔들어 깨운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어린 가지들을 보아서라도 어서 일어나세요!
잠결에 스치듯 지나가는 꽃잎의 애절한 목소리에 나무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분명 나의 꽃잎이 부르는 소리였는데 꽃잎아! 꽃잎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늙은 나무는 서럽게 울부짖으며 꽃잎을 찾는다
꽃잎은 없고 그 옆엔 주인 잃어 애처로운 꽃씨 하나만 나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이제 너를 벗 삼아 불쌍한 가지들을 보살피며 다시 살아보리라
나무의 눈매는 다시 빛나기 시작했고 오래된 묵은 껍질을 벗겨내며 옛날의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따듯한 계절을 보내고 추운 겨울이 찾아왔을 때 먼 이국땅에서 꽃잎이 물어다 준 꽃씨는 이제 어엿하게 뿌리를 내려 늙은 나무의 사랑스러운 꽃잎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가지들과 더불어 오손 도손 재미있던 어느 날 늙은 나무가 지켜 세운 도깨비 같은 눈썹을 하고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독설을 퍼붓는다
눈가에 머금은 독기가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의 분노는 누군가 바다 건너온 꽃잎이라고 꽃잎을 무시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울부짖는 늙은 나무의 절규는 꽃잎을 지키고 싶어 하는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다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한 겨울에도 잠자지 않고 나비의 속삭임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꽃잎과 더불어서 가지들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 사연 많은 늙은 나무의 진정성을
그래서 난 늙은 나무의 애틋한 사랑을 존경하면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