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 대고려연방 (1)

머릿말

by 맥도강

특별히 민족적인 갈증에 목말라하는 시기,

불현듯 압도적으로 강대해진 대한반도를 상상해 보았다.

절망적인 인구절벽을 반전시킬만한 팔천만의 인구대국!

감히 어떤 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계 4위의 군사강국!

북쪽에 매장된 어마어마한 물량의 광물자원과 세계 5위의 경제규모!

바로 이것이 남과 북이 온전한 형태로 하나 되었을 때 마주하게 될 우리 민족의 잠재력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들은 동북아의 신흥강자를 반길 리 없고 결단코 대한반도의 출현을 수수방관하지 않는다.


독도와 동북공정은 현재진행형의 국가 간 영토 문제가 분명하지만 내외부의 상황은 우리의 대응을 매우 위태롭게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도의 전환이다!

외세가 강요한 그들 중심의 편 가르기 구도에서 뛰쳐나와 우리 민족 중심의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통일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듯이 통일은 낭만이 아닌 냉혹한 현실이다.




나의 이십 대는 확실히 편향되어 있었다.

삼사십 대를 지나오면서 조금씩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더니 어느덧 저울의 균형추가 파르르 떨리면서 0점 주변을 맴돌고 있다.

사물을 바라볼 때는 가급적 한 발짝 떨어진 중용의 시각에서 일체의 편견 없이 전체를 보려고 노력한다.

여기가 잘하면 여기를, 저기가 잘하면 저기를 지지할 만큼 나의 영혼은 충분히 자유롭다.


대한반도로 나아가는 여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보고 싶었다.

부족한 필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돌직구하기로 했다.


우선 관점을 바로 잡아야 했다.

특정의 시각이 아닌 저울의 균형추가 0점 주변에서 파르르 떨리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했다.

일체의 편견을 배제한 중용의 시각에서 온 정신을 집중하여 우리 민족의 문제를 조명해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내 몸의 여기저기서 울퉁불퉁 굵은 실핏줄들이 솟꾸치기 시작하더니

그동안 몸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던 우리 민족 중심의 편향성이 소름이 돋듯 드러났다.

우리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불문곡직 치우치는 필자의 마음이 두려워진다.


백두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백두산의 천지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차게 혈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저 아래 펼쳐진 백두산의 장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하여 홀로 언덕배기의 끝자락에 올라섰다.

가슴을 쭉 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숨을 크게 들이 마쉬며 양팔을 활짝 펼쳐보았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때의 느낌 그대로 힘차게 자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1편 독도전쟁


1회 전쟁의 서막

2회 독도전쟁

3회 한반도 실행계획

4회 위기의 순간

5회 마지막 경고

6회 자유통행

7회 북경선언

8회 중국의 역린

9회 성탄절 폭죽놀이

10회 목련꽃 배송작전



2029년의 삼일절을 맞이한 독도가 첫 무대다.

삼일운동 110주년을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하고자 했던 한 무리의 한국 대학생들이 있었고,

하필이면 이 날을 콕 집어서 다케시마 수복의 재단에 자신들을 바치고자 했던 일본의 한 극우단체가 있다

이 두 단체가 극적으로 충돌한 이날의 사건으로 동북아시아의 판도를 바꾸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다.


일명 흑군파라고 불리는 자위대의 정규예비군으로 편성된 일본 최대의 극우단체 다케시마수복결사대.

이들의 배후에는 태평양전쟁의 지휘본부였던 대본영의 현대판 버전 일본회의가 있다.

화려한 사쿠라의 물결이 온 금수강산을 점령하던 3월 말의 어느 날.

완전무장한 흑군파 정예대원 오십 명이 이른 새벽의 짙은 안개를 뚫고 독도를 기습 침공한다.

청와대 신청사의 지하벙크에서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고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발진한 마리온 다섯 대가 악천후 속에서도 거침없이 날아간다.


그런데 우리로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엉뚱한 사태에 직면하여 당황한다.

일본의 요청으로 이미 동해상에 진입해 있던 미 항공모함 레이건호가 마리온의 독도진입을 가로막고 나섰다.

흑군파의 자체 유튜브방송에서는 한국령에서 일본령으로 다시 새겨진 독도의 현재 모습을 생방송 중이고 이제 일본의 독도점령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이때 구석자리 한편에 형식적으로 놓여있던 검정색 구식모양의 서울 평양 정상 간 직통전화기가 울려 됐다.

잠시 후 홋카이도 동쪽 일본상공을 날아가던 미사일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나면서 NK차르봄바라는 세기의 수소폭탄이 폭발한다.

북한의 반격에 당황한 레이건호가 일본 방면으로 물러나면서 자위대의 모든 전력도 독도에서 철수한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초강대국이 아니다.

한일 간의 독도전쟁은 급기야 북미 간의 한반도 핵전쟁모드로 긴급 전환된다.

이 무렵 막대한 미지상군의 인명피해를 염려한 미국의 입장과 동북공정을 마무리하려는 중국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은밀히 미중합동군사작전이 구상된다.

우리 땅 독도를 지켜주려다 미중 연합군과 일전을 치르게 된 북한으로서는 생존의 기로에 섰다.

절체절명의 한반도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새벽의 어둠을 뚫고 대북특사가 평양을 방문한다.


시월에 접어들자 핵무기를 잔뜩 실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북한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주한미군의 비전투원 철수작전인 NEO작전까지 개시된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핵전쟁의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거론하며 미국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한국 대통령의 거친 항의에 미국은 성탄절 이브까지만 전쟁을 유예하는 타협안을 제시한다.

그 시간안에 북한이 항복하지 않을 경우 평양을 타깃으로 선제공격하겠다는 성탄절폭죽놀이를 경고하면서.


2029년 11월의 첫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난 두 정상은 한반도실행계획의 제1단계인 남북 간의 전면적인 자유왕래를 합의하지만 사십 년 전 동독에서 발생했던 대량탈북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12월 중순,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은밀히 합의된 미중합동작전을 무산시키기 위하여 대통령은 중국 방문길에 오르고, 대담하게도 동북공정을 역이용하는 역린 비틀기 작전에 돌입한다.

미완으로 끝난 조선과 청나라 간의 국경회담을 거론하면서 백두산정계비상의 국경분쟁을 명확히 할 것을 선언한다.

북경선언에 자극받은 십만의 중국동포들이 한국대통령의 환송행사에 떼로 몰려나와 대통합 코리아연방을 지지하는 시위를 전개한다.

제1호 소수민족자치주인 조선족이 주도하는 민족독립의 불길이 다른 소수민족에게로 번질 것을 우려한 중국은 결국 중미연합작전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다.


12월 22일,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성탄절폭죽놀이를 온몸으로 막아서지만 25일 자정을 기하여 실제로 미국 대통령의 공격명령은 내려진다.

동서해상을 어슬렁거리던 세 척의 항공모함에서 일제히 전투기들이 발진하면서 북한영공으로 깊숙이 들어가지만


2030년의 새해가 밝았다.

계엄령이 발령된 조선족 자치주에서 비서관의 아내를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목련꽃배송작전이 개시된다.

하지만 국정원의 작전은 실패하고 은하는 장백산천지회의 본부가 있는 지하창고로 끌려가고 마는데.




제2편 동북공정


1회 우리 민족의 고토

2회 아버지의 벽

3회 동북공정의 교육장

4회 백두산 가는 길

5회 백두산의 포효

6회 제국의 음모

7회 신뢰의 문제

8회 일어나라! 고구려

9회 백두산의 넋

10회 이중하의 꿈



다시 23년의 시간을 거슬러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화창한 가을날 조선족 자치주의 연변이 주요 무대다.


우리 민족의 고토인 간도땅 현지에서 민족주의 사학자로 살아가는 은하의 아버지 배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다 연변대학 교수직에서도 쫓겨나고 갖은 고초를 겪다 끝내는 저들의 흉탄에 쓰러진다.


빼앗으려는 자들은 노골적이다,

과거 중국 땅에서 전개되었던 모든 이민족의 역사는 모두 자신들의 역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서장자치구의 티베트도 신장자치구의 위구르도 모두 중국사라고 억지 부리며 서남공정과 서북공정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고조선을 위시한 고구려 발해의 우리 민족사마저 모조리 자신들의 역사라고 강변하면서 동북공정을 전개하고 있다.


단순히 역사만이 아니다.

국경 변방의 정치적인 안정에만 치중하지 않고 여차하면 먹어치우겠다는 승냥이의 발톱을 숨기면서 호시탐탐 우리의 영토를 노리고 있다.

이렇듯 치밀하게 계산된 행위로써 저들은 동북공정을 차근차근 밀어붙이고 있고, 이미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 정작 우리만 모를 뿐이다.


배 교수가 분노한 것은 우리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천민자본주의 의식이었다.

돈의 많고 적음으로서 사람을 평가하는 대단히 천박한 의식으로서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중국동포를, 러시아동포를, 북한동포를 차별대우하는 천민자본주의를 개탄했다.


배 교수는 우리에게 경고했다.

한국 사람들이 천민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북녘의 동포들이 주저할 수 있다고.

이것은 한국으로의 흡수 통일시 예상되는 남한동포들의 차별과 멸시가 두려워서라도 통일을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자칫 우리 민족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제3편 한반도통일


1회 우뚝 선 백두산정계비

2회 목련꽃 구출작전

3회 굿바이 동북공정

4회 대고려연방 민주공화국

5회 마지막 퍼즐 맞추기

6회 대고려 동해라인 선포

7회 꿈틀대는 반통일 세력

8회 잊혀진 독재자의 도발

9회 마지막 보고서

10회 떴다! 삼일특공대


다시 2030년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백두산정계비 탐험행사에 참여한 남북대학생들이 산길을 헤매다 중국 쪽 서파등산로 방면으로 빠져나온다.


탐험대가 백두산과 가장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을 때, 호텔지하실에서 살려달라는 조선여인의 절규를 듣게 된다.

곧 의기투합한 탐원대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동포 구출작전에 나서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은하와 함께 다시 백두산을 넘어오게 된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었던 백두산무단월경 사건을 북한은 중국의 배신행위를 되갚아줄 절호의 기회로 활용한다.

북한의 최고지도부까지 참석한 환영행사에서 동북공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국과는 전쟁도 불사하는 적성국이 될 수 있음을 세계만방에 천명한다.


2030년 7월 1일,

전면적인 자유왕래에 이어서 기존의 남북한 정부와 공존하는 느슨한 형태의 연방정부가 출범한다.

열두 개의 주차치정부가 참여하는 연방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양쪽으로부터 무난하다는 이유로 동북아역사재단의 양 이사장이 연방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


2031년 1월 1일을 기하여

연방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통일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하자 정 위원장은 북쪽인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한다.

그리고 통일여정에서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인 남북군대의 통합작업은 정말로 위험한 뇌관이었을지라도 마냥 미룰 수도 없었다.


2032년의 삼일절을 맞이하여 악역을 자처한 정 위원장의 거침없는 포문으로 연방정부는 일방적으로 1999년의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한다.

기존의 울릉도가 아니라 독도를 기점으로 새롭게 설정한 일명 ‘대고려 동해라인’을 선포하지만 일본의 대응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2033년 10월 신일진회를 중심으로 남쪽의 여러 극우단체가 참여하는 ‘조상 땅 찾기 운동본부’가 결성되면서 북쪽을 들쑤시고 다니며 갖은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정 위원장의 관저로 몰려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정 위원장은 자신을 따르던 북쪽의 인민들이 통일나라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해결에 나선다.


2034년 10월 친중국성향의 북한군 퇴역군인들이 주축이 된 북조선재건회의가 북쪽 전역에 지부를 둘만큼 그 세력을 확장한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적응에 생각이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던 북쪽의 민심이 크게 흔들리자 정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2035년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신일진회를 중심으로 토착 친일세력들은 3월 1일을 ‘평양 대진격의 날’로 정하고 저들의 전략적 제휴상대인 북조선재건회의를 부추겨서 연방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다.

물리적인 통일은 이루어졌지만 화학적인 결합까지는 아직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일본과 중국의 사주를 받은 반통일 세력들까지 극성을 부리자 연방은 또다시 극심한 분열위기에 휩싸인다.


정 위원장은 통일 한반도의 안착을 위하여 끝내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검정색정장을 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금수산태양궁전에 나타났다.

그들의 소임은 오봉산 봉사사업소를 경유하여 백두산의 장군봉과 천지에서 마무리되었다.


2035년 3월 1일 평양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석궁 앞 중앙광장,

각기 일십만 씩 도합 이십만의 남과 북을 대표하는 분단세력들이 광장을 점령한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일만의 삼일특공대가 광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