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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Nov 21. 2022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온 산과 들판이 화려한 색깔들로 치장하며 한차례 난리법석을 떠는 가 싶더니 어느새 계절은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긴 채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부작사부작’ 숙면에 든 자연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걸어보지만 말라버린 낙엽 위를 밟는 발자국 소리가 명쾌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즈음 문득 철학자라도 된 듯 화두 하나를 떠올려 본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곧 육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엔 퍽도 잘 어울리는 질문 같지만 매번 그렇듯 묘한 미소로만 답할 뿐 딱 부러진 한 줄 정의가 쉽지 않다.

 

혈기 왕성한 청년시절부터 물리주의자를 자처한 이후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러한 신념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만만치 않은 삶을 통해서 누적된 검증의 과정들이 있었던 탓이다. 사실은 정식으로 과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과학계에 종사하는 처지도 아닌 만큼 앞부분에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어설픈 물리주의자… 이렇든 저렇든 간에 자칭 물리주의자라고 큰 소리까지 쳤으니 이참에 주제넘은 객기나 한번 부려봐야겠다. 인생이라는 고난위도의 화두를 앞에 두고서도 오직 과학적 상식에 기대서 풀어보려는 객기를.

 

人生! 

사람의 한평생이라는 화두를 푸는 핵심은 역시 사람인 것 같다. 육천 오백만 년 전 이 땅에서 공룡이 사라진 이후 지구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등극한 동물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였다. 지구상 유일의 지적 생명체답게 영악하게도 그들은 강력한 신을 등장시켜서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는다. 지동설이 아니라 천동설이, 생명체의 진화가 아니라 신에 의한 창조가, 빅뱅이 아니라 신의 설계에 의해서 우주만물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엔 틀림없이 그들은 특별한 존재였다.


명실상부한 우주의 총아로서 신의 대리인쯤 되는 특별자격을 부여받았다고 착각한 호모 사피엔스의 오만은 차마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갖 오곡 만물이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탐스런 열매를 맺는 것조차 단지 사람의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자연의 현상으로 치부할 정도였다. 단맛을 내는 과일의 육질이 자신들의 자식인 씨앗의 영양분이라는 팩트까지 부정하면서


하지만 인간성의 회복에 눈을 뜨기 시작한 르네상스와  근대를 지나 지금은 21세기 현대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은 중세 암흑기처럼 신의 이름으로 세상을 좌지우지하던 요술방망이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듯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빛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지구라는 행성의 솔직한 위상을 생각해본다. 오늘날 우리 은하수 은하에서만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항성들이 수천 억 개라 하고, 이런 은하들이 우주 전체에는 또 수천 억 개나 된다고 하니 한번 벌어진 입이 쉬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50억 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외진 자리에서 태양이라는 항성이 먼저 만들어졌다. 이후 5억 년이 더 지났을 때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여덟 개의 행성들 중 푸른 색깔의 우리 지구도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던, 혜성이나 소행성에 실린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부딪쳐서 유입됐던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 38억 년 전이었다.


진화를 거듭하던 생명체는 6억 3500만 년 전 식물과 동물로 구분되었고 3억 년 전에는 포유동물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700만 년 전 침팬지와 조상을 공유하던 한 무리가 나무에서 내려온 이래 250만 년 전 최초의 인류인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출현한다. 그리고 20만 년 전 드디어 오늘날의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700만 년 전에는 침팬지류의 유인원과 같은 종족이었고, 3억 년 전에는 파충류와 형제자매였으며, 6억 3500만 년 전에는 식물과도 같은 조상을 공유했다는 것이 대단히 불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오늘날 우리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적 동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기적은 순전히 돌연변이라는 우연의 산물이었을 뿐 신의 은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차라리 신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사라졌을 때 호모 사피엔스의 실체는 보다 솔직한 모습으로 담백하게 드러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지적인 동물의 한평생이 일률적으로 동일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각자의 타고난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겪게 될 확률게임과도 같은 우연들에 의해서 그들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라졌을 것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한평생을 단편적으로 정의해 보라고 한다면 역시 묘한 미소만 새어 나올 뿐 딱 부러진 한 줄의 정의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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