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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Nov 28. 2022

호모 사피엔스는 정말로 특별한가?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적어도 우리 지구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차지하는 위상은 확실히 특별하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특별하단 말인가? 가령 다른 동식물에서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영혼이라는 비물질이 있어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제2부의 인생을 그것도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차원이 다른 존재인가?


하지만 현대 과학을 신뢰하는 어설픈 물리주의자로서는 생명체의 진화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논리의 전개에는 동참할 수 없음이다. 설사 생명체의 진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영혼의 존재 여부로 갈라 치기를 하려는 발상은 그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침팬지류의 유인원에서는 없던 영혼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인류로 진화한 이후 갑자기 생겨났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어쨌든 난 물리주의자이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38억 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같은 조상으로 엮인 형제자매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인간의 죽음 이후에도 공중부양이 가능한 영혼이 존재하려면 우리 집 강아지와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들고양이들 그리고 과일나무와 화단에 심어진 꽃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길가의 여러 잡풀들도 다 같이 영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다 같이 없던가?


이때 갑자기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우리 집 화단의 꽃들과 풀들이 나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제발 자신들은 제외시켜 달라고 아우성들이다. 자신들은 영원히 살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고 하면서…


어떤 철학자는 미소의 정의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설명했다. 웃을 때 나타나는 사람의 미소를 얼굴의 다양한 기능 중 하나로 설명하면서 마찬가지로 뇌의 여러 기능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아직도 심장은 힘차게 요동치고 있지만 뇌가 작동을 멈추었다면 마음이 사라진 상태 즉 뇌사상태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집안의 가풍을 새로이 정립해야 할 당면과제를 안고 있어 오랜 세월 인간들의 생활영역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던 이 난제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딱 한 번만 눈을 질끈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우리 태양계의 8 행성 중 지구에서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만이 유일하게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제2부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생명체들과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생명체로써 독단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 말은 그동안 우리 인류가 성취한 현대 과학의 성과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대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막연하게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까!


지금으로부터 700만 년 전, 침팬지의 무리들 중 유전적인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난 귀여운 아기 새끼가 있었다. 현존하는 침팬지와의 유전적 동질성은 98.4%, 단 1.6%의 차이에 불과했지만 다른 무리들처럼 기존의 습성을 답습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는 남다른 모험심이 있었다. 용감무쌍하게 나무에서 내려온 이 특이한 침팬지는 맹수들을 피해서 무작정 아프리카 평지를 내달렸다. 물론 그도 두려웠지만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보다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현대 과학이 설명하는 인류기원의 첫 모습이지만 이러한 과학적인 팩트까지 부정하면서 영혼이라는 비물질을 고수하려는 오래된 주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것 같지는 않다. 허긴 이 세상에는 다양한 주장들이 상존해 왔고 최근까지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은 어느 억만장자는 직접 우주로 나가서 지구의 모습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타고 가던 로켓이 폭발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암만 생각해 봐도 현대 과학을 인정하면서도 영혼의 존재를 인정할 방법은 없을 듯하다. 자신들만이 제2부의 인생을 그것도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호모 사피엔스의 오래된 착각은 중세 암흑기와 함께 온전히 사라졌어야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한편으로는 전혀 위축될 기미도 없이  오히려 왕성하게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쓴웃음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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