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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Dec 05. 2022

그래서 난 과학이 좋다!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현대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실상은 사람의 상상력으로는 이해가 난해할 만큼 광대하다.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항성계까지만 여행을 계획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시속 6만 킬로미터로 달리는 최신형 우주선으로도 무려 10만 년, 설사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하더라도 4년이나 걸리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항성들이 우리 은하수 은하에서만 수천억 개가 존재하고 이런 은하들이 우주 전체에는  수천억 개나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가 밝혀내지 못해서일 뿐이지 우주에서의 생명현상은 드물지 않은 일반적인 현상일 거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우리 은하수 은하 내에서만 생명 서식이 가능한 행성이 천억 개에 이르고, 지적 생명체에 의해서 건설된 과학기술문명사회가 적어도 한번 이상 꽃 피울 수 있었던 행성은 십억 개, 인류보다 고등한 지적 생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행성은 백만 개, 특정 시점에서 고도의 기술문명이 함께 공존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은 열개 가량은 된다고 추정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은하수 은하에 지구와 같은 문명을 갖춘 행성이 열 개가량이라면 우주 전체로 확대해보면 수천억 × 10인 수조 개가 나온다.

가령 우주의 모든 지적 생명체들이 구독하는 우주 신문이라는 것이 있어 어느 날 갑자기 수천 억 개의 은하중 하나인 우리 은하수 은하가 통째로 사라졌다고 한들 무슨 큰 사건으로 기사화되겠나 싶다. 하물며 일개 태양계쯤이야, 듣도 보도 못한 지구는 말해 무엇하랴…


수천억 개의 은하중 변두리에 위치해 있어 거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우리 은하수 은하, 그중에서도 그 어떤 주목도 끌지 못하는 모습으로 묵묵히 은하의 중심부를 돌고 있는 우리 태양계, 그 주변을 돌고 있는 8 행성 중 하나인 지구라는 행성,

그럼 이제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영혼이 있다는 이 논란적인 주제로 다시금 돌아가 보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주에 산재한 행성들과 위성들은 모두 빅뱅 이후의 잔해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 태양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구처럼 생명 서식이 가능한 골디락스 영역의 행성들과 위성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면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행성이 달랑 우리 지구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훨씬 부자연스럽다.  다만 현대 과학의 양대 축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빛보다 빠르게 달릴 수는 없기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들 간의 소통이 요원할 따름이지만…


하지만 지금 이 시각 우주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외계 생명체들 중에는 우리보다도 월등히 뛰어난 과학문명을 이룩한 생명체들도 존재할 수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서처럼 혹시 중력과 휜 공간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앞선 문명이 있다면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시간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들은 빅뱅 이후 무거운 별들이 수명을 다하면서 초신성으로 폭발할 때 만들어졌다. 따라서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원자구조를 가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문곡직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영혼을 지닌 특별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령 지구보다도 백만 년이나 앞선 문명의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린 너희들과 달리 영혼이라는 비물질을 보유한 특별한 생명체라고 자랑한다면 그들이 보일 황당한 표정이 궁금해진다.


암만 생각해봐도 지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21세기 현대 과학의 시대에서는 영혼의 존재를 합리화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따지고 보면 최근 몇 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었고 태양을 비롯한 그 외의 행성들은 지구의 주위를 도는 장식물에 불과했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서 지구가 태양의 중심을 돌고 있다는 당시로서는 천청벽력과도 같은 지동설을 주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틀림없이 우리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니 어쩌니 하면서 느스레를 떨다가는 유치원생 꼬맹이들 조차도 콧방귀를 뀌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서 다시 한번 더 생각을 가다듬어보자! 심장이 작동을 멈춘 이후에도 오직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제2부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민망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혼의 존재를 고수하고 싶다면 앞으로 우리가 대면할 수도 있는 외계 생명체에 대해서는 보다 전향적인 타협책이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우리처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해 주던가? 아니면 공평하게 모두 다 없다고 말하던가?   


이쯤 되면 영혼의 존재를 학수고대하는 분들의 심기도 자못 불편할 것 같다. 차라리 종교와 과학의 영역을 삼팔선처럼 구분하여 서로가 침범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안일 것 같지만 실제의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 굳이 과학과 종교의 영역을 따로 구분하면서도 구체적인 적용에서는 그 어떤 일관성도 없이 주먹구구식이니 말이다. 어떨 때는 이랬다가 또 어떨 때는 저랬다가 자신들 편리한 대로 취사선택하려는 태도에 절레절레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마음만 먹는다면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조차도 멈추게 할 수 있다며 태연히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다가도 대부분의 또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 능력의 백만분의 일, 아니 일억만 분의 일만 행사해도 수많은 안타까운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거저 못 본 척 외면하기 일쑤다.


그래서 난 언제나 팩트만을 추구하는 과학이 좋다! 적어도 과학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고 또 매사에 일관성을 유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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