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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Dec 12. 2022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 ‘꽝!’하는 대폭발과 함께 우리의 우주가 시작되었다.

빅뱅으로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수소원자가 생겨났고, 수소들 간에는 서로 중력으로 당기기 때문에 결국 거대한 수소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수소의 밀도가 점차 커지게 되자 수소 덩어리가 응축되면서 수소핵 융합 반응이 시작되었다.

이때 우리의 우주에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우후죽순으로 태어나게 된다.

 

개중에 질량이 아주 큰 별들은 초신성으로 폭발하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원자들 중 무거운 원자들은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드는 재료가 되었고 가벼운 원자들은 행성의 지표면에 달라붙었다.

애초에 우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지구 표면에 붙어있던 원자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졌고 죽으면 다시 분해되어 지표면의 원자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별의 후예라고 말할 수 있다.


우주의 보편적인 모습은 죽어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기적과도 같은 생명현상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대부분 죽음의 상태라고 한다.

예전부터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습니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대체 어디로 돌아가셨단 말인가?

본래 있었던 그곳은 육체를 구성한 원자들이 달라붙어있던 지표면 즉 자연을 말하는 것일 테다.

육신의 원자들이 흩어져서 다시 자연으로 컴백한다는 이 표현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답고 담백한 과학적인 표현인가!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결코 끔찍하거나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것이다.

건강진단의 마지막 순서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를 떠올려 보라!

꿈조차도 없는 無의 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면 이것이 바로 영면에 든 상태일 것이다.

굳이 즐겁지도 않겠지만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억울하지도 않은 단지 무념무상의 상태이지 않겠는가?

아무런 이익도 손해도 없는 일체의 감정이 개입할 수 없는 청정 자연의 본래 상태대로 되돌아갔을 뿐 그 어떤 의미도 없음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서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들은 빅뱅 이후 단 한 톨도 사라지지 않고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

사람의 인체를 구성하던 원자가 흩어져서 자연으로 되돌아갔을 때 어떤 의미에서는 실로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

김상욱 교수의 아름다운 표현을 빌리자면 '생물이 죽더라도 무생물로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언젠가는 숲 속의 나무나 고양이 개구리 운이 좋을 땐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수도 있겠고 또 어쩌면 지구를 떠나서 다른 별의 일부로 부활할 수도 있겠다'

물론 자아는 이미 사라져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겠지만…


‘돌아가셨습니다!’는 표현을 통해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정서적인 편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죽음은 남겨진 자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아쉬운 현상이다.

그래서 산 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것이니 죽은 자만 불쌍하게 되었다는 표현은 과학적인 팩트를 잘못 이해한 말인 것 같다.

오히려 죽은 자는 슬픔과 기쁨을 인식할 자아가 사라져 버렸으니 감정을 이입하려는 행위 자체가 비과학적인 발상일 뿐 차라리 죽은 자의 빈자리로 인한 슬픔은 온전히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그래서 남겨진 자들의 허전한 감정을 다스리고자 저승에서의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영혼이라는 비물질을 창조했을 것 같다.

그 필요성에 대하여 정서적으로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작위적인 창조물이었다.

 

스티븐 호킹은 ‘천국이나 사후세계를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우리의 뇌가 마지막 순간 깜빡이고 있을 때 그 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뇌는 부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고 하면서 고장 난 컴퓨터를 위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우리가 우연히 만들어진 우주에 살고 있고 천국도 없다면 살아갈 가치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고 설파하여 그의 내공이 과학자의 수준을 넘어 철학자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엿보게 했다.

 

죽음은 우리 몸을 구성하던 원자들이 흩어져서 다시금 본래의 대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다.

단지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덜기 위하여 일정한 정도의 의미부여는 필요했을지라도 정작 자연으로 되돌아가신 분에게는 그 어떤 의미도 없는 무익한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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