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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고려연방 (9)

독도전쟁 2

by 맥도강

최 실장의 방금 이 말이 아니었더라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한국대통령을 압박하는 미국대통령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은 일본정부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이번 독도 사태는 처음부터 일본정부가 깊숙이 개입된 사건으로서 저들은 애당초 독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일 게다.

미국을 방패막이 삼아서 이참에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로 고착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 문제는 미국을 어떻게 물리친단 말인가!

중간에 미 항공모함이 가로막고 나선다면 정녕 무슨 수로 독도까지 진격할 수 있단 말인가!


잠시 후 다시 걸려온 뉴프레지 대통령의 목소리는 여유가 넘쳤다.

마치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편안하게 말했다.

“조금 전 일본 수상과도 통화를 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다시 전화했어요,

한국대통령의 지금 심정은 이해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판단하기 바랍니다,

사실 난 양국 간의 고리타분한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지만 또 관심도 없어요,

나의 관심사는 걸핏하면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는 북한과 중국이에요!

두 적성국을 견제하는 것도 벅찬 일인데 미국의 오랜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무력분쟁을 시도한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어요!

이미 우리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독도 인근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한국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만약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한국군대가 이동을 강행하겠다면 나도 한국을 우리의 우방으로만 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말해 두겠어요!”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늘어놓은 뒤 전화를 끊어버린 미국 대통령의 태도는 분명 무례하고 편파적이었지만 사실 이런 일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니었다.

약소국이 감내해야 했던 비애를 지금 대통령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대통령도 아니었다.

우리의 국토가 적에게 점령당한 이 치욕적인 현실 앞에서 꽉 쥐어진 대통령의 두 주먹에서는 울퉁불퉁 솟구친 실핏줄들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편 일본은 지난밤부터 수상을 위시하여 정부의 주요 관리들이 퇴근도 하지 않고 정부청사에 대기하고 있었다.

새벽 다섯 시 반경 자위대를 통하여 다케시마의 탈환이 임박했다는 보고를 받은 일본 수상이 회심의 미소를 짓자 정부청사에서는 갑자기 환호성이 터졌다.

수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각료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사실 수상은 연초 일본회의의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이사회에 참석했을 때 상임이사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했던 다카이 고문으로부터 다케시마 탈환에 대한 언질을 받았었다.

이후 육상 자위대를 통해서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의 실행능력을 점검한 수상은 은밀하게 정부차원의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이번 거사는 실제적으로 일본을 좌지우지하는 일본회의가 주도한 프로젝트였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대의 최고 통솔부는 정부가 아닌 천황 직속의 대본영이었고 이후 최고 지도회의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다가 지금의 일본회의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케시마 문제로 한국과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행보가 제1차 관건이라고 판단한 수상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뉴프레지 대통령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자국 편을 들어달라고 설득했다.

이번에 미국이 도와준다면 일본은 국방비를 더욱 증액하여 동북아시아에서 미군이 떠안고 있는 부담을 크게 덜어주겠다면서 백악관을 집중 설득했다.


뉴프레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또 한 가지의 논리가 더 있었다.

강력한 미일군사동맹으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 균형외교를 자처하며 자주노선을 고집하는 한국의 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125년 전, 러일전쟁을 앞두고 자신들이 취한 가장 우선적인 조치가 바로 군사적 요충지인 독도를 자국영토에 편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같은 맥락에서 다케시마를 탈환함으로써 군사강국으로 나아가는 상징적인 조치로 삼으려 했다.


이에 대한 백악관의 계산은 대단히 빨랐다.

귀여운 동생마냥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딸랑딸랑거리던 일본수상의 요청도 있었지만 이참에 한국을 길들여보겠다는 미국대통령의 심산도 작용했다.

말 잘 듣는 일본과 달리 북핵문제는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고 있었고 MD의 일환인 사드배치는 중국눈치 본답시고 겨우 한 개 포대만 배치된 상태다.

주한미군의 주둔비 증액문제 등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던 한국정부였다.

강력한 한미일군사 동맹으로 북핵문제와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일본과는 군사동맹을 맺을 수 없다며 끝까지 참여를 거부하는 한국의 반대로 큰 차질을 빚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어서 한국을 그들의 영향권하에 단단히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바로 이것이 일본이 요청한 디데이에 맞추어서 레이건호를 동해로 급파하면서도 한국정부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그간의 사정이었다.


한국과 일본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

고노 간사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SNS로 전송한 다케시마 점령 소식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일 양국의 모든 방송사들은 정규방송을 전면 중단한 채 독도에 대형 욱일기가 펼쳐진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내어 보냈다.


도저히 마음이 안 놓였던지 뉴프레지 대통령이 한 시간 남짓 사이에 벌써 세 번째 전화를 걸어왔다.

독도문제로 한일 간에 전쟁이라도 발생할까 봐 꽤나 초조했던 모양이다.

“한국대통령이 내 말을 듣지 않고 섣불리 군대를 출동시킬까 봐 다시 전화했어요,

일본수상이 나한테 중제를 요청해 왔는데 독도문제를 한국하고 평화회담으로 풀고 싶다는 거예요,

한국대통령의 생각은 어때요?

우리가 북핵문제를 좀 강한 톤으로 풀려고 했을 때 한국대통령이 우리를 설득해서 미북정상회담으로 풀게 했잖아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스몰딜 합의안이었어요,

평화회담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은 한국이 선호하는 방식이지 않습니까?

이제 와서 나의 중재를 거부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이쯤 되자 대통령도 약이 올라서 더 이상은 정중한 톤으로만 대꾸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님! 대체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 시각 대한민국의 영토가 침략당했습니다,

만일 하와이나 괌이 다른 나라의 침공을 받았다면 대통령님께서는 느긋하게 평화회담으로 해결하시겠습니까?

우선 우리나라의 국토를 침략한 적을 물리치는 것이 급선무지 않겠습니까?

그 이후 적의 침략으로 발생한 손실 배상금을 청구할 때나 평화회담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로서 죄송하지만 미국의 간섭을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그럼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먼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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