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전쟁 1
새벽 여섯 시경, 대통령은 경찰청장으로부터 일본어를 구사하는 소대급 이상의 미확인 집단으로부터 독도가 공격받고 있다는 긴급보고를 받았다.
이미 삼분의 이가 넘는 독도경비대원들이 전사했고 생존대원들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다는 급보였다.
새벽 여섯 시 오십 분경, 새롭게 신축된 청와대 신청사의 지하에 위치하여 지하벙크라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
일곱 시에 예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앞두고 미리 와서 대응책을 고심하던 대통령에게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허급지급 달려왔다.
안보실장이 다가와 예상치 못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절묘한 것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항로인데 뭔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하여 서해상을 휘젓고 다니던 레이건호가 어제 오후부터는 동해상에 진입하여 지금 이 시각 독도 인근 해상에 머물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어쩌면 일본정부에 의해서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일 수 있습니다”
정면을 주시한 채 입술을 깨어 물면서도 표정을 흩트리지 않던 대통령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부분은 좀 더 살펴본 후에 대응하도록 합시다!”
오전 일곱 시 정각, 일체의 통신이 두절된 독도경비대로부터는 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NSC위원들은 대형 모니터를 통하여 독도의 지금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의 한 극우 유튜브방송이 실시간으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어 이 시각 독도의 상황을 한 치의 가감 없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상황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차마 눈을 뜨고서는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어 일부 참석자들은 의도적으로 모니터를 외면하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표정은 달랐다.
가늘게 뜬 눈을 파르르 떨면서도 표정하나 흐트러짐 없이 정중앙만을 바라봤다.
돌아가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분명했다.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회의에 참석한 경찰청장의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지금 방송되고 있는 저 유튜브는 다케시마 수복결사대라는 일본의 극우단체가 운영하는 방송입니다,
다케시마 수복결사대는 한 달 전에 있었던 삼일절 독도 칼부림 만행을 일으켰던 바로 그 단체로서 지금 이 시각 독도를 침범한 단체와 동일 단체로 추정됩니다!
영상을 통해서 확인된 아군의 피해는 독도경비대원 전원이 전사한 것으로…”
이 대목에서는 차마 경찰청장도 말을 잇지 못했고 참석자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영상을 통해서 경비대 숙소 앞에 나란히 누워있는 죽음들을 목격하였기에 달리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경찰청장의 브리핑으로 재차 삼십삼 명 전원의 전사로 확인되자 지하벙크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가라앉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경찰청장이 메인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현재 공무원 2명과 거주자 2명, 도합 4명의 민간인이 생포된 상태입니다,
일명 흑군파로 불리는 저들의 사상자는 사망 삼십칠 명으로 추정되고 생존자는 영상을 통하여 확인된 십삼 명입니다!”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 주변을 닦고 있던 대통령의 표정도 벌겋게 상기되었다.
안경을 다시 쓰면서 손에 쥔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경찰청장! 지금의 상황은 우리의 경찰력으로 대응할 수준을 넘어선 것 같은데”
아직 대통령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경찰청장의 눈에서 불쑥 핏대가 솟아올랐다.
부동자세로 선채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절규하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즉시 경찰특공대를 출동시켜서 극악무도한 살인자들을 제압하고 경찰의 명예를 걸고 독도를 다시 탈환하겠습니다!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이때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재로서는 일본의 다음 행보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즉시 군을 투입하여 신속하게 평정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서 일본의 오판을 막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미 결심은 섰다는 듯 국방부장관을 바라보며 단호한 어투로 명령했다.
“장관! 지금 즉시 독도까지 군 병력을 보낼 수 있는 가장 신속한 방안을 찾아보세요!”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국방부장관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비상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대로 대답했다.
“대통령님! 포항 해병대 제1사단에 배치된 공격용 헬기 마리온으로 병력을 급파하면 한 시간 반이면 독도에서의 작전이 가능합니다,
독도의 지형사정상 우리 해병대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병력의 규모는 5개 분 대 사십 명 가량입니다,
병력을 수송할 마리온 다섯 대는 지금 현재 출동 대기 중에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지체할 것 없습니다,
지금 즉시 마리온의 출동을 명령해서 흑군파 무리들을 완전히 소탕하세요!”
대통령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지자 국방부장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민첩하게 바로 옆방의 지하벙크 통신실로 이동하여 대기하고 있던 해병대 사령관에게 추상같은 대통령의 명령을 하달했다.
“사령관! 지금 이 시각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마리온을 출동시키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중으로는 독도를 탈환해야 합니다!”
전화기를 잡은 장관의 오른손이 가볍게 떨렸다.
전화기를 얼마나 꽉 쥐었으면 수화기를 내려놓던 오른손이 제대로 펴지지 않을 정도로 경직되었다.
오전 일곱 시 삼십 분,
드디어 대기하던 마리온 다섯 대가 포항에서 출격을 개시했다.
아직 옅은 안개로 인하여 시야가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편대장인 유 소령은 이 정도의 안개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제일 먼저 치고 나갔다.
앞으로 한 시간 반을 이런 식으로 날아가야 하는데 유 소령 같은 베테랑 조종사가 길잡이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비행이었다.
눈을 감고서도 독도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
이것은 끝임 없이 반복된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마리온 조종사들만의 특화된 배짱이었다.
국방부장관이 다시 자리에 착석하자 벙크 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쉬기조차 불편한 지경이 되었다.
이때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걸려온 뉴프레지 미국대통령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한국대통령은 내 말을 잘 들으세요!
미국은 독도문제로 한일 간의 무력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독도문제는 우리가 중재를 잘해서 원상으로 되돌려 놓을 테니까 미국을 믿고서 기다려주세요,
한국군의 무력동원은 절대로 안 됩니다!”
미 대통령은 마치 청와대의 지금 상황을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과거에는 CIA가 청와대를 도청하는 일도 있었다지만 현재의 국내 보안 수준으로 볼 때 청와대가 뚫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통령의 머릿속은 빠르게 정리됐다.
‘이것은 일본정부의 농간이 분명하다,
뉴프레지를 내세워서 우리의 대응을 지연시키려는 비열한 술수가 분명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던 대통령을 지켜보던 국가안보실의 최 실장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님! 우리나라의 영토가 유린되었고 국토를 수호하던 독도경비대원 전원이 희생된 국가적인 비상사태입니다!
미국이 개입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일본정부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응당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처럼 미국의 압박이 착착 들어왔다는 것은 처음부터 미일 간에는 사전 조율이 된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흑군파라는 우익단체를 내세워서 일본정부가 기획한 독도침략 전쟁행위로 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