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53)

중국의 역린 7

by 맥도강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한 시 주석이 감히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중국공산당의 결론을 제시하려고 했다.

“자 이렇게 정리합시다,

오늘 조선족 자치주에서 발생한 특이 동향에 대해서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 당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단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이 정도에서 수습하는 게 옳아요,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우리로서도 감당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가 있어요!”


이때 시 주석의 다음 말까지 중단시키며 격정적으로 끼어든 사람은 군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앙군사위원회의 부주석이었다.

그의 입을 통해서 군부의 강경한 태도가 천명되었다.

“방금 주석님의 말씀은 인민해방군의 압록강 진격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만 그것은 불가합니다!”


이 말에 시 주석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리면서 자신의 감정상태를 애써 숨기려는 듯 팔짱을 낀 채 의자를 뒤로 젖혔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방중기간 한국대통령이 보여준 결연한 태도로 볼 때 북미 간의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제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인민해방군이 압록강을 건너게 되었을 때 조선군뿐만 아니라 한국군과도 맞서는 사태를 상정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조선의 핵시설 폐기를 명분으로 연대한 중미연합군과 민족통일을 명분으로 외세와 항전하는 남북연합군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세계인들에게 두 강대국이 남북한의 통일을 방해하는 악당의 모습으로 비칠 수가 있어요,

세계의 여론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전쟁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구도는 우리당의 건국투쟁과도 배치되기 때문에 우리 인민들의 지지를 구하는 문제도 만만치가 않아요”


시 주석이 완강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군부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부주석으로서도 쉽게 물러설 사안이 아니었다.

“미군의 선제공격을 신호로 인민해방군의 진격 준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마당에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주석님의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묵인 하에 조선을 점령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앞으로 또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조선은 역사적으로도 고구려의 잔여고토가 분명하니까 우리 중국이 흡수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동북공정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지 세계의 여론 따위를 걱정하면서 좌고우면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여론 따위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옳습니다!”


이대로 더 방치했다가는 자신의 권위까지도 흔들릴 수 있겠다고 판단한 시 주석의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부주석을 노려보면서 호통 치듯이 말했다.

“지금 날 가르치려는 겁니까?

공산당 중앙상무위원이라는 사람이 자기 조직의 내부 분위기에만 사로잡혀서 국가의 중요 사업을 면밀하게 따져볼 능력이 결여되었다면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상무위원으로서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천삼백여 년 전 저들이 분열되었을 때는 우리가 백제와 고구려까지 정복할 수 있었지만, 저들이 뭉쳐서 대항하자 어렵게 정복한 대동강 이남의 영토를 다시금 내어주었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에겐 감정이 아니라 이성의 힘이 작동하는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향후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전략적 선택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함으로써 과학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요!”


시 주석의 강력한 경고성 발언에 부주석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기롭게 발언하던 방금까지의 풍모는 온데간데없이 시 주석에게 구십 도로 깍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죄…죄송합니다! 잠시 흥분하여 판단력을 잃었었나 봅니다,

차후로는 자중 또 자중하겠습니다!”


즉각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주석의 태도가 흡족했던지 시 주석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으로 자리에 앉을 것을 지시했다.

“그만큼 얼렀으면 됐어요!

이젠 적당히 달래주면서 휴전을 선택하는 것이 옳아요,

때가 좀 더 무르익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서 우리의 사업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암요! 우린 결단코 동북공정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가 아니니 한발 물러서자는 것이에요”


시 주석 아니 시 황제의 방금 이 말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중국공산당의 최종 결론이 되었다.

시 주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함께한 상무위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찻잔을 높이 들었다.

이날 노회한 시 황제를 멈추게 했던 것은 대통합코리아연방의 불길이 중국내부의 다른 소수민족들에게로 번져나갈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자칫 이 위험한 뇌관을 잘못 건드려서 오십오 개의 소수민족들이 분열되는 최악의 사태를 그는 몹시도 두려워했다.


조선족 자치주를 한반도와 단절시키는 문제는 고차원적인 정치문제로서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의 조선족충돌질은 계속될 것이고, 이것은 자칫 구소련의 전철로 나아가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일단 멈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위험한 상항으로 내몰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멈추어야 했다.


이것으로 삼일특공대의 노림수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중국의 역린을 사정없이 비틀게 되면 저들은 필시 발광하게 될 것인데 그 틈새에 저들의 가장 아픈 곳을 쑤셔서 항복을 받아내는 역린 비틀기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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