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배송작전 7
이때 진 경원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간 경태가 순식간에 두 팔을 잡고는 발을 걸어서 앞으로 꼬꾸려뜨렸다.
오른 발목으로 그의 어깨를 짓누르면서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수갑을 바라보며 기수에게 소리쳤다.
“거기 수갑 좀 가져와!”
떨어진 수갑을 재빨리 주워온 기수가 진 경원을 허리 뒤로 수갑 채우면서 그의 허리춤에서 또 다른 수갑을 발견했다.
일어서는 경태에게 진 경원의 허리춤에서 푼 수갑을 던져주며 소리쳤다.
“도랑에 빠진 놈도 수갑 채우고 빨리 떠나자!”
수갑을 받은 경태가 도랑으로 뛰어들어 코피를 흘리면서 의식을 잃은 공 경사의 양손을 허리 뒤로 수갑 채웠다.
그런 뒤 흙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공 경사가 혹여 숨이라도 쉬지 못할까 봐 얼굴을 옆으로 돌려주는 인정을 베푼 후 일어섰다.
경태가 차에 오르자 기수의 오른발은 더블 캡의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아대고 있었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의 온몸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경직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검문소에서는 계속 전화벨이 울려댔다.
하지만 뒤로 양손이 수갑 채워진 진 경원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도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한동안을 이리저리 뒤척이던 진 경원이 간신히 왼쪽으로 누운 후에야 힘겹게 일어섰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어 휘청휘청하는 동작으로 겨우 검문소 문에 어깨를 기댄 진 경원이 창백한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숨을 고른 진 경원이 몸을 뒤로 돌려 수갑 채워진 양손으로 문을 당겼다.
가까스로 검문소 안으로 들어와서는 입으로 전화기를 물어서 바닥에 떨어뜨린 뒤 고함을 질렀다.
“비상! 비상입니다!
검문 불응자에게 당했습니다,
공 경사님이 많이 다쳤습니다!
검문불응자들이 장춘방향 국도로 달아났습니다!”
동이 틀 무렵 박 소장이 급히 파출소로 출근하여 사건현장으로 달려간 이 경사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았다.
“소장님! 공 경사가 의식은 돌아왔습니다만 여기저기를 많이 다쳐서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고요,
그저께 소장님이 잘 관찰해 보라고 했던 한국에서 들어온 그 떨거지들이 아무래도 단순한 자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용달 일을 이제 막 시작하는 자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걸로 봐서는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 자들과 함께 있었던 자들의 신원은 파악됐나?”
“네 장춘시장에 메주콩을 팔러 가는 모녀가 함께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녀가 함께 있었다는 말에 박 소장은 순간 번쩍하면서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이 경사!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 보내 줄 테니까 진 경원한테 보여줘 봐!
같이 있었던 모녀가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겠어!”
박 소장은 자신의 폰에 내장돼 있던 배은하의 여권사진을 이 경사에게 전송한 후 초조하게 그 결과를 기다렸다.
십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걸려온 전화는 이 경사가 아니라 병원으로 후송된 공 경사였다.
“소장님! 늙은 여자와 함께 있던 딸년이 소장님이 보내준 사진 속의 그 여자가 맞습니다,
진 경원 그 멍청한 놈이 잘 모르겠다고 해서 이 경사가 저한테 사진을 보내왔는데요,
이 여자가 틀림없습니다!”
박 소장의 목소리는 이내 흥분상태로 돌변했다.
“공 경사! 틀림없이 사진 속의 그 여자가 맞다는 거지?”
“예 분명합니다! 사진 속의 여자가 틀림없습니다,
뭐 중요한 여자라도 되는 모양이죠,
암만 생각해도 느낌이 이상하다 했어요,
메주콩이나 팔러 다니는 촌년의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마음이 급했던 박 소장은 너스레를 떨어대는 공 경사의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후 다급하게 김일경 공안국장에게 전화했다.
“뭐 배은하라고?
검문소를 벗어난 지는 얼마나 됐어?”
“삼십 분가량 됐습니다,
장춘시장으로 간다고 했으니 아마도 장춘공항으로 빠져나갈 계획인 것 같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지명수배자가 어떻게 공항으로 빠져나갈 수가 있겠나?
국정원과 접선해서 다른 루트를 찾아볼 거야!”
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김 국장이 잠시나마 머뭇거렸던 것은 조선족 자치주가 해체될 경우 십중팔구 조선족 출신들의 자리보전이 어려울 게 뻔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할 방책으로 배은하라는 대어를 오롯이 자신의 공으로 잡아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배은하를 빼돌린 일당이 이미 자치주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커다는 사실이다.
이럴 경우 길림성 공안청의 관할이 되기 때문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었다.
공안청에 보고하지 않고서도 배은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김 국장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장백산천지회의 왕 회장이었다.
길림성 공안청장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던 왕 회장과 이번 기회에 직접 소통하여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공안청장을 패싱 하는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긴 했지만 어차피 '도 아니면 모' 좌고우면 할 시간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왕 회장님!
저는 조선족 자치주의 공안국장 김일경입니다,
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 발생해서 급히 연락드렸습니다!”
“오호 그래요?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라면 혹시?”
“그렇습니다, 오늘 새벽에 드디어 배은하가 저희들의 감시망에 걸려들었습니다,
현재 저희들이 뒤쫓고 있는 중입니다”
“뭐요! 지금 배은하라고 했소?
거기가 어디요? 아니지 아니지!
김 국장이 공안청장을 제치고 내게 직접 연락을 해왔을 때는 나와 직거래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내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요 김 국장?”
“아 아닙니다! 감히 제가 회장님과 거래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저의 이름을 회장님께서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뜻으로…”
“조선족 자치주의 김일경 공안국장이라,
내가 당신 이름을 꼭 기억하겠소!
이번 일만 잘 처리된다면 당신이 길림성의 공안청장이 될 때까지 내가 쭉 뒤를 봐주리다,
자 이제 배은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게 말해줄 수 있겠소?”
김일경 국장으로부터 배은하의 현재 위치를 알아낸 왕 회장은 연길시내에 머무르고 있던 훠치산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왕 회장의 지시를 받고 출동한 훠치산 일행은 지금 국도 방향이 아니라 연길시 소방청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왕 회장의 전화 한 통화로 소방청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예열을 시작했다.
국도검문소를 빠져나간 사십 분의 시간을 보충받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왕 회장은 잘 알고 있었다.
동북 3성 지역에서 왕 회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으니 소방청의 헬기를 이용하는 정도의 일쯤은 그다지 어려운 일에 속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