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05)

일어나라 고구려 3

by 맥도강

주말 내내 기숙실에서 감방 같은 생활을 하느라 기분이 많이 다운된 월요일 아침이다.

기분 탓이었을까? 불현듯 내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팀 연구원들과 티타임을 가지기에 앞서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백두산 야생녹차가 담긴 대나무 통을 꺼냈다.

배 교수가 선물한 백두산 야생녹차를 나 혼자서만 우려먹는다는 것이 어쩐지 옹졸하다는 생각이 들어 백두산의 정기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백두산의 기운이 느껴지는 야생녹차로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을 때 곽 과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윤 팀장! 아마 오후 석간부터는 보도가 되겠습니다만 정 위원장이 깨어났습니다.”

“아 그래요? 의사결정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회복된 건가요?”

“우리 쪽에서도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시 한 주일이 지났다.

이번에도 곽 과장의 요청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파고다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에 만났던 그 나무벤치로 다가갔을 때 곽 과장은 무선 이어폰으로 긴박하게 보고 받으며 지시했다.

“한 명뿐이라고? 나머지 한 명이 더 나타날 때까지 일단 기다려봐. 절대로 놓치면 안 돼!”

저쪽 수양버들 뒤에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을 정체불명 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곽 과장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식은땀은 고사하고 제법 여유까지 부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곽 과장이 미리 준비한 커피와 샌드위치를 내게도 건네며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윤 팀장, 오늘은 저 자를 잡아들여서 취조해 볼 생각입니다.

나머지 놈이 나타나면 곧바로 체포할 겁니다.

중국에서 보내온 우리 쪽 정보에 의하면 삼합회와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삼합회라면 조직폭력배를 말하는 겁니까?”

난 말은 이렇게 하고 있었지만 차마 곽 과장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연변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나를 향해서 다가오는 어떤 위험을 예감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윤 팀장이 궁금해할 만한 저쪽의 최근 소식이 있습니다.”

북쪽의 최신정보라는 말에 일순간 커피를 숭늉 마시듯이 마셔버렸다.

무심결에 커피의 온도를 망각해 버린 것인데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해서 첫 번째로 취한 조치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난 그의 선글라스를 또렷이 쳐다봤고 그의 선글라스 속에 내 얼굴이 통째 들어가 있었다.


“이번에 중국과의 비밀협상에 관계됐던 국방위원회 소속 고위 장성들이 모두 다섯 명으로 밝혀졌는데 정 위원장의 지시로 전원 체포됐습니다.

조만간 있을 즉결심판에 대비하여 모처에 감금 중이라고 합니다.”

즉결심판이라면? 곽 과장은 수양버들 뒤에 숨어있는 정체불명 자를 향해서 오른손으로 방아쇠 당기는 시늉을 했다.

왼손으로는 신문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저쪽에서는 곽 과장이 무슨 행위를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팡 팡 팡! 전원이 총살형에 처해질 것이고, 그들의 식솔들은 모조리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겠죠.”

곽 과장은 또다시 무선 이어폰으로 긴박한 보고를 받았다.

“드디어 한 놈이 더 합류했단 말이지. 그럼 됐어 즉각 체포해!”


곽 과장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십 미터 전방의 수양버들 뒤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 펼쳐졌다.

두 명의 요원이 권총을 겨냥하면서 정체불명 자들을 향해서 한발 한발 다가섰다.

갑자기 벌어진 이 긴박한 상황에서 한가롭기만 하던 공원 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 인솔교사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뛰어가다 넘어지면서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한가롭게 장기를 두던 노인들과 건강보조식품 선전원의 주위에 몰려있던 구경꾼들이 갑자기 발생한 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정문 쪽으로 우르르 도망치고 있다.


그런데 이자들도 그리 호락호락하게는 체포될 수 없다는 듯 서슬이 시퍼런 회칼을 꺼내 들고 저항할 자세를 취했다.

이때 요원중 한 명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다시 어깨춤의 권총집으로 집어넣었다.

권총을 집어넣은 요원은 자신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칼끝을 흔들며 위협하는 자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가벼운 미소를 띤다.

그 순간, 단 일합의 전광석화 같은 앞발차기 한방으로 이 자의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뒤이어서 숨 쉴 틈도 없이 이단옆차기와 몇 차례의 발길질로 완벽하게 제압해 버렸다.

뒷걸음질 치던 또 다른 자는 권총으로 이마의 정면을 겨냥하는 요원의 기세에 눌렸던지 스스로 칼을 내려놓고 투항했다.

여기까지의 장면을 냉철한 표정으로 지켜본 곽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박수를 쳤다.

“수고했어! 독종들 같으니까 취조할 때는 사정들 봐주지 말고, 배후가 누군지? 모두 몇 명이나 국내에 잠입했는지? 신속하게 알아내도록!”

지시를 마친 곽 과장은 이런 상황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평이한 일인 냥 먹다만 샌드위치를 천연덕스럽게도 먹어치웠다.


“그런데 윤 팀장!, 정 위원장 말입니다, 도대체 정 위원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합니까?

“자주성입니다!”

“자주성이라…”

“물론 현대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의심의 여지없는 왕정독재가 분명합니다만 그들이 지향하는 정신적인 뿌리는 분명히 고구려입니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광활한 북방영토를 호령했던 고구려의 기상을 계승하고 있다는 민족적인 자부심!

오늘날의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들의 정신적인 기반인 고구려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그는 내가 하는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웠다.

그러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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