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31)

굿바이 동북공정 3

by 맥도강

같은 시각, 북경에서는 나는 새도 떨어 떨린다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왕 서기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시 주석의 표정만을 살피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허밍친을 사회과학원에 추천한 자가 바로 당신이었지!”

왕 서기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리면서 두 다리마저 심하게 경직되기 시작했다.

“예! 북경대에서 사학을 전공하던 허 교수를 제가 추천한 사실이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 이후의 동북지역 영토문제에 대비하는 차원이었습니다,

변경지역의 역사를 중국적 시각에서 새롭게 정립하자는 허 교수의 주장이 당시에는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짜증 섞인 표정으로 돌변한 시 주석이 왕 서기의 다음 말을 끊었다.

“됐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직접 들어봐야겠어요!”

잠시 후 시 주석의 호출을 받고 달려온 허 원장이 주석 집무실로 들어섰다.


명색이 당의 중앙 상무위원이란 직책도, 사회과학원의 최고 수장이라는 신분도, 현대판 중국 황제 앞에서는 한낱 하찮은 하급관리에 불과했다.

공손하게 양손을 앞으로 모은 왕 서기가 숨소리마저 조심하면서 허 원장의 바로 옆 자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한 후에야 시 주석이 의자를 반대로 돌려 허 원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동안 당신은 동북공정의 이론적 토대와 방향성을 제시해 온 것으로 아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동북공정으로 오늘날 우리 중국이 실질적으로 성취한 성과들에 대해서 설명해 보시오?”

허 원장은 지금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 주석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자신의 고민들을 직설적으로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크나큰 책임을 통감합니다!

삼십 년이 다되도록 투입된 노력에 비해서 나타난 성과가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입니다”


허 원장이 순순히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나섰지만 시 주석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펴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저들이 말하는 장백산정계비의 진실은 대체 무엇이오?

당신 머릿속의 주관을 배제시키고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만 객관적으로 말해보시오?”

허 원장으로서는 시 주석이 진실을 말하라고 했으니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오라총관의 부주의로 발생한 우리 측의 명백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장백산에서 두만강으로 흘러드는 상류의 물줄기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토문강과 압록강의 분수령에 정계비를 설치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목극등의 착각이 저들에게 빌미를 주고 말았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시 주석이 허 원장을 질책하듯이 노려봤다.

“착각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군!

처음부터 잘못을 시인하고 바로 잡았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터!

두만강의 만주식 발음이 토문강이니 어쩌니 하면서 억지소리를 해됐으니 저들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았나 말입니다!

고구려도 마찬가지였어요!

현재의 중국 영토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는 우리의 것이라고 우겨댔지만 그래서 우리가 얻은 실익이 대체 뭐냔 말입니다!

대국이면 대국답게 처음부터 정직하게 나갔어야 했어요,

허원장! 솔직히 말해보시오!

저들에게 천사백 년 전의 고구려를 되돌려준다고 해서 오늘날 우리 중국이 입게 될 손실이 무엇이오?”

“… …”

“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일!

중조변계조약으로 확립된 오늘날의 국경을 지키는 힘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위대한 인민해방군의 총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이오!

처음부터 당신들 같은 학자들에게 국가의 중요사업을 맡기는 것이 아니었어요!”

얼굴에 잔뜩 노기를 띤 시 주석이 이번에는 왕 서기를 노려봤다.

지금 이 시각부로 당신 책임 하에서 추진되던 동북공정의 모든 사업들은 폐기되었소!

꼴도 보기 싫으니 모두들 나가시오!”


쫓겨나듯이 주석실에서 물러나온 허 원장은 광장과 연결된 주석궁의 높다란 계단을 내려오면서 차라리 잘되었다는 듯 의외로 밝은 표정이다.

아직 1월 초의 찬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정면으로 내리쬐는 햇살이 부담스러웠던지 청나라 전통복장에 잘 어울리는 멋진 선글라스를 꺼내 쓰면서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시 황제의 말씀 중에 틀린 말이 없지 않은가!

애당초 역사를 훔친다는 발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국의 수치였어!”


춘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긴급 소집되었다.

시 주석의 결단을 상무위원회라는 강력한 공식기구를 통하여 공표하려는 목적이었다.

시 주석 아니 사실상의 시 황제가 나머지 여섯 명의 상무위원들을 뜨뜻미지근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내린 결정사항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2013년 후진타오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이래 2년 전 실시된 양회에서도 무난히 4연임이 확정되었다.

무려 이십 년간 중국을 철권통치하는 사실상의 황제였기에 상무위원 어느 누구도 시 주석과는 감히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작금의 중조문제를 깊이 고민해 봤어요,

정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우리를 규탄하고 나선 것은 팔십 년의 혈맹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뜻!

혈맹이 하루아침에 적국으로 돌아섰을 때 우리가 입게 될 국가적 손실은 상상이상이 될 것이오,

따라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실리를 선택함으로써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력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오!”

오늘 시 주석이 내리고자 하는 결단에 대하여 다른 상무위원들도 왕 서기의 귀띔으로 대략은 알고 있었다.

골치 아픈 동북공정 문제를 최종적으로 정리해서 통일을 서두르는 한반도와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었다.

시 황제는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하달했다.


“한반도의 통일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우린 싫든 좋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다음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와 이웃하게 되었소,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지금까지 전개했던 필요이상의 신경전을 종식할 때가 된 것 같소,

어차피 우리의 적은 미국일진대 적국과 연합하여 조선을 공격하겠다는 발상은 지금 생각해 봐도 심각한 오류가 분명했소!

고구려의 구토를 회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조선 인민들이 받은 배신감은 최근 정 위원장의 행보를 통해서 충분히 확인되었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긴장한 사람은 중앙군사위의 부주석이었다.

꼼짝없이 책임추궁을 피할 수 없게 된 부주석은 가만히 눈을 감고서 자신의 운명을 점치고 있었다.

물론 심하게 후들거리는 하체를 계속해서 떠는 것 말고는 사실상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양국의 소원했던 관계를 되돌리는 첫 조치로서 우리가 일으켰던 역사전쟁을 중단하고, 저들의 역사를 2002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조치를 취해야겠어요!

남의 역사를 훔친다는 발상은 대국답지 못한 짓이었어요!

고구려를 저들의 역사로 되돌려 준다고 해서 이미 패망한 고구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양국 간의 현재국경은 더욱 튼튼하게 지켜질 테니 말입니다,

동북공정의 폐기와 함께 우리가 취해야 될 두 번째의 조치는 우리의 내부 문제를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오,

조선족은 이제 우리의 보호대상에서 삭제되었소!

따라서 오십오 개의 소수민족 명단에서 제외된 조선족 자치주는 해체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오!”


생각보다도 강경한 시 주석의 조치에 모두는 적잖이 놀라고 있었지만 감히 토시를 달만큼 용감한 신하는 없었다.

딱히 달아야 할 토시도 없었기에 모두는 거저 손뼉 칠 타이밍만 기다릴 뿐이다.

모든 상무위원들이 착한 학생들 마냥 온통 신경을 집중하여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자 시 주석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선족 자치주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도 한족의 이주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야겠어요,

충분한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앞으로 십 년 안에 우리 한족의 비중이 팔십 퍼센트 이상이 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아울러서 중국인으로 동화되기를 거부하는 조선족들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추방될 것이고 조선족 자치주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야 합니다!”


이 말과 함께 갑자기 뜬금없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초조한 심정으로 앉아있던 중앙군사위의 부주석이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그러자 나머지 상무위원들도 일제히 시 주석의 지침에 동의하는 박수를 쳤다.

이 상황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은 단연 부주석이었다.

시 주석이 가상하다는 듯 힐끗 한번 쳐다보자 이때를 기회삼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석님의 말씀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지당합니다!

주석님의 말씀대로 조치함으로써 통일된 한반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부주석이 시 주석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말의 강도를 조절하려는 민첩함을 보이자 눈치 빠른 시 주석이 넉넉한 표정으로 하던 말을 계속하게 배려했다.

이에 자극받은 부주석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돌변했다.

“우리가 저들의 영토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량을 베푼다면 저들의 영토에는 미군도 주둔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번기회에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물러나게끔 조치해야 합니다,

이것을 조건으로 저들과 협상을 벌여서 우리의 실익을 챙겨야 합니다!”

부주석의 이 말에 시 주석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시 주석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던 왕 서기가 재빨리 일어섰다.

“옳습니다! 미국과 한반도는 지금도 전쟁의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반도의 통일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핵을 보유한 한반도의 통일은 일본의 안보상황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용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핵을 보유한 한반도의 통일을 인정해 주고 그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그들은 필시 우리의 요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통일 한반도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 방위동맹 대신 차라리 우리 중국과 군사동맹을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시 황제는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는 신하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지 흡족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때 시 주석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던 총리가 깊은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통일 한반도의 국호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통합코리아에서 큰 대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통합은 남과 북을 상징하겠지만 큰 대자는 조선족 자치주까지를 포함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요,

이 문제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합니다!”

방금 총리의 이 주장은 시 주석에 의해서 큰 공감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주한미군철수 문제와 함께 통일한반도 정부에 요구할 두 가지의 핵심사항이 정리되었다.


이날 중앙상임위원회에서 결의된 사항들은 즉각적으로 시행되어 그동안 추진되던 동북공정의 모든 사업은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아울러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나돌던 조선족 자치주의 해체도 공식적으로 결의되어 길림성 직할의 행정체제로 재편됐다.

이로써 조선족은 중국의 오십오개 소수민족 명단에서도 사라져 조선족이라는 단어는 공식적인 금기어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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