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34)

대고려연방 민주공화국 2

by 맥도강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맞추어서 중국정부의 외교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먼저 북한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지난 연말을 거치면서 북중관계는 완전히 파탄난 상태였다.

북한당국에 의해서 당시 평양주재 중국대사관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이 모두 폐쇄되어 지금까지 복원되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은 정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보여준 결기 넘치는 반중국 퍼포먼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통일한반도를 적대국으로 돌리는 대신 차라리 동북공정을 불가역적으로 포기하는 결단을 선택했다.

지금 중국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결단을 실천하려는 행보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북한의 반응이 문제였다.

춘절연휴를 전후하여 지속적으로 시도된 북한과의 외교관계 복원 노력도 정 위원장의 격노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중국 외교부장의 청와대 예방이 내일로 예정된 가운데 민 대통령이 모처럼만에 윤 비서관과 티타임을 가졌다.

“대통령님! 정 위원장에게 제대로 한방을 얻어맞은 중국이 조급하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코리아연방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교통정리를 시도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통일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교통정리를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시급한 의제라면 통일한반도와의 외교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문제가 될 텐데요”

“그렇습니다! 미중 간의 치열한 경쟁 모드에서 통일한반도를 저들의 우군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그 어떤 의제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될 테니까요”

“그러자면 우리에게 먼저 당근을 제시해야 될 것인데 그 당근이 궁금해지는군요?

우리를 만족시킬만한 당근이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대통령님! 삼일팀에서는 동북공정의 완전한 폐기를 조심스럽게 전망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 위원장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저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동북공정의 완전한 폐기 말고도 선물 보따리를 하나 더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예상해 보았단 말이지요?”

“아마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정도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정 위원장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음 그럴듯하군요, 그 정도면 우리로서도 고려해 볼 만한 수준은 될 것 같군요”


다음날 저녁, 중국 외교부장의 예방을 받은 대통령은 외교부장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어제 오후 윤 비서관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저희 주석께서는 통일 한반도의 앞날을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미래에도 양국이 선린우호의 형제 관계로서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외교부장이 전한 시 주석의 인사말에 대통령이 여유롭게 대꾸했다.

“형제의 관계요? 당연히 형님은 귀국이 되겠군요?

아직도 우리나라를 아우의 나라로 생각하신다면 그런 형태의 형제관계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아우의 작은 집까지 탐하는 탐욕스러운 형보다는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공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세월 대국의 외교수장으로 군림해 온 사람답게 제법 여유를 부리며 시작하던 외교부장의 표정이 일순간 경직되면서 일그러졌다.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자세를 가다듬으며 마음을 추스렸다.

“저희 주석께서는 2002년 이후 전개된 우리나라의 동북공정으로 인하여 귀국의 역사를 잘못 해석한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시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 국경 안에서 전개되었던 고구려를 비롯한 귀국의 모든 역사를 2002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국의 외교수장이 동북공정의 완전한 폐기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대통령은 전혀 놀라지 않는 표정이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지어 보이던 대통령이 외교부장에게 다시 되물었다.

“그 말은 앞으로는 동북공정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외교부장이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네, 동북공정은 이제 불가역적으로 폐기되었습니다!”


대통령의 반응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관련 사항들을 더욱 단단히 해두겠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이 문제는 중국정부의 명시적인 선언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아울러서 중국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도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하여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한 중국 동북지역에 남아있는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 조작 행위도 2002년 이전으로 복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생각보다도 강경한 대통령의 태도에 외교부장이 또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랜 관록의 노련한 외교관이었지만 의도적으로 경직된 표정을 푸는 것조차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중국 영토 안에서 전개되었던 과거 한민족의 모든 역사는 한 치의 왜곡도 없이 다시 정직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북지역의 역사적 현장들을 사실에 근거하여 원형의 상태로 복원되는 여러 조치들도 함께 병행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장백산정계비에 대한 입장입니다,

주석께서는 당시 압록강과 두만강의 최상류 물줄기를 오인한 오라총관 목극등의 실수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셨습니다,

물론 양국 간의 국경문제는 1964년 체결된 중조변계조약에 의해서 완전히 종결되었다고 말씀하시면서,

통일 한반도가 현재의 국경을 존중한다면 중국도 통일 한반도를 지지하고 돕는 여러 조치들을 병행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이 대목에서는 외교부장의 표정과 목소리의 톤이 상기되었다. 다분히 의도된 행위로 보였다.

“추호라도 다시금 양국 간의 국경분쟁을 야기하겠다면 단호하게 대응하시겠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음으로써 더 이상의 시빗거리를 남기지 않겠다는 중국의 태도는 나름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경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더 이상의 시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저들의 단호한 의지를 전하고자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대통령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던지 몇 마디를 더 보태고서야 직성이 풀렸다.

“이제 와서 두만강과 토문강이 다른 강임을 인정하시겠다고요?

백두산정계비가 설치되고 삼백 년이 지나고서야 담당 관리의 실수였다고 말씀하시니 참으로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조중변계조약은 그동안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조약이었습니다,

비밀스럽게 체결된 조약에 대해서는 국제법상으로도 대통합코리아연방이 그 조약을 승계할 의무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던가요?”


외교부장이 또다시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이 오른손을 들어 제지시키며 하던 말을 중단하지 않았다.

“논쟁으로 밤을 지새울 수는 없으니 이 문제는 이 정도로 종결짓고 부장님이 동의하신다면 다음 의제로 넘어갔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어차피 외교부장도 다음의 중요 의제를 미루어 두고 있었기 때문에 역사문제는 이 정도에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좀 손해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지 억지스러운 미소까지 띠면서 대통령의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 무진 애쓰고 있었다.

“우리 남북한은 평화적인 통일에 합의했고 곧 대통합 코리아연방의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개별적인 UN가입 상태를 철회하고 대통합 코리아연방이라는 단일 국호로 UN 재가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귀국의 협조를 바랍니다!”


드디어 한국대통령이 아쉬운 소리를 한다고 판단한 외교부장이 어느새 여유로운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오른손의 검지를 천장을 향해서 반듯하게 세우면서 말했다.

“그 안건과 함께 다루어야 할 중요 의제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외교부장이 무슨 대단한 이야기라도 하겠다는 듯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 안건은 대단히 예민한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중국은 통일한반도의 출범에 즈음하여서 또 한 가지의 통 큰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통일 한반도의 핵무기보유국 지위도 함께 인정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자리를 함께한 외교장관과 안보실장조차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놀라고 있었지만 대통령은 다음 말을 기다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바짝 기세가 오른 외교부장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오른손가락 두 개를 턱까지 들어 올렸다.

“다만 두 가지의 조건이 있습니다!”

대통령도 심하게 갈증을 느꼈던지 탁자 위에 놓여있던 물 컵을 반쯤이나 비우고서야 갈증을 해소했다.


외교부장이 오른손 검지를 다시 들어 올리며 마치 명령하듯이 말했다.

“하나는! 통일 한반도의 국호로 거론되는 대통합코리아에서 큰 대자를 삭제하는 것이고”

대통령의 얼굴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지만 외교부장은 멈추지 않았다.

오른손가락의 중지까지 합세하여 손가락 두 개를 자신의 얼굴 앞으로 치켜세웠다.


“둘째는! 이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조선이라는 적대세력이 사라졌으니 한반도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합니다!”

바짝 기세가 오른 외교부장은 마치 약소국의 대통령에게 훈계라도 하듯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미국은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적성국입니다!

만일 통일 한반도가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지속하겠다면 우리 중국은 통일 한반도를 미국과 같은 적성국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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