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36)

대고려연방 민주공화국 4

by 맥도강

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은 즉각 백악관으로 보고되었다.

백악관에서 긴급 소집된 국가안보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국방부장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중국군과의 대치전선을 일본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 팽팽하게 유지 돼오던 미중 간 전력의 균형이 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안정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유지를 위해서도 결단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현 수준에서의 주한 미군 기지는 반드시 사수되어야 합니다!”

새로 교체된 신임 국방부장관마저 자신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오자 심기가 불편해진 뉴프레지 대통령이 대뜸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 말은 한국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기라도 하잔 말입니까!”


이때 벽 쪽의 보조의자에 앉은 채 콧수염을 어루만지던 튼볼 보좌관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사에 돈으로만 미국의 손익을 평가하던 뉴프레지의 장사꾼 기질을 튼볼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통일된 한반도는 이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싫든 좋든 우리가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이제 일본정도는 우습게 여길 정도로 강력한 국방력을 자랑할 텐데 문제는 이들이 일본과는 대단히 감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또 그들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 외교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이제 그들 국가의 이익에 따라서 여차하면 미한일 삼각 방위동맹을 깨뜨리고 중국과 안보동맹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말을 들었다면 중국이 쾌재를 부르겠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일본의 방위조차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싫든 좋든 통일된 한반도를 우리의 안보 동맹으로 계속 묶어두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한미군의 현재 위치는 고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선을 넘어 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핵을 보유한 채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을 막지 못한 우리의 잘못인데 지금 우리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습니다!”


양손을 부르르 떨면서 힘겹게 화를 참고 있던 뉴프레지 대통령이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튼볼 보좌관을 쏘아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때 크리스마스 폭죽놀이를 끝까지 하자고 그랬던 것이야! 튼볼!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야! 우리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말이야!

우리더러 임대료를 내기 싫으면 철수하라고 하잖아!

저들은 한 푼도 내지 않을 테니 우리더러 임대료를 대신 내어 놓으라고?

그런 미친 소리를 듣고서도 우리 군대를 그대로 놔두자고!

하긴 한국에서 못 받은 만큼 일본에서 몇 배로 더 받아내면 되겠지만 말이야!”

뜬금없이 내어밷은 뉴프레지의 진담 반 농담 반 같은 말에 심각하던 회의장에서 갑자기 폭소가 터져 나왔다.


뉴프레지 대통령은 종종 심각한 회의 중에도 폭소를 유도하는 남다른 제주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한바탕의 폭소 뒤 잠자코 듣고만 있던 부통령이 나섰다.

평소 뉴프레지 대통령이 격정적으로 떠들 때는 자신의 말을 자제하면서 신중하게 처신하던 부통령이었다.

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사안인지라 논쟁에 직접 뛰어들었다.

“핵무기를 고리로 저들과 타협을 시도하는 건 어떨까요?”


부통령의 말을 뉴프레지는 신통치 않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지만 다른 참모들은 해답을 찾았다는 표정으로 귀를 솔깃했다.

“사실상 한반도의 핵무기보유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저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들의 핵무기보유를 우리가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임대료의 지불 없이 주한미군의 주둔비 협상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 뉴프레지 대통령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양손을 어깨까지 쓱 올리는 어처구니 몸짓으로 면박을 준 뒤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우리는 뭐가 됩니까?

부통령의 말은 서로 주지도, 받지도 말고 한반도를 그냥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해 주자는 것인데 그런 멍청한 협상에는 난 결단코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이날 뉴프레지 대통령은 부통령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동맹국의 외교를 하찮은 장사치들의 셈법정도로 치부하는 뉴프레지의 지도력은 이제 백악관 내에서도 그 바닥을 드러냈다.

반면에 정통 엘리트 정치인 출신으로서 합리적인 성품을 지녔던 부통령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물론 시샘 많은 뉴프레지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부통령을 당연히 두고만 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백악관은 뉴프레지 대통령 단 한 사람과 부통령을 비롯한 그 외의 이들로 나뉘어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소리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밑천이 드러나 버린 뉴프레지는 대통령의 권능으로서도 한번 기울어진 대세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뉴프레지 대통령은 결국 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백악관의 무개중심은 완전히 기울어 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 워싱턴에 파견된 우리 협상단으로부터 미국의 수정제안서를 보고받은 청와대는 긴급 NSC회의를 개최하여 논의 끝에 수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북쪽의 반응이었다.


밤 아홉 시를 넘긴 시각, 민 대통령과 정 위원장은 청와대 신청사와 노동당 1호 청사 간 새롭게 구축된 통신망으로 화상회의를 가졌다.

청와대 신청사의 지하벙크에 설치된 영상화면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NSC위원들의 표정은 긴장 반 기대 반의 모습이었다.


“코쟁이들이 급하기는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입니다,

핵무기보유국의 지위까지도 인정해 줄 테니까 주한미군기지를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했다는 말이지요!

흐흐흐 거참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갔습니다”

“저도 위원장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통일의 힘이 이렇게도 크고 위대할진대 그동안 우리 남과 북은 너무나도 오랜 세월을 둘러서 왔습니다”


“암요! 통일의 힘은 위대한 것이지요,

이제 중국으로부터도 우리 민족의 고구려를 온전하게 돌려받았다면서요?

생각해 보십시오! 저 광활한 만주 벌판이 모두 우리 민족의 땅이었습니다,

중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강대한 고구려가 지배했던 우리 땅이었다 이 말입니다!

제깟 놈들이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고구려를 이제 되돌려 받았으니 위대한 광개토대왕의 대고구려를 우리가 다시금 일으켜 세워야 갔지요!

일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코쟁이 놈들보다도 우리 민족은 오히려 땟놈들을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도 코쟁이 놈들은 우리 땅에는 관심이 없지만 땟놈들은 다르단 말입니다,

옛날부터 우리 땅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려 왔던 사실을 우린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위원장님!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세들 간 전력의 균형을 위해서도 우리가 미국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오래전 우리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구한말 우리가 미국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일제의 먹잇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땅에 관심이 많은 중국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미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갔지요!”

“위원장님께서 동의해 주신다면 미국 측의 수정안을 받아들여서 5년 단위의 다년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5년은 너무 길지 않갔습니까?

한 3년 정도가 적당할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저들의 식민지도 아닌데 딱 3년만 공짜로 사용하도록 하고 그다음부터는 다문 얼마라도 임대료를 받아내는 것이 합당하지 않갔습니까?


“3년이라… 생각해 보니 위원장님의 말씀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지를 남의 나라에 임대해 주면서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것은 주권국으로서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가 맞겠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하시죠!

무상사용은 딱 1년만 허용해 주기로 하고 매 3년 단위로 계약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옳으신 생각이십니다!

대통령님의 강단 있는 결단으로 백 년 묵은 체증이 속 시원히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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