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43)

마지막 퍼즐 맞추기 4

by 맥도강

바로 이때였다. 백두산의 기운을 듬뿍 안은 새로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진숙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십년감수한 표정으로 일어난 상윤이 진숙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대고려연방에서 가장 높은 땅 백두산장군봉에서 거행된 이 날의 해돋이 프러포즈는 주변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해돋이 행사가 끝나자 네 사람은 자연스레 천지로 이동하여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세찬바람을 맞으며 백두산의 기운을 맘껏 흡입했다.

상윤이 하늘을 향해서 두 팔을 힘껏 뻗어 올리며 걱정되는 말투로 소리쳤다.

“통일화폐가 발행됐다고 맘 놨다간 낭패가 될 수도 있어!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고 가열차게 밀어붙여야 돼!”

규태도 큰 소리로 소리쳤다.

세찬 바람이 불어 칠 땐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말해봐?”


상윤은 규태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일행들을 다음 코스인 백두산정계비로 인솔해 갔다.

천지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소리 때문에 차분한 대화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정계비 주변도 넘쳐나는 인파들로 붐볐다.

남북대학생탐험대에 의해서 6.4미터의 거대한 백두산정개비가 설치된 이후 백두산을 찾는 이들의 필수 답사 코스가 되었다.


이제 중국 땅을 밟지 않고서도 백두산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자 남쪽사람들은 오히려 금강산이나 백두산을 더 많이 찾았다.

오늘도 인파의 칠할 이상은 남쪽 여섯 개 주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고 한결같이 뿌듯한 표정으로 통일을 실감했다.


산 아래 펼쳐진 거대한 백두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를 경은과 진숙이 발견하고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찬바람을 막아주는 양지바른 언덕배기였는데 자세히 보니 이곳은 낯익은 장소였다.

작년 이맘때 백두산부대가 자신들을 구출해 주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면서 벌러덩 더러 누웠던 바로 그 장소였다.

새록새록 긴박했던 당시의 기억들이 피어나자 모두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감사하고 싶어졌다.


경은이 등산 가방을 열어젖히자 먹을거리가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다.

온갖 종류의 비스킷들이 가지런히 펼쳐졌고 보온 물통에서 따른 따끈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가 잔들에 채워졌다.

상윤이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켠 뒤 천지에서 하려던 이야기를 차분한 음성으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북한군부의 동향에 대한 최신 정보였는데 한마디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북한군의 청년장교로 근무 중인 상윤의 친구들 전언에 따르면 조만간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십 년의 유예기간을 거친다는 미명하에 남북군대의 통폐합조치를 계속 미루다간 대고려연방의 앞날은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구정연휴를 마치자마자 규태는 드디어 인턴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삼일특공대의 정식 연구원으로 발령받았다.

이제 제법 마음의 여유를 회복한 규태는 팀 내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면서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다.

삼일특공대의 월례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던 장 팀장을 규태가 따라나섰다.

규태와 함께 팀장실에 들어선 장 팀장은 원두커피 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응접 소파에 마주 앉았다.

“뭐! 북한군부와 관련된 중요 정보라고?”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규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방정부 안보실에서 5급 사무관으로 근무 중인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요,

인민군장교로 복무 중인 친구들이 많아서 최근 북한군의 동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징병제가 폐지된 이후 북한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서 한마디로 위태위태한 지경이라고 합니다,

사병은 충원이 안 되고 경제사정이 안 좋다 보니까 부사관이나 장교들의 급료조차도 제때 지급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칫 내부반란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라 하고,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친중국 성향의 일부 장성들이 저들 간에 패거리를 지어서 어울려 다니는 모양입니다,

저러다가 군벌집단으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청년장교들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장 팀장은 지금 규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대단히 어렵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십 년의 유예기간까지 두면서 뒤로 미뤄두었던 퍼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파열음의 전조증상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후의 퍼즐로 남겨두었던 두 조각 가운데 그나마 통일화폐의 발행문제는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이 문제였다.

상존하는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봉합만 한채 마냥 방치한다는 것은 상처가 곪아 터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남겨두었던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마저도 끼워 넣어야 할 타이밍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 왠지 모를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사실 장 팀장은 진작부터 이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통일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남북의 군대가 별개로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명분만 있다면 언제라도 다시 갈라설 수 있다.

특히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 늘 불만이 많았던 북한 군부의 일부 세력이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제3단계의 한반도실행계획을 마무리 짓기까지는 어쩌면 대고려연방의 깃발도 한낱 허상에 불과했다.

그래서 삼일특공대는 통일화폐가 발행되기 시작했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아니하고 이 어려운 정책과제를 은밀히 수행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 윤 비서관이 가지고 온 삼일특공대의 정례보고서를 벌써 세 번째 꼼꼼하게 정독하던 민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3월 중순의 청와대 경내는 지난겨울을 이겨낸 초록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생명의 신비를 맘껏 자랑했다.

‘삼일팀은 이제 마지막 퍼즐을 끼워야 될 타이밍이 다가왔다고 했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렇다고 좌고우면 하면서 마냥 시간을 끌다가 자칫 정 위원장조차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몇 차례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민 대통령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기다리던 최 실장이 들어왔다.

윤 비서관의 보고를 받은 후 대통령은 기무사와 국정원을 통해서 관련 정보의 사실여부를 파악하라고 지시했었다.

지금 국가안보실장은 두 기관에서 올라온 정보내용을 취합하여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대통령님의 우려가 맞았습니다,

이 상태대로 더 방치했다가는 통제가 불가능한 군벌집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보고입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양쪽군대의 통합작업을 당장이라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 두 정보기관의 공통된 결론이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이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라서 자칫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큰 혼란에 휩싸일 수가 있어요,

남북 각기 내부적으로 딴소리라도 난다면 크게 어려워집니다”


최 실장이 한걸음 더 앞으로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했다.

“대통령님! 인민군대의 현재 사정을 정 위원장께서도 당연히 파악하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대통령님께서 정 위원장을 독대하셔서 조용히 담판을 지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대통령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말이죠,

연방대통령께도 말씀드리지 말고…”

“그렇습니다, 인민군대 내의 반통일 세력들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합니다!

자칫 실기한다면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대단히 위중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과 정 위원장 두 분께서 따로 만나신다면 주변의 관심을 끌 수도 있으니까 제 생각에는 직통전화로 협의하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대통령은 이내 결심이 섰다는 표정으로 최 실장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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