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51)

꿈틀대는 반통일 세력 2

by 맥도강

이날의 모임 결과는 곧바로 정 위원장에게 소상하게 전달되었다.

평소 박철의 친 중국 사대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일단의 퇴역장성들이 정 위원장을 찾아왔다.

“저희들이 참석해 보니 족히 일백은 더 돼 보이는 숫자에도 놀랐거니와 아직도 총사령관님에 대한 충성심들이 살아있어 한편으로는 마음 든든하기까지 했습니다!”

“맞습니다! 총사령관님께서 죽어라 하면 정말로 죽을 기세들이었습니다! 아주 보기가 좋았더랬습니다!”


아직도 자신에 대한 충성심들이 살아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지만 정 위원장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나 때문에 군복들을 벗게 돼서 섭섭한 마음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나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여전하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긴 한데 말이야,

솔직히 난 마음이 편치가 않아!”


박철의 보위부장 시절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던 곽 사령관이 언제나처럼 경직된 표정으로 정 위원장의 오른편 뒷자리에 멀찍이 앉아 있었다.

정 위원장이 곽 사령관을 돌아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말이야, 박철이 말만 나왔다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못마땅해했었는데 뭐 할 말이 있을 것 아니야?

당신도 보고 왔으니까 뭐든 편하게 한번 말을 해봐?”


오래된 습관인 듯 여전히 경직된 표정을 풀지 않던 곽 사령관이 말문을 열었다.

“총사령관님의 분부를 받잡고 다녀오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모든 것이 박철의 농간으로 보였습니다!”

정 위원장은 짐작이 된다는 듯 특별히 놀라는 표정이 아니다.

“계속해봐?”

“말로는 총사령관님께 충성하는 것처럼 온갖 술수의 말을 다 동원했지만 속셈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정 위원장이 마주 보고 앉아 있던 퇴역장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도 곽 사령관 하고 같은 생각이야?”


정 위원장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림광철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저는 박철이하고 구원이 있어 직접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곽 사령관의 보고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 위원장이 좌중을 돌아보면서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기렇치! 그때 정찰총국에서 박철이를 잡아들였지?

서로 면상을 마주하기가 부담은 되었을 거야,

그래도 시침이 뚝 떼고 한번 갔다 와볼걸 그랬어!”

정 위원장의 재치 있는 입담에 모두는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게 되었다.


림광철이 자세를 가다듬고 앉아서 자신의 의견을 계속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박철을 지원하고 있다면 이미 적잖은 자금들이 흘러 들어갔을 테고 그 돈으로 박철은 무시 못 할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한 처지에 내몰린 자들로선 박철이 찔러주는 뒷돈을 마다하기가 쉽지 않단 말입니다,

이 모두가 따지고 보면 총사령관님의 재가도 받지 않고 박철이 놈을 대사면 명단에 포함시킨 연방정부의 책임이 분명합니다,

당시 강한 톤으로 반대해서라도 바로 잡는 것이 옳았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후회막심입니다”


이때 정 위원장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뵌 습관은 어쩔 수 없었던지 자리를 함께한 이들도 자동적으로 기립하여 정 위원장의 얼굴만 쳐다봤다.

“내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야,

우리 공화국 장성들이 새로운 조국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박철의 충돌 질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단 말이야,

아직 통일의 기반이 다져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부분열이라도 획책하고 다닌다면 고것들을 누가 좋아하겠나 말이야!

대고려연방이 분열되기를 바라는 외세들밖에 더 있갔어? 왜들 그렇게 생각들이 짧아!

아 그리고 오해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때 박철이를 사면명단에 포함시켰던 것은 당시는 인권문제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아주 말들이 많은 시점이었잖아,

연방대통령께서 내게 직접 전화하셔서 아오지 정치범들을 몽땅 거리 석방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하시길래 내가 그렇게 하시라고 했더랬어,

당신들도 오해들은 하지 말라고! 연방대통령께서 내게는 아주 각별하시니까”


다가올 사태를 예감한 사람처럼 정 위원장의 근심은 나날이 커졌지만 현 상황에서 딱히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마땅치 않았다.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 혹여 라도 자신의 메시지가 왜곡된다면 본의 아니게 연방의 분열에 가담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위원장은 가급적 언행을 자중하면서 행보를 최대한 신중히 하고자 했다.

이 모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생의 통일 조국이 굳건하게 뿌리내리게 하려는 정 위원장의 간곡한 배려였다.

하지만 연방의 분열을 획책하려는 세력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도처에 늘려 있었다.


늦은 저녁, 교토의 기온거리는 오늘도 화려한 조명들이 켜지면서 익숙한 어둠을 물리쳤다.

들뜬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 지나가는 손님들을 유혹하기에는 적당한 조명이다.

야사키 회관 2층의 작은 방에서는 다카이 고문이 홀로 정종을 들이키며 4년 전의 시끌벅적했던 그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다케시마 수복을 위한 결전을 앞두고 열린 회합에서 다카이 고문은 전국에서 올라온 간부들을 마주했다.

이 방을 정점으로 연결된 모든 방문들이 활짝 열렸고 참석자들이 다카이 고문을 향해서 외치던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사나이 한 목숨 사쿠라처럼 흩날리는 뜻은 오직 하나!

다케시마의 미소를 위하여!’


이미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다카이 고문이 사케잔을 들어 단번에 털어 넣은 후 술잔을 둔탁하게 내려놓았다.

이때 빈 술잔을 움켜쥔 그의 오른손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다카이 고문과 같은 검정색 기모노를 입은 중년남자가 단정하게 콧수염을 기른 양복차림의 사내를 안내하여 들어왔다.

기모노의 좌측 가슴에 박힌 흰색의 사쿠라문양이 옷의 위엄을 더했다.

다카이 고문은 앉은 자세 그대로 손님을 노려보듯 살피고 있었고 기모노 차림의 사내는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을 인사시켰다.

“다카이 고문님! 신일진회를 대표하여 한국에서 오신 나 선생이십니다!”


구 남한지역의 정계와 재계 학계를 총망라하여 자발적으로 기생하던 토착왜구 세력을 규합하여 신일진회라는 단체를 만든 자가 바로 나 회장이다.

다카이 고문에게 큰 절을 올리면서 충성을 다짐했다.

“나경일입니다, 존경하는 다카이 고문님께 가르침을 받고자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몽매한 저희들을 이끌어주십시오!”


그제야 다카이 고문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면서 사케 주전자를 들자 나 회장이 정중하게 술잔을 받쳐 들었다.

“아베 군한테서 나 회장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잘 듣고 있었어요,

특히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이르기까지 반도인들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정면으로 맞서는 불굴의 용기에 크게 감동받았어요!”


무릎 꿇은 자세에서 예의 바르게 왼쪽으로 살며시 고개를 돌리며 술잔을 단번에 털어 넘긴 나 회장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반도인들의 편견과 불의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자 할 뿐입니다!

일본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반도인들은 아직도 미개한 처지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크나큰 일본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충정의 마음뿐입니다!”


다카이 고문이 흐뭇한 표정으로 아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베군! 앞으로 우리 다케시마수복 결사대는 신일진회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해야 할 것이야,

얼마의 자금이 들어가도 무방하니 나 회장이 원하는 것은 아낌없이 지원하도록!”

다카이 고문의 이 말에 감격한 나 회장이 또다시 구십 도로 엎드려서 감사를 표했다.


이렇듯 다카이 고문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독도전쟁의 패전 이후 신 일본제철 등 태평양전쟁의 전범기업들이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의 후원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독도전쟁에서 참패한 일본은 큰 위기에 빠졌다.

한반도에 패배했다는 일본인들의 좌절감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었고 미국의 보호가 없다면 자력생존조차 불가능한 자신들의 처지를 개탄했다.

이러한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태평양전쟁의 전범기업들이 나서게 되었고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와 같은 극우단체에 전폭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것은 다케시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일본의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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