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58)

잊혀진 독재자의 도발 5

by 맥도강

교토에 위치한 다케시마 수복결사대의 본부사무실은 온종일 걸려오는 우익 인사들의 격려전화에 열 개가 넘는 전화통이 불이 날 지경이다.

다카이 고문이 오랜만에 본부를 찾았고 아베 회장과 함께 차를 들고 있었다.

회장실의 벽면에 부착된 대형 TV화면에서는 NHK에서 반복적으로 내어 보내는 정 위원장의 헌법재판소 방문소식이 방영되고 있었다.

좀처럼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다카이 고문이 모처럼만에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우리의 게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던 것이야, 진정한 승패를 가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군,

역사적으로도 조센징은 단합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족속들이었어!

앞으로 본색을 드러내게 될 정 위원장의 행보가 크게 기대되는군!

통일을 위해서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영웅주의의 객기에 불과했던 것!

이제야 제정신을 찾았으니 다시 자신의 왕국을 회복하려고 들겠지! 그렇지 않은가 아베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전쟁에 패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신의 왕국을 내려놓을 바보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암 그럴 테지! 머지않아서 반도국이 또다시 분단될 때를 노려서 그동안 우리가 미뤄두었던 다케시마의 눈물 작전을 마무리 지어야겠지,

아베군! 이 게임은 말이야,

처음부터 다케시마를 차지하는 나라가 이기는 게임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었어!”

“하이! 명심하겠습니다!

신 일본제철이 앞장서서 후원을 자처하고 있으니 여러 기업들로부터 충분한 정도의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신일진회가 추천하는 반도국의 친일정치인 지원 사업도 더한층 강화하겠습니다!”

“아베군! 아낌없이 지원하여 주게나,

우리에게 협조하는 반도인들의 의식구조는 단순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아직도 그들의 뇌리 속에는 우리가 주입시킨 반도인의 근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네”

지금 이들은 4년 전 독도패전의 치욕을 되씹으며 그날의 패배를 되갚아 주기 위한 사무라이 전사로서의 결기가 드러났다.

다케시마의 눈물을 닦아줄 날을 학수고대하면서…


연방대통령의 관저를 방문한 두 손님이 조촐하게 마련된 술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와 주시니 무겁기만 하던 제 마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자 한잔 받으세요! 윤 소장도 한잔 받으시고!”


연방대통령이 손수 따르는 술잔을 받아 든 윤 소장이 왼쪽으로 자세를 돌려서 한 모금만 들이키고 내려놓았다.

“많이 힘드시죠 이사장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사장이라는 호칭에 연방대통령은 호방하게 웃으면서 윤 소장이 따르는 술잔을 받았다.

“그래 이 사람아! 팔자에도 없는 연방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날 무척이나 힘들게 하는구먼,

애당초 정치에는 나서는 게 아니었는데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를 한다니까”


받아 든 술잔을 단번에 들이켠 민 대통령이 대단히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렇지 않으셨겠습니까?

오늘 얼굴을 뵈니까 마음고생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방대통령님께는 여러모로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연방대통령이 민 대통령이 권하는 술잔을 이번에도 다 비운 후 그간 누구에게도 쉬이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난 정 위원장 그이가 참으로 염려가 됩니다,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그이의 화난 목소리 뒤에 감추어진 근심 어린 눈매를 보았어요,

이 시점에서 정 위원장이 흔들린다면 정말로 큰일입니다!

통일을 위해서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북쪽의 인민들은 그이에게만 매달리고 있어요,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인민들의 호소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었겠습니까!

무려 3대를 이어온 정 씨 가의 왕국이었어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고는 하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아직도 그 이의 말 한마디면 온 나라가 또다시 절단날수가 있어요,

그이에게는 아직도 그만한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이때 민 대통령이 윤 소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삼일특공대의 견해를 보고 드리라는 신호였다.

“사실 저희 팀에서는 정 위원장의 오늘 같은 파격적인 행보를 예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이 생경한 북쪽으로서는 어쩌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 위원장은 북쪽사회의 여기저기로부터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받게 될 것이고 그것을 외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살펴볼 대목은 정 위원장의 스트레스가 가중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해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정 위원장이 제기하는 북쪽사회의 불만들을 방치하다간 어쩌면 미국 남북전쟁 직전기의 모습으로 내몰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무리스럽더라도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위기의 싹을 사전에 잘라내야 합니다!

방법은 다소 거칠었지만 오늘 정 위원장이 제시한 방식대로 조치함으로써 위기의 싹을 잘라야 할 것 같습니다”


연방대통령은 오늘의 참담한 상황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였기에 공감의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정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자?

그래서 뭉게구름이 먹구름으로 뭉쳐지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된다?

도처에 늘려있는 분열주의자들에게 결단코 명분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


술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연방대통령의 표정을 살피던 민 대통령이 살포시 연방대통령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으신 연방대통령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 연방의 팔천만 국민들을 한번 믿어보시죠!”

그제야 연방대통령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반쯤 남은 술잔을 마저 비웠다.

“그렇지요! 실은 나의 생각도 같은 생각입니다,

까짓것 그렇게 합시다! 내가 앞장서서 밀어붙일 테니 민 대통령님과 윤 소장도 많이 도와주세요!

암요! 우리 연방국민들이 나 같은 우매한 늙은이를 분에 넘치는 자리에까지 세운 것은 이런 일을 하라고 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헌법재판소의 존폐문제로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을 때 일본과 중국의 언론들은 연일 호들갑을 떨면서 대고려연방의 분열을 부채질했다.

이것을 신호로 남과 북으로 나뉜 친일세력과 친중세력들도 연방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분열의 불쏘시개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럴 때 국내의 여론은 점차 정 위원장과 연방대통령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본과 중국 언론들의 악의적인 보도내용을 소개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반일 반중 여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연방대통령은 국정자문위원회의 결의사항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정 위원장이 제기했던 헌법재판소의 폐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속 정당이 없었던 대부분의 연방의원들도 연방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국내의 여론마저 연방헌법의 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으로 전개되자 연방의회는 신속하게 헌법개정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사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헌법재판소 아홉 명의 재판관들이 생소한 존재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선출하지 않은 생소한 자들에 의해서 자신들이 선출한 연방의회의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굳이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대의기관 위에 존재하는 옥상 옥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방안을 찾아보자는 개선안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연방의회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법률의 헌법불합치 여부를 따지던 헌법재판소의 주요 기능을 연방의회의 법률제정 시스템을 보완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안에 ‘헌법일치판정위원회’라는 상설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이 상설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헌법 불합치 여부를 심사한 후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입법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심사기한은 최장 30일 이내로 한다고 대못을 박아버렸고, 아홉 명의 판정위원은 기존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이 불시에 헌법재판소를 쳐들어간 사건이 발생하고 딱 이주일이 지났을 때 어쩌면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판결이 될 수도 있는 역사적인 판결이 내려지고 있었다.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시종일관 아무런 표정이 없던 헌법재판소장이 마지막 한 줄을 남겨두고는 의식적으로 두 눈을 껌뻑였다.

생각의 동요를 들키지 않으려 처절하게 애쓰는 모습이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팔천만 국민들의 눈에도 또렷이 보였다.

“따라서 이 사건 위헌법률 심판제청은 재판부 전원일치의 결정으로 기각한다!”


한바탕 온 나라를 뒤집어놓았던 대고려연방 최초의 부동산 사건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정 위원장의 관저 주변은 모처럼만에 평화가 찾아왔다.

북쪽 다섯 개 주 도처에서 몰려들었던 그 많던 민원인들도 대부분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고 대신 그 자리에는 목란 꽃들이 소복이 쌓였다.

정 위원장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하나씩 놓아둔 것인데 어느새 자그마한 동산을 만들고 말았다.

밖으로 나온 정 위원장 내외가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복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부인이 정 위원장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가만히 부인의 어깨를 토닥이던 정 위원장의 얼굴도 벌겋게 상기되었다.


사실 이번에 정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패륜아’라는 국제여론의 조롱까지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소임을 마다할 수 없었던 것은 오직 자신을 믿고서 통일 대장정에 따라나선 북쪽 인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제 허허벌판 무한경쟁지대에 내몰리게 된 인민들이다.

그들을 위해서 정 위원장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집단농장과 국유재산을 골고루 분배하여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친인민적인 따듯한 조치들이 있었기에 90년 가까운 정 씨 일가의 통치행위도 역사적인 합리성을 갖출 수 있었다.

비록 대단히 거친 방식이기는 했지만 북쪽 인민들의 재산권은 이제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정 위원장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그들 내부의 의존현상은 더욱 강화되었으니 앞으로 북쪽 다섯 개 주가 풀어야 할 큰 숙제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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