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삼일특공대 6
두 대통령이 다녀간 다음날부터 정 위원장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마지막 정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나갔다.
림광철 국정자문위원의 책임 하에 북쪽 다섯 개 주 전역에 산재해 있던 어마어마한 숫자의 동상들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대형 크레인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내려진 동상들은 몇 부분으로 절단되어 근방의 건축자재 재활용공장으로 운반되었다.
잘게 분쇄된 석분은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었는데 건축자재로서도 인기가 좋았지만 기념품으로 보관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 위원장이 부인과 진숙 그리고 네 명의 국정자문위원들을 대동하고 평양특별시자치주의 주지사실로 들어섰다.
이 자리에는 북쪽 다섯 개 주와 광개토대왕자치주까지 모두 여섯 명의 주지사가 정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고려연방은 이제 그동안의 역경과 어려움을 물리치고 명실 공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보여준 희생과 결단에 대하여 과거 그를 따랐던 인민들이 가지는 감정은 뜨거운 감동 그 자쳬였다.
정 위원장이 들어서자 북쪽의 삼천만 인민들을 대표한 여섯 명의 주지사들이 정 위원장에게 격한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정 위원장이 몇 차 레나 그만할 것을 주문했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말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박수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정 위원장 내외가 겨우 자리를 정돈하고 앉았을 때 진숙의 능수능란한 지휘로 녹차 잔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찻잔의 세팅이 완료되자 부인이 먼저 해맑은 미소를 띠면서 인사말을 시작한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명차인 백두산야생녹차를 준비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보통의 다른 차들과는 향과 빛깔부터 그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백두산야생녹차의 칭찬행렬이 이어졌다.
“그랬군요! 어쩐지 빛깔과 향이 참으로 곱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옳습니다! 역시 녹차는 백두산 야생에서 채취한 녹차가 최고지요!
다른 차들은 이 특유의 깊은 맛을 따라오질 못한단 말입니다!”
“당연하지요! 대고려연방에서 최고로 우뚝 솟은 장군봉의 기운을 받고 자란 야생녹차란 말입니다!”
“암요! 이 깊은 맛을 따라올 차가 없지요!”
저마다 한 마디씩을 거들면서 백두산예찬론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기도 했지만 특히 정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자신들 가문의 뿌리를 백두산에 두고서 통치기반으로 활용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들의 백두산예찬은 정 위원장 가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이었다.
찻잔을 내려놓던 정 위원장이 다정다감한 표정으로 주지사들을 일일이 바라보며 오늘의 용무를 풀어놓으려 했다.
“내가 오늘 이렇게 여러 지사님들을 보자고 했던 것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특별한 용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요,
지금은 대고려연방의 자랑스러운 국민들이 되었지만 과거 나를 따랐던 삼천만 우리 인민들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챙겨줄 선물이 있어 보자고 했소!”
뜬금없이 정 위원장이 선물을 주겠다고 하자 여섯 명의 주지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독도대첩으로 일본을 통쾌하게 제압한 지도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소,
당시 우리의 핵무력 한방으로 미 항공모함을 줄행랑치게 만들지 않았겠소?”
정 위원장의 이 말에 참석한 주지사들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기렇습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NK차르봄바가 온다고 하면 울던 아이들도 단박에 울음을 그친다고 합니다”
“우리 연방의 핵무력은 세계최고의 핵무력이 분명합니다!
그 위력을 흉내 낼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 나라도 없단 말입니다!”
주변에서 선선히 맞장구를 쳐주자 정 위원장의 유머스런 입담도 멈추질 않았다.
“당시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전쟁배상금을 조금 받아냈었지,
많은 금액도 아니었어 고작 백억 달러 정도?”
이 말에 좌중은 폭소가 터져버렸다.
“맞습니다! 한 오백억 달러는 받아냈어야 했는데 그때는 우리가 좀 봐줬더랬지요!”
“오백억 달러가 뭐야! 최소 천억 달러는 받아냈어야 했는데 우리가 아량을 많이 베풀었던 게지요!”
웬만큼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만면에 넉넉한 미소를 띤 정 위원장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중 절반을 뚝 잘라서 남쪽에서 보내왔기에 후일 요긴하게 사용할 요량으로 조선중앙은행에 맡겨났더랬지,
그런데 이제 그 돈을 집행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당신들을 보자고 했던 거요!”
영문을 모른 채 자리에 앉아 있던 주지사들은 정 위원장의 이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십억 달러라는 거금의 존재도 몰랐거니와 이 시점에서 이 돈을 공개적으로 집행한다는 말에 더욱 놀랐다.
정 위원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던 말을 계속했다.
“당초는 인민들에게 집단농장과 국유기업을 배분할 때 함께 집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더랬지,
그런데 내 안사람 말이 그렇게 되면 인민들의 씀씀이가 헤퍼져서 금방 바닥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인민들에게 가장 요긴한 때를 기다렸던 것인데 당신들도 알다시피 그 후로도 여러 일들이 계속해서 터지지 않았갔어?
그런 이유로 늦어졌는데 그래도 너무 많이 늦지는 않았지?”
정 위원장은 농담까지 섞어가며 태연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돈은 노동당 39호실에서 관리해 온 일종의 통치자금이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던 의제를 지금 정 위원장이 느닷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한편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주지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큰돈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그 어떤 논쟁과 다툼도 허용할 의사가 없었고 이미 그 사용처는 결정된 상태였다.
주지사들에게는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며 평소의 그답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현재를 기준으로 다섯 개 자치주와 광개토대왕자치주로 이전하여 거주하는 인민들까지 포함하여 과거 우리 공화국 출신의 모든 인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시오!
남녀노소를 구분치 말고 한 살 먹은 갓난아이나 백 살 먹은 노인네나 똑같이 공평하게 지급하란 말이오!
단 일시불로 한꺼번에 지급을 하던?
연금형식으로 길게 나누어서 지급을 하던?
고런 것은 주정부와 인민들이 잘 협의해서 원만하게 처리하면 될 문제겠고 그렇게들 처리하면 일들 없갔지!”
대부분의 주지사들은 의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정 위원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평양특별시 주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당초 이 자금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 인민들은 단연코 아무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다면 자금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백이면 백 아무도 몰랐을 게 분명 하단 말입니다,
감히 어느 누가 위원장님의 통치자금에 대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절반도 아니고 몽땅 거리 다 내어 주신다면 앞으로 위원장님 내외분은 또 얼마나 곤란을 겪으시겠습니까?
인민들에게 발표하시기에 앞서 저희들과 좀 더 협의를 진행하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 위원장이 오른손을 가로저으며 단호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그 문제는 그냥 내 뜻대로 하는 걸로 하지!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톡 까놓고 말하갔는데 우리 조선중앙은행의 은행원 일꾼들이 그동안 이자놀이 사업을 제법 잘했더구먼!
생각지도 않은 이자수입이란 게 좀 생기지 않았갔어!
우린 고것만 가지고도 충분하니까 우리 걱정은 안 해도 돼!
지난 시기 나와 인연을 맺었던 우리 인민들에게 내가 정말로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당신들이 뒤처리를 잘 좀 부탁하오!
그래서 우리 인민들의 생활향상에 다문 얼마라도 도움이 된다면 난 고것으로 족하니까…”
말의 끝 부분에서는 정 위원장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검정색 뿔테 안경 속에 가린 정 위원장의 눈가에서도 촉촉한 물기가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