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70)

떴다 삼일특공대 5

by 맥도강

북경의 시 주석 집무실,

조금 전까지의 흥분된 분위기와는 달리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 주석의 이 한마디가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될 예정이다.

“저것은 대고려연방의 국내문제로서 주변국들이 개입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일관되게 대고려연방과의 우의를 유지할 것이며…”


옆자리의 부인이 정 위원장의 왼손을 가만히 감싸는 가운데 정 위원장도 서재의 TV를 통해서 속보 형식으로 방송되는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로하신 연방대통령께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구먼! 이제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되었어!”

떠난다는 정 위원장의 말에 일순간 감정이 복받친 부인의 눈가에서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정 위원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젠 진짜로 통일된 것이 맞지요?

우리나라가 다시는 분열되지 않겠지요?”

부인의 이 말에 정위원장이 화통하게 웃으면서 저만치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럼! 이제 대고려연방은 아무도 못 건드려!

동북아시아의 최강자로 우뚝 일어섰단 말이야!

두고 들 보라고? 앞으로 미국 중국 일본아이들이 쩔쩔매면서 우리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


세계의 여론은 참으로 미묘하게 흘러갔다.

정상적인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참혹한 장면들이 전송됐지만 세계의 여론은 의외로 연방정부에 우호적이었다.

세계의 언론들이 처음부터 광장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의 전개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던 탓이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전송한 기사의 타이틀은 ‘뿌리째 뽑혀버린 대고려연방의 반통일 세력!’이었다.

일본과 중국의 소규모 온라인 매체에서는 연일 연방경찰의 가혹한 진압방식을 비판했지만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은 국내정치적인 문제로 치부하면서 아예 기사로도 다루지 않았다.

주변국들이 각자 알아서 눈치껏 동북아 최강자에 대한 심기외교에 나설 것이라던 정 위원장의 예견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진숙의 보고를 받은 연방대통령은 민 대통령과 함께 또다시 예고도 없이 정 위원장의 관사를 방문했다.

연방대통령이 정 위원장을 보자마자 황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이런 낭패스러운 일이 다 있답디까?

이민을 가신다고요? 재고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겨우 연방이 안정을 되찾아 가는 마당에 그런 황망한 결정을 하셨단 말입니까?”


정 위원장이 편안한 미소를 띠면서 두 대통령을 번갈아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차라리 지금이 적기지요!

내가 떠나야 우리 연방이 더욱 안정을 찾을 겁니다,

보세요? 얼마나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다과상을 준비하여 서재로 들어오던 부인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었다.


부인이 직접 다소곳하게 녹차를 따른 후 최근에 보기 힘든 화사하게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위원장님께서 마음의 결정을 하신 후부터 우리 부부는 정말로 편안해졌습니다,

이제야 정말 살 것 같습니다!

두 분 대통령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내외도 이제부터는 여생을 좀 편안하게 보내고 싶어서 그럽니다”

두 내외의 태도로 볼 때 이미 내려진 결정을 물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간파한 민 대통령이 정 위원장에게 물었다.

“그래 어디로 가시기로 하셨습니까?”

이때 정 위원장의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튀어나왔다.


“쿠바로 가기로 했습니다!”

쿠바로 간다는 정 위원장의 말에 두 대통령이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연방대통령이 다시 물었다.

“방금 쿠바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정 위원장이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쿠바가 맞습니다! 쿠바와는 공화국시절부터 참으로 우의가 돈독했었지요,

우리가 어려울 때, 심지어는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우리를 외면하던 순간까지도 유일하게 의리를 지켜준 나라가 바로 쿠바였습니다,

쿠바의 국가평의회 의장은 최근까지도 내게 연락을 하여와서는 나의 근황을 물어왔더랬습니다,

주석궁 집회문제로 한참 머리가 아플 때는 지나가는 말로 코히마르 해변을 걷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로 초청장을 보내왔지 않았겠습니까?

그것도 코히마르 근처의 작은 섬 하나를 통째 비워놓고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도 좋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안사람이 너무 좋아해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렇게 말한 정 위원장이 부인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미소 짓자 부인이 소녀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급 중학생 시절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정말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위원장님한테 코히마르 해변을 거닐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가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행복합니다!”


행복해하는 부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민 대통령이 이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답답하실 텐데요, 어쩌면 많이 무료하실 겁니다,

섬 생활이란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것도 지구반대편에 위치한 중미대륙의 쿠바라니요!

웬만하면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시지요!”


정 위원장이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령 내가 러시아나 중국 어디쯤으로 간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복잡해지지 않겠습니까?

그 두나라가 좋은 뜻으로 받아줄 리도 만무하겠지만 나로서도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쿠바쯤으로 가야 나라가 조용해질 겁니다,

눈에서 멀어져야 잊히는 것이고 인민들의 마음에서 잊혀야 우리 인민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다시 우중충해지려고 하는데 그냥 두 분께서 편하게 보내주시라요!”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한 민 대통령이 고개를 돌리면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안경을 벗은 후 눈가 주위를 촉촉하게 적신 물기를 닦은 후 살짝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우선 당분간만 그렇게 하시지요!

절대로 길게 머무를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잠깐 여행 가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부인이 씩씩한 말투로 끼어들었다.

“위원장님하고 저는 난생처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시간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쿠바에 도착하면 농사를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신이 납니다!”


부인의 이 말에 정 위원장이 겸양 쩍은 표정으로 호방하게 웃으며 또다시 부인의 오른손을 따듯하게 감쌌다.

“뭐 그러기로 했습니다,

농사짓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참 많이도 어색하시겠지만 사실은 나로서도 기대가 됩니다!”


연방대통령도 더 이상은 만류의 말을 하지 못했다.

“정히 그러시겠다면 한 몇 년 만 계시다가 다시 돌아오시죠,

제가 쿠바의 국가수반께도 따로 연락을 넣어 놓겠습니다,

그리고 딱 한 가지만 더 요청을 드리자면 쿠바로 가실 때 연방정부의 전용비행기를 이용해 주십시오!

그리고 또”


이때 정 위원장이 연로한 연방대통령의 두 손을 감싸며 이번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방대통령님께는 참으로 많이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마음고생을 시켜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썩 편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두 잊어주십시오!

네 까짓것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방전용기를 타고 가지요!”


연방대통령이 다시 정 위원장의 두 손을 감싸면서 살 뜻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원장님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대고려연방은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통일 후 이렇게 빨리 안정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 모두가 위원장님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커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쿠바로 가시더라도 우리 대고려연방의 국정자문위원장 자격으로 가시는 거니까,

우리 연방 대사의 정기적인 방문도 받으시고 연방정부 차원의 제반지원도 꼭 받으셔야 합니다!”


위원장의 전매특허인 듯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대통령도 따라서 함께 일어났다.

정 위원장이 두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면서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쿠바까지 가서 그렇게 번잡스럽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두어 가지 일만 더 처리하게 되면 곧바로 떠날 생각입니다,

아쉽지만 두 분 대통령님들과도 여기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떠나고 싶어서 그러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시거든 쿠바로 꼭 한번 놀러 오십시오!

제가 농사지은 것들로 식사 대접을 하겠습니다!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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