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집 앞마당에는 여러 마리의 들고양이들이 들끓었다.
마당 한 편의 구석에 마련된 거름자리가 저들의 아지터였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매 끼니마다 나오는 음식찌꺼기가 배고픈 들고양이들의 식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나중에는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그것을 먹이 삼아 살아가는 들고양이들이 불어났는데 당시의 고양이들은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먹잇감을 믿고서 들쥐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겁 많고 연약한 동물로 변해갔다.
일정한 영역을 지키면서 저 홀로 살아가는 영역동물의 특성도 잊어버렸는지 군데군데 보금자리가 만들어지고 새끼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한시도 끓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특별한 새끼고양이가 있었다.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닐 텐데 나한테 다가와서는 벌러덩 드러누우며 자신의 배를 드러내놓고 온갖 애교를 부리던 귀여운 고양이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형제들보다는 더 많은 먹이를 얻어먹을 수 있다는 본능에 따른 행위가 아니었나 짐작할 뿐인데 실제로 그 녀석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다른 놈들까지 이 녀석의 행동을 따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농촌기술센터에서 토양 개선을 목적으로 매주 무료로 나누어주던 효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부산물과 혼합하여 천연액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조차도 천연액비의 원료로 활용되었다.
이렇게 되자 딸아이의 원성이 자자했던 냄새나고 파리가 들끓던 마당의 거름자리도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게 되면서 말끔하게 치워졌다.
따지고 보면 배고픈 들고양이들의 무료급식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격이었는데 이후 그 많던 고양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몇 년 동안 우리 집 마당에는 들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랬는데 최근에 농장의 수풀에서 목격한 들고양이는 과거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서 도망치던 거름둥이에서 밥풀이나 주워 먹던 연약한 녀석들과는 포즈부터가 달랐다.
마치 자신이 이 일대를 호령하는 영역의 주인이라도 된다는 듯 걸음걸이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잔뜩 공격적인 자세로 방금 사냥한 까치를 입에 물고서 날 노려보는 폼새가 흡사 살쾡이를 닮아 있었다.
'자연선택'
자연환경에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생태계의 치열한 현상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 것이다.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생존을 위해서 연약한 고양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날 노려보던 녀석이 몇 년 전 자신의 배를 까면서 갖은 애교를 부리던 새끼고양이의 후손일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먼발치서 이 녀석의 사냥하는 장면을 유심히 관찰했다.
살쾡이처럼 조심조심 걸어가면서 수풀 속에 몸을 숨기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몇 미터를 뛰어오르면서 새의 날개를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포동포동 살이 쪄서 닭장 주변을 맘껏 돌아다니던 들쥐들이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놈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런 모습까지 기대하면서 애당초 마당의 거름자리를 치운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의 질서가 건강하게 복원되어 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새삼 자연과 더불어서 살아가는 인간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