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장 기분 좋은 일이 뭐야?’
주변에 방해로 이야기가 끊기기 일쑤였던 전화에 비하면 얼굴을 보며 하는 대화는 배로 즐겁다. 신이 난 물음표 살인마의 질문이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하늘이 만난 거?’
‘듣기 좋은 말만 하네. 어디서 배워왔대!’
사실 연인 사이 사탕발림을 선호하지 않았다. 단순히 기분 좋으라고 억지로 하는, 속은 빈 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심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부담스럽고 괜스레 민망했거든. 그런데 가끔 망설임 없이 튀어나오는 동동이의 사탕발림에는 부끄러움을 깨닫기도 전에 이미 나의 입에 한가득 미소가 걸려있었다. 내 눈치를 살피지 않고 짧은 고민 끝에 툭 던지는 말에 더 신뢰가 갔던 것 같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동동이는 얼굴 한 번 볼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번에도 3개월만 머무를 예정이기에 더더욱 바삐 돌아다녀야 했다. 친구를 만나러 타지에 다녀온 다음 날 나에게 달려온 동동이는 트렁크에서 비닐에 싸여있는 피카츄 인형을 꺼냈다. 게임을 해서 땄는데, 여자 친구 줄 거니까 큰 인형으로 부탁했단다. 어딜 가든 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이렇게 자연스럽게 증명해 버린다. 말과 행동이 항상 같으니 동동이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그저 믿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
충혈된 눈처럼 눈가에 빨간 실이 보이는 피카츄가 한없이 귀여워 보인다. 크기도 품에 꼭 안고 자기 딱 좋다. 어쩌면 콩깍지가 씌어 모든 게 믿음직스럽고 모든 게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