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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구리 Feb 20. 2023

지구에서 여자로 살기 1

미의 기준 때문에

나는 어릴 때 예쁘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는데 그 와중에 이마가 예쁘다는 말은 가끔 들었다. 아마 내 얼굴에서 가장 반듯하고 예쁜 부분이 이마였던 것 같다. 관상에서 이마는 부모, 초년 운을 상징한다고 하던데 내 기억에 초년의 나는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다. 나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고 엄마 아빠가 나를 꽤 사랑한다고 느꼈지만 교우관계가 그닥인데다 외모 콤플렉스도 심하고 언제나 애정결핍 따위가 있었다. 이십 대 때는 도대체 이 애정결핍이 어디서 왔을까를 찾는다고 꽤 애도 써보고 상담도 받고 상담공부도 했지만 결국 소득은 없었다. 결국 끝없이 환승하는 연애로 이십 대를 다 보내고 스스로를 연애 박사라고 여겼던 나는 도피성 결혼으로 결국 폭망하고 말았다. 누가 그러던데 똥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다고, 엄마 주변에 엄친딸들 사이에서 많이 부족했던 나를 두고 우리 엄마는 늘 우리 ㅇㅇ이는 결혼은 제일 잘할 거야!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 주셨었는데 나는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결혼 초장부터 속이 썩어 들어가는 결혼 생활을 했다. 아주 썩어 들어가다 못해 곪아 터지는 결혼생활이었다. 초반엔 남편의 탓이라고 여겼지만 십 년을 살고 나니 이제 누구 탓하기도 어렵게 둘 다 똑같아져 버렸다. 흑백을 가릴 것도 없이 모두 검어졌다고나 할까, 신혼 초에는 적어도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필터가 있었는데, 치열한 결투 속에서 필터는 삭아져 소멸했다. 그 와중에 내 이마의 진가를 깨닫게 되었는데 내가 결혼생활의 고비마다(실은 매일이 고비지만) 엄마 아빠가 항상 나를 이해해 주시고 지지해 주셨다는 점이다. 당장 돌아와! 그딴 놈이랑 살지 말고!!! 이런 건 아니었고, 엄마는 널 믿는다, 너는 참을성이 참 많은 아인데, 니 결정이라면 언제든 엄마 아빠는 너를 지지한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도 엄마는 괜찮다. 세상사람들은 어차피 남들에게 관심이 없어! 그러니 세상사람들 눈치 볼 것 없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고 백세시대라 해도 그건 백세까지 사는 사람들 얘기다. 오늘 행복하렴! 우리 딸 상하지 말고, 이런 말들은 결국은 나로 하여금 다시 내가 기운을 차리고 당장 이 가정을 쫑내지 않을 힘 같은 것을 줬다. 그 단단한 지지가 나를 매일 일으켜 세웠다. 아빠는 엄마에게 절대 좋은 남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가 기억나는 모든 순간에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줬다. 아빠가 훌륭한가 혹은 좋은 사람인가를 막론하고, 아빠가 나를 끝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 자존감이 쥐똥만 하게 오그라들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켰다. 어쩌면 그게 엄마의 말 만큼이 아닐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가 말하는 나에 대한 아빠의 사랑은 절대적이고 거대했다.  누군가의 사랑받는 딸이라는 그 무언가가 나를 단단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남편 하고 많이 싸웠지만 -그래서 남편이 아니라 웬수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부족한 아빠일 수 있지만 너에 대한 애정만큼은 지구 최강이란다. 아빠만큼 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단다. 이게 그 아이에게는 태산처럼 거대한 뒷배가 될 것이기에! 이제 나는 40을 넘어가고 있고 늘 단단하던 아빠에게도 항상 소녀 같던 엄마에게도 시간이 흐른다. 반듯한 내 이마가 언제까지 인생에서 나를 빛나게 해 줄지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엄마아빠가 내 인생에서 빛나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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