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전하는 365일의 지혜 (206)

생활, 사람, 관계

by Sungjin Park

206. 중동 여행에서 배운 인간 이해와 공감


중동을 여행하며 제가 마주한 것은 사람보다 먼저 풍경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해가 기울 때마다 색을 바꾸는 하늘,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겨진 미세한 흔적들.


그 풍경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앞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모래바람이 불면 방향을 바꾸며,

밤이 오면 별 아래에서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여행을 하며 알게 된 것은 삶이란 계획을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귀 기울이며 리듬을 맞추는 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막에서는 불필요한 것이 빠르게 사라집니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에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말도, 행동도, 하루의 일정도 자연스럽게 간결해집니다.


그 단순함 속에서 마음은 오히려 풍성해졌고, 생각은 깊어졌습니다.


중동 여행은 저에게 ‘비움의 감각’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채우려 애쓸수록 무거워지고 내려놓을수록 멀리 갈 수 있다는 역설을

사막은 조용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붙잡고 있는 수많은 걱정과 욕심도

사실은 길을 걷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가끔 마음이 복잡해질 때면

사막의 여백을 떠올립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모든 것을 품고 있던 그 공간처럼,

삶에도 그런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을

중동의 풍경이 말없이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막풍경.jpg

사진: UnsplashGiorgio Parravic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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