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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모래 위에 남았다 사라지는 흔적의 철학
사막을 걷다 보면 발자국이 남는다.
분명히 찍었는데 바람이 한 번 스치면, 흔적은 금세 흐려진다.
조금 뒤에는 내가 지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래는 기억하지 않는다.
이 장면 앞에서 우리는 자주 묻게 된다.
남기지 못할 흔적이라면 왜 걸어왔을까.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면 왜 애써 발을 내디뎠을까.
모래 위의 흔적은 우리 삶을 닮아 있다.
우리가 쌓은 성취도,
하루하루의 수고도,
누군가를 향해 건넨 말 한마디도
시간이라는 바람 앞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사막은 조용히 가르쳐 준다.
흔적의 가치는 남아 있는 시간의 길이에 있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모래에 새겨졌느냐가 아니라,
그 순간 내가 온전히 걸었느냐는 것이라고.
발자국은 사라지지만
그 길을 걸으며 단단해진 발바닥은 남는다.
바람은 흔적을 지우지만
그 바람을 견디며 생긴 내 안의 중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록으로 남지 않아도,
모래 위에 남았다 사라진 그 흔적들은
나를 나답게 만든 조용한 연습이었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모래 위를 걷는다.
결과보다 태도를 남기고,
기억보다 진심을 남기며,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성실하게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모래 위에 남았다 사라지는 흔적이 들려주는
가장 따뜻한 철학이다.
사진: Unsplash의Julius Y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