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전하는 365일의 지혜 (246)

여행, 환경, 삶의 지혜

by Sungjin Park

246. 모래 위에 남았다 사라지는 흔적의 철학


사막을 걷다 보면 발자국이 남는다.


분명히 찍었는데 바람이 한 번 스치면, 흔적은 금세 흐려진다.


조금 뒤에는 내가 지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래는 기억하지 않는다.


이 장면 앞에서 우리는 자주 묻게 된다.


남기지 못할 흔적이라면 왜 걸어왔을까.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면 왜 애써 발을 내디뎠을까.


모래 위의 흔적은 우리 삶을 닮아 있다.


우리가 쌓은 성취도,

하루하루의 수고도,

누군가를 향해 건넨 말 한마디도

시간이라는 바람 앞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사막은 조용히 가르쳐 준다.


흔적의 가치는 남아 있는 시간의 길이에 있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모래에 새겨졌느냐가 아니라,

그 순간 내가 온전히 걸었느냐는 것이라고.


발자국은 사라지지만

그 길을 걸으며 단단해진 발바닥은 남는다.


바람은 흔적을 지우지만

그 바람을 견디며 생긴 내 안의 중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록으로 남지 않아도,

모래 위에 남았다 사라진 그 흔적들은

나를 나답게 만든 조용한 연습이었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모래 위를 걷는다.


결과보다 태도를 남기고,

기억보다 진심을 남기며,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성실하게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모래 위에 남았다 사라지는 흔적이 들려주는

가장 따뜻한 철학이다.


발자욱.jpg

사진: UnsplashJulius Y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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