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난이도 최상 미션
나는 말이지. 중학교 시절부터 머리카락이 귀를 덮은 적이 없어. 유난히 머리에 땀이 많이 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머리카락이 길면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서 참 귀찮아. 그래서 난 미용실에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있지. "반스포츠로 해주시고, 옆머리는 다 쳐주세요." 이런 말도 하기 귀찮아서 그냥 가는 곳만 가. 헤어용품이라고는 접해본 것이 왁스와 샴푸가 전부야. 빗도 필요 없지. 드라이기는 10초 정도 쓰나? 그냥 내가 내 머리칼에서 신경 쓰는 거라고는 탈모뿐인 거야. 그런 내가 말이야. 머리끈을 잡을 줄 알겠어? 꼬리빗으로 가르마를 탈 줄 알겠어? 머리핀 하나 제대로 꽂을 줄 알겠냐고, 응?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아내와 아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나는 이미 씻고 옷 입고 나의 아침식사를 마쳤고 아이의 아침 오트밀도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다. 우리 집 여자들은 늦잠 잔다. 약속한 듯이 동시에 꾸물 꾸물 일어난 엄마와 딸은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서로 헤어진다. 나는 딸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달래 가며 아침을 먹인다. 아이쿠. 어린이집 등원과 출근까지 하려면, 준비까지 10분 남았어. 재빨리 옷을 입히고 엄마의 상태를 확인한다. 아아아아아. 엄마는 이제 옷을 입고 있다. 화장까지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등원까지 마지막 미션, '머리묶기'가 남았는데 말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딸아이의 머리칼은 드라마 추노의 대길이의 그것과 같다.
이젠, 내가 하는 수밖에 없다.
5분 남았다. 나는 빗을 잡고 일단 빗겨 본다. 아빠 닮은 반곱슬 머리에 끼어서 빗이 머리카락을 가로지르지 못한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도구야? 아, 됐고. 그냥 묶어보자. 여동생이나 아내가 했던 것을 잘 기억하면서 하는 거다. 내 수준에 맞는 가장 쉬운 포인트를 찾는다. 좌우로 하나씩 묶는 거다. 우선 오른쪽부터. 고무줄을 끼워서 돌리고 머리카락 빼내고 또 돌리고 빼내고 반복. 나도 하니깐 된다. 어렵지 않아. 자, 이제 왼쪽 머리카락 끼워서 돌리고 머리카락 빼내고 또 돌리고 빼내고 반복. 좌우 하나씩 완성! 머리묶기 별로 어렵지 않더라.
그럴 리가 있나.
앞머리가 아이 눈앞에서 하늘하늘 약 올리듯이 흔들리고 있다. 앞머리까지 모아서 묶어야 하는구나. 그래도 나정도 사람치고 이 정도면 잘했다 싶지만, 이대로 어린이집에 보내면 내가 정말 부끄러울 것 같다. 다시 해보자. 2분 남았다. 땀이 흐른다. 고무줄을 자르고 다시 앞머리부터 정성스레 당겨본다. 오른쪽 묶고, 다시 왼쪽 묶는다. 좋았어, 이번에는 앞머리까지 잘 가져와서 묶었다. 이 정도면 됐어. 예술 점수 고득점은 아니더라도 낙제점은 아니다. 부끄럽지는 않겠어. 마침 준비를 마치고 나온 아내가 급히 말했다.
"어? 잘 묶었네~ 잘했어! 이제 나가자!"
잘 묶기는 개뿔
나중에 키즈노트에 찍힌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나는 좌절했다. 나는 3시 9시를 노리고 묶은 건데, 막상 사진에서 보니깐 2시 8시다. 게다가 바짝 조여 묶지 않아서 이미 고무줄이 많이 밀려 있었다. 너무 부끄러워. 내 아이가 저러고 친구들과 놀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내는 별일 아니라며 잘 묶었다고 했다. 위로할 거면 돈으로 줘요.
큰 상심으로 나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머리 잘 묶는 아빠'가 되기 위하여 만인의 스승인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다.
검색어 : 딸머리 묶는 법
나온 영상 : 하트 묶기, 리본 묶기, 안나 머리, 그물 머리, 디스코 땋기는 또 뭐야?
나는 그냥 유튜브를 닫았다. 내가 지금 익히기에는 너무나도 고레벨의 스킬이었다. 그냥 묶고 묶고 또 묶어본다. 노력아, 배신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