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이익~"
파리행 기차 문이 열렸다. 부모님과 누나와 나는 각자 가방을 둘러매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파리를 향해 가는 두 시간 반 동안 우리 가족은 대화를 나누며 프랑스에 온 지 일주일 만에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프랑스에서의 나의 사제서품식을 준비하고, 첫미사를 봉헌하기까지 우리 가족의 도움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가족을 프랑스에 초대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얻은 3일간의 가족 여행은 그 상상만으로도 달콤했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체력이었다. 일주일 간 사제서품을 준비하고 예식을 치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장소이동을 많이 한 터라 우리 가족 모두 온전한 체력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미리 짜놓은 여행 계획 중에 일부분을 조금 여유 있게 수정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아빠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셨던 '몽상미셸(L'île de Mont Saint Michel) 수도원'을 갔다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이 걸어야 한다는 이유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빠의 아쉬운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 교통편과 시간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하게 된 몽상미셸을 뒤로하고, 나는 파리 내에 있는 장소들을 최대한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첫날 일정은 무리하지 않고 쉬는 게 좋은 것 같았다. 기차가 도착한 곳은 파리 센강 남쪽에 있는 몽파르나스역이었다. 파리에서 공부했던 1년 동안 매주 이용했던 역이라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기분이었다. 역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내가 예약해 놓은 에어비엔비 숙소는 몽파르나스역보다 한참 남쪽에 있는 파리 외곽 쪽 숙소였다. 몽파르나스역에서 나와 다른 호선 지하철로 갈아타려고 구글 지도를 켰다. 그런데 웬걸, 몽파르나스역 사방이 공사 중이었다. 원래는 10분 이내로 걸어갈 수 있는 지하철 입구인데, 공사 때문에 보행자 우회도로가 엄청 꼬여있었다. 게다가 보행자 길 전체가 비포장도로여서 각자 한 손에 큰 캐리어를 들고 있는 우리 가족에겐 불편했다. 캐리어 바퀴 끌리는 소리가 도로 전체를 울리는 듯하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은 많고, 또 7월 초에 내리쬐는 태양은 강렬했다. 지하철 입구에 도착하는데 약 20분이 소요되었다. 또 지하철에는 계단이 왜 이렇게 많은지...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가족 모두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행히도 숙소는 넷이서 지내는데 나쁘지 않았다. 크기도 적당하고 깨끗한 편이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산책도 할 겸,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저녁식사는 와인을 곁들인 간단한 '부댕노아(Boudin noir)'였다. 사실 나는 6년 넘게 프랑스에서 지내고 있지만, 와인을 잘 모른다. 알코올에 약한 아빠를 닮아 자연스레 술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함께한 가족 여행의 첫날에는 꼭 와인 한 잔을 나누고 싶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밤시간을 보내다가 잠들기 전에는 나의 사제서품식 영상을 함께 보고, 저녁기도를 함께 드린 후 잠이 들었다.
그렇게 가족 여행의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눈을 뜬 나는 근처 빵집에 가서 아침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사 오고 둘째 날 일정을 점검했다. 첫 여행지는 '노트르담 성당(Notre-Dame de Paris)'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