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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15)] 파리 가족여행 2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몽마르트르 언덕, 센강

by 고미사

(파리 가족여행 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우리 아침 먹어요"


우리 가족은 크게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모님과 누나는 프랑스에 온 지 약 일주일이 되었지만, 나의 사제서품식 준비를 함께하느라 제대로 쉴 시간이 없었던 바람에 많이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내가 사목 하는 본당으로 이틀 뒤에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파리를 둘러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결국 가장 유명하고 무난한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파리 가족여행은 사은품처럼 주어지는 작은 선물이었다. 우리 가족이 프랑스에 온 목적은 나의 서품미사 참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짧고도 작은 파리 여행 선물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첫째 날 : 노트르담 대성당, 상트 샤펠, 몽마르트르 언덕

바게트와 여러 종류의 빵을 맛보며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본격적으로 외출준비를 했다. 날씨는 맑고 구름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파리 남부 외곽에 숙소를 잡은지라 지하철을 타고 파리 중앙 시내로 이동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3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첫 장소는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2020년 화재 사건의 보수공사로 인해 들어갈 수 없었지만, 겉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성당 주변을 둘러보다 향한 곳은 상트 샤펠(La Sainte Chapelle)이었다. 크고 높은 고딕 성당으로 웅장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매력적인 이곳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느덧 오후가 되어 점심식사를 향해 간 곳은 베트남 쌀국숫집이었다. 프랑스에는 국물요리가 많이 없어 힘들어하실 부모님을 위해 선정한 메뉴였다. 중국, 베트남 사람들이 많은 파리 13구에 평점이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서 파리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아래로는 탁 트인 파리 시내 모습이, 위로는 파란 하늘이 넓게 드리워져 있었다.

첫날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장보고 저녁을 먹고 가족 기도를 바친 후 잠이 들었다.


둘째 날 : 파리외방전교회, 기적의 메달 성당, 루브르 박물관, 센강 유람선

다음날 아침, 전날 하루 종일 걷느라 모두가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움직여야 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향한 곳은 파리 6구에 위치한 파리외방전교회(MEP) 지하 박물관이었다. 파리외방전교회는 한국에 처음으로 천주교 사제를 파견한 프랑스 천주교 선교 사제회이다. 지하 박물관에는 경당과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교사 신부님들의 유해와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19세기 무렵 우리나라에 오셔서 순교하신 10분의 프랑스 신부님, 주교님들의 물품과 기록들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더불어 한국의 103명의 순교 성인분들의 이름도 비석에 한글로 새겨져 있는 것이 감동이었다. 이어서 '기적의 메달 성당'에 들렸다. 마침 프랑스어 미사 시간에 도착해서 미사도 봉헌할 수 있었다. 미사 봉헌 후, 천천히 걸어서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외관 구경만 하는데도 만족스러웠다. 물론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오후 5시 30분이 되어 센강으로 향했다. 센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인 바토 무슈(Bateau Monsieur)를 타기 위해서다.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을 맞으며 햇살 어린 에펠탑을 바라보니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에펠탑이 멋있었다(가까이서 보면 너무 철골 구조물 같기만 해서...).


가족과 함께 센강에서 시간을 보내는 순간을 언제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나는 유람선에서 가족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또 언제 가족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지금 여행하고 있음에 모든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가족여행의 마지막 밤, 우리 가족은 모두 알코올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야기를 하며 밤시간을 보냈다. 사제서품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나의 이야기와 우리 가족 모두의 일상이야기가 맛있게 피어나는 순간이 었다. 그렇게 기쁨의 가족여행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이튿날 오후, 몽파르나스역에서 택시를 타고 샤를드골 공항에 간 부모님과 누나는 바로 한국에 귀국했다. 나는 사목 하던 성당으로 복귀했다.


3일간의 가족 여행, 기쁨의 날들이었다. 이 글을 빌어 우리 사랑하는 부모님, 누나, 그리고 나의 서품식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참석이 어려웠던 매형까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상트 샤펠(La Sainte Chapelle)" 내부 모습
"기적의 메달 성당(Eglise de medaille miraculeuse)" 내부 모습
"바토 무슈(Bateau monsieur)"에 올라탄 사람들
"바토 무슈(Bateau monsieur)"에서 바라본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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