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삶에는 몇 번의 바람과 그 뒤를 잇는 낙하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정리된다. 어떤 바람은 가볍게 스쳤고, 어떤 바람은 무게를 남겼다. 그리고 그 이후의 낙하는 원인보다 감각으로 먼저 기억되었다. 서로를 다르게 만들었던 것이 시간이었는지, 말들이 남긴 흔적이었는지 이제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지나간 뒤에도 남아 있던 어떤 온도 같은 것이 관계의 형태를 대신해 아직까지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관계는 언제나 부재의 방식으로 돌아온다. 비어 있는 자리, 이미 떠난 것의 흔적. 이 자리들을 오래 바라보는 동안 나는 타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드러난 나의 결핍을 천천히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즉흥적으로 빛났던 순간들은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살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 채 언어를 잃은 감정으로 남았다.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았고, 다만, 어그러진 형태로 삶의 뒤편에 눌러앉았다. 우리는 서로의 표면이 아니라 서로의 이면에서 스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닿을 수 없었던 자리에서 한 사람의 순순한 오해와 한 사람의 음울한 확신이 맞부딪혀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 안에서만 관계는 잠시 가까워졌다. 점점 더 흐릿해지는 줄도 모르고.
바람은 계속 흔들렸고, 낙하는 기록처럼 쌓였다. 끝난 줄 알았던 이름들은 이면에 남아 여전히 불려지고, 나는 그 이름들을 통해 과거를 현재를 불러낸다. 고백에 가까운 생각 하나는, 이제야 선명해진다. 어떤 낙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삶은 하나의 추락이 아니라 다른 높이에서 반복되는 여러 번의 낙하에 가깝다는 것.
지금의 나는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 더 오래 머문다. 끝나지 않은 낙하, 완결되지 않은 감정. 그 미완의 상태가 나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아직 여기 머물게 한다.
아직, 한 번의 낙하는 끝나지 않은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