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은 머무르는 일과 끝나지 않는 낙하 사이의 괴리다. 움직이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도 아니고, 떨어지기를 포기한 것도 아닌 상태. 그 중간에서 나는 몸을 세운 채로 흔들린다. 머묾은 종종 오해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 변화를 거부하는 자세로.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머묾은 도망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가장 느린 윤리에 가깝다. 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발을 떼지 않는 일.
그럼에도 낙하는 멈추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움직임은 없지만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무게가 이동하고, 균형은 조금씩 기울어진다. 떨어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이 모순이 나를 가장 오래 흔든다.
너무나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서 이 흔들림은 더 또렷해진다. 차가운 공기는 결심을 단단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모든 생각을 느리게 얼린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살아 있다는 감각보다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닿는다. 그럼에도 이 겨울을 통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희망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작고, 의지라 하기에는 너무 불확실한 감정. 다만, 이 상태로 끝나고 싶지는 않다는 아주 낮은 온도의 욕망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변하고자 하는 마음은 지금의 나에게 전진의 형태로 오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덜 자신을 미워하는 쪽으로, 조금 덜 서두르는 방향으로 섬세하고 아주 미세하게 기운다. 살아가고자 한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크게 말해질 수 없고, 하루를 통과하겠다는 다짐 정도로만 간신히 유지된다.
머무르면서도 완전히 멈추지 않으려 한다, 나는. 떨어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놓아버리지는 않으려 한다, 나는. 이 어긋난 태도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머묾의 윤리란 끝나지 않는 낙하 속에서도 아직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조용히 보호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드러내지 않고, 선언하지 않고, 그저, 얼어붙은 시간 한가운데서 숨을 유지하는 일.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완전히 쓰러지지 않은 채 여기 서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아직은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아주 조심스럽게 허락해 본다. 오늘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