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공기와 조금은 가벼워진 빛 속에서도 몸은 여전히 겨울의 관성에 묶여 있다. 녹아야 할 것들은 천천히 흐르고, 굳어 있던 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형태를 풀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미끄러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거칠고, 더 직접적인 일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론으로 붙잡고 있던 것들이 현실의 무게 앞에서 차례로 부서진다. 그 부서지는 소리를 피하지 않고 듣는다. 생각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그 날카로움은 밖으로 향하기보다 안쪽으로 파고든다. 때때로 스스로를 향해 설명할 수 없는 혐오를 느끼고, 그 감정을 처리하지 못한 채 며칠을 곁에 둔다.
밤이 되면 말하지 못한 것들이 다른 방식으로 올라온다. 꿈속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 외침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깨어나면 그 외침이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몸에 남는다. 삐그덕거리는 흔들림은 점점 더 익숙해진다. 균형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이미 기울어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처럼 느껴진다. 그 위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마모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를 대하는 시선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다시 한번 알아챈다. 누군가에게 들이대지 않았던 기준들을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오랫동안 벌을 주고 있었다. 그 벌은 형식이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지속되었다.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살아왔다는 감각은 사실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여한 자의적인 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해석이 실제의 무게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무게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기까지 걸어왔다.
그 시선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바라본다. 없애려 하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두고 본다. 그 시선이 나를 규정하지 못하도록 아주 천천히. 이것은 다짐이 아니다. 다짐은 이미 여러 번 반복되었고, 대부분 오래가지 않았다.
아직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흔들리며, 여전히 어둡다. 그러나 적어도 이 상태를 더 이상 미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붙잡는다. 삶은 아마, 이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고철처럼 남아 있는 감정들과 버려지지 못한 고통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일에서.
지금 그 안에서 아주 천천히 다시 만지고 있는 중이다. 곁에 있는 끝에 담기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