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손에 닿은 계절

by 나잘스프레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늘 마지막에서 멈추게 하는 것은 누군가의 손이었다. 실재하는 사람이었는지, 이미 지나가버린 기억이었는지 분명하지 않은 손. 그러나 그 끝에 닿아 있던 것은 어쩌면 애정이라는 감정의 잔재였을지도 모른다. 그 관계의 온도 때문에 완전히 놓아버릴 수 없었다.


미쳐버릴 것 같은 낮과 밤의 온도 사이에서 나는 다만 기록하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관찰할 뿐이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기 위해. 지금의 이 기록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직전의 시간을 통과하는 중이다, 나는.


곧 작금의 심연은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이 끝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떤 국면이 닫히고 있다는 예감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그렇다고 마음이 느긋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급해진다. 끝이 보일 때마다 사람은 더 조급해지는 법이니까.


현실은 언제나 불안하다. 그리고 그 불안은 피한다고 사라지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 그것을 마주한다는 사실 자체를 하나의 상태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도망치지 않고 서 있는 일.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끝나게 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삶의 대부분이 그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이제는 이해한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속도가 감당되지 않을 때, 사람은 종종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을 견디기 위해 악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쩌면 나 역시 그 속도 속에서 불안과 악의를 더 짙게 키워왔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적어오다 보니 어느새 또 하나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생각의 반복이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조용히 시절을 넘긴다. 그리고 지금, 겨울은 바람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차갑게 식은 공기 속에서 나는 다시 하루의 시작을 바라본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채, 그러나 멈추지 않은 채로.


아마 심연의 반복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혹은 그 심연을 품어가는 자세를 알아가는 중인 요즘이다. 그 자세가 끝이 아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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