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번져버린 미움을 안고

by 나잘스프레이

평생 미움을 미워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해 오래 축적된 날 선 감각이 이미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 숨어버린 모습을 안은 채, 그것이 나라고 말하지 못하는 삶은 결국 스스로를 소모하는 방식이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나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으로, 혹은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그 숨김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었다.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나 자신을 향한 폭력. 조용히 목을 조르는 손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움을 미워한다는 말은 겉으로는 고결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악의가 숨어 있었다. 한 번도 실수와 실패를 제대로 애도하지 않았고, 대신 그것들을 오래 붙잡은 채 부서지고 있었다. 마치, 끝나지 않는 벌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 벌을 조금씩 내려놓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벌을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용서하지 않으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끊임없이 자책하면 적어도 방심하지는 않을 것이라 착각했다.


이러한 체념과 이어진 믿음은 고요해 보였지만, 식지 않은 분노는 뜨겁게 혹은 차갑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음 깊은 곳 한가운데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끈질긴 의구심과 분노. 밖으로 향하지 못하고 들불처럼 안으로 번져, 하염없이 나를 갉아먹었다. 조금은 분명해진다. 이 모든 태도와 체념은 성숙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악의에서 피어났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스스로를 벌주기 위해 나를 작게 만들고,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 나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의심해 온 시간들. 여전히 나는 음울하다. 분노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분노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저, 기울어진 상태로 바라볼 뿐이다. 조금은 천천히 그러나 눈을 떼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 분노와 악의를 없애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것이 나를 대신해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숨어버린 모습을 끌어내, 빛 아래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그것을 일부로 인정하는 일, 나의.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생이 끝날 때까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적어도 스스로를 미워하는 방식으로 오늘을 지탱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다.


그 생각은 밝지 않다. 다만, 더 깊은 추락을 멈추게 하는 무언의 제동장치처럼 조용히 세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뿐이다.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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