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은빛 바리스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피

by 셀린

최근 복지관이나 문화회관 카페에서 실버 바리스타들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문득 나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취업보다는 창업을 생각하며 작은 공간이 마련된다면 마음 맞은 사람끼리 모여 카페를 오픈해도 좋겠다 싶었다. 다양한 손님들과 소통하며 건강한 삶을 함께 꾸려나가는 장면. 삶의 달고 쓰고 거친 서사가 있는 카페. 멋질 것 같았다. 마침 구청에서 지원하는 경력 단절의 재취업자를 위한 바리스타 자격증반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3개월 과정이라 버거울 것 같았지만 나이도 경력도 생각해보지 않고 무조건 지원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합류하지는 못했다.


마침 거의 같은 시기에 가까운 복지관에서 오픈하는 실버 바리스타 교육과정이 있었다. 재료비만 부담하는 무료과정이라선지 많은 이들이 지원했다. 47명이 지원해서 6명이 합격했다. 무엇이 합격기준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봄엔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헛되지 않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첫 모임에서 우리는 각자 왜 합격했는지 의아하다며 자기소개를 했다. 한 분은 이전에도 강의를 들으셨다는 남자분이었다. 조합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열심히 이 과정을 잘 끝내겠다는 다짐을 내보이며 수업을 들었다.


강사는, 12주 과정이니 자격증을 위한 교육이라기보다는 커피에 대한 기본 이해와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 후에 복지관 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되려면 심화교육과 바리스타 자격반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내겐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바라는 바였다. 오늘 첫 시간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소개와 일차 커피 내리는 실습을 했다. 기계치인 내가 각 부위의 명칭을 잘 익히고 조작을 잘 해낼지 걱정이 되었다. 연습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 걱정을 눌렀다. 탬핑하면서 살짝 흘리기는 했지만 황금빛 크레마(crema)가 잔에 내릴 때는 가벼운 흥분이 일기도 했다. 처음 내려본 에스프레소 커피. 그동안 즐겨 마셨던 카푸치노나 카페라테는 그 이후의 변신이다. 오늘은 그들까지 만날 수는 없었다.


커피는 참 좋아하지만, 아직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시점. 오래전 커피 박물관에서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커피 향을 음미하며 핸드드립을 한번 해 보던 경험이 전부였다. 사실 내가 대학 다닐 때까지 아버지는 지방 도시에서 다방업을 하셨다. 아버지가 직접 커피를 내리고 실내 음악도 준비했다. 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좋아는 하셨는지 묻지도 않았고 이제는 알 수도 없다. 그저 그 커피 향이 좋아 늘 아버지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던 기억만 새롭다. 바리스타. 그때는 바리스타라는 이름이 없었지만 돌아보면 아버지는 키 크고 잘 생긴 그리고 멋진 바리스타였던 것 같다.


커피는 영혼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고 했다. 처음의 이 설렘을 갖고 커피 이론과 다양한 커피 음료 만드는 방법까지 잘 배우고 싶다. 교육을 마치고 난 후에는 자원봉사든 아르바이트든 기회를 찾아 커피를 계속 사랑하고 싶다. 어쩌면 실버들이 운영하는 서사가 있는 젊은 카페를 오픈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진: ChatGPT가 그려준 나의 '꿈꾸는 은빛 바리스타'

매거진의 이전글샐러드 같은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