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같은 아침에

1월 아침 단상

by 셀린

불빛알람에 눈을 뜬다. 시계소리 대신 수경작물기의 불빛 기상시간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째다. 멀티레드, 바타비아, 적소렐의 여린 잎을 따서 양상추와 함께 샐러드를 만든다. 삶은 달걀과 닭가슴살을 얹어 찬찬히 하루를 먹는다. 나이 들수록 자신을 더 잘 대접해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점심은 조금 만찬으로, 저녁은 가볍지만 꼭 세끼를 챙겨 먹는다. 이제는 하는 일이 없으니 두 끼만 먹는다는 친구도 있지만 오래된 세끼 식사 습관은 바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하루를 챙겨 먹는 일은 내게 소중한 일 중 하나다. 우선 거기서 신체적 에너지를 얻으니까.


밖은 아직 많이 차갑지만 볕이 좋은 아침이다. 오랜만에 글방으로 찾아왔다. 몇 달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시간들, 그러나 이제는 그리 조급하지가 않다. 쓰는 날은 써지는 대로 안 써지는 날은 또 그런대로 시간을 보낸다. 잠시동안 단편소설에 도전했지만 그놈의 AI와 ChatGPT 때문에 손을 놓았다. 그들이 나보다 더 좋은 구조로 소설을 만들어내는 기술에 그만 주눅 들고 말았다. 오랫동안 단단한 소설을 써온 작가들에게는 이들의 기술이 도전이 되지 않겠지만 이제 시작하는 나 같은 아마추어에겐 써보겠다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그들보다 더 나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없다면 영혼이 담긴 글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포기한 채 한눈팔기를 많이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는 삶의 명분 같은 것일까,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다시 이 글방에 찾아와 세상과 소통하자고.


오후에는 뇌기증센터에서 연구용 데이터를 위한 PET검사가 있다. 아픈 환자를 위해 오랫동안 병원동행을 하다 보니 눈에 띈 포스터가 있었다. '장기기증', '뇌기증'. 젊은 나이가 아니니 장기기증은 별 의미가 없겠지만, 80세까지는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크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사후 뇌기증은 뇌질환을 연구하고 치료방법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시간내기도 마땅치 않고 절차도 복잡할 것 같아 미루었다. 새해가 되면서 올해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던 사후 뇌기증을 드디어 신청했다. 사전에 뇌질병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PET검사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지 않은 나이에는 노후를 잘 마무리해야 하는 것도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사전에 가족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본인의 뜻을 확실히 해두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말씀보다는 문서로 작성해야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부모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샐러드같이 신선하고 푸른 아침, 좋은 생각을 나누고 좋은 글을 읽고 쓰는 일이 끝까지 멈추지 않는 내 일상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