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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Sep 07. 2023

밥은 굶어도 손톱은 했다?

옛말이 되었다


 요즘 한국 네일아트 사업은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다. 가끔 손톱 손질을 위해 동네 샵에 가면 작지만 예쁘게 차려 혼자 혹은 두 정도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도 많이 발전되어 거의 모두 젤 네일 폴리시로 흐름이 바뀐 것 같다. 올 가을에는 블랙컬러가 유행한다는 뉴스도 있고 시럽네일과 잉크네일, 물결 프렌치와 글리터네일이 유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큰 스파살롱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지만 뉴욕의 스파문화를 따라가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비즈니스를 오픈했을 때부터 "좋은 시절은 다 갔다"라고 말했다. 네일사업은 이제 사양사업이라 했다. 

주위에 샵을 몇 개씩 갖고 있던 사장님들도 한 두 개씩 처분하고 겨우 하나 유지하기도 힘든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막차를 탄 것일까?

 미국 시장은 2000년부터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다 2004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미국 경제 내 금융위기로 인해 하락세를 탔지만 네일 샵 마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다. 

 

  뉴욕의 네일사업은 한국인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손재주가 좋은 한국인들에게는 잘 맞은 비즈니스였다. 한 때는 네일 비즈니스의 60% 이상을 한국인이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는 네일살롱이나 종업원이나 한국인들은 감소하는 추세다. 그 자리를 중국인, 베트남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철저한 위생 관념과 손기술 평판을 이들이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네일 사업이 호황일 때는 히스패닉계 사람들과 흑인들이 "밥은 굶어도 손톱은 한다", "아이들 수업 물품은 못 챙겨도 발톱은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 백화점이나 대형 마켓에서 가을 학기를 위한 <백 투 더 스쿨> 이벤트를 할 때는 엄마들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일 년에 한 번하는 빅 세일기간에도 모두들 일 년 치 샤핑을 하느라 손톱손질 순서가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샵도 잘 될 때가 있었다. 리셉션데스크까지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방방거리다 보면 발바닥에서 불이 날 정도였다. 어떤 때는 번호표를 나눠주며 기다리게도 했다. 특히 파티철인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오면 샵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는 이들도 청소와 음식준비 등 집안일을 며칠씩 하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을 끝내놓고 샵에 와서 피로를 풀고 손톱을 단장하는 문화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그렇게 호황도 잠시 누려보았다. 2008년 9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에 해당하는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뉴욕의 경제도 저물어갔다. 그때 우리는 스위스 여행 중이었고, '이렇게 일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하고 만불 정도만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운 때이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도 긴축 계획을 세워야 했다. 


 사실 네일 비즈니스는 계절 비즈니스다. 부활절을 시작으로 붐비다가 노동절을 끝으로 매출이 점차 줄어들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때는 잠깐 바빠지기도 했지만, 폭설과 혹한이 심한 겨울 시즌에는 종업원들도 휴가를 보내고 영업시간도 줄여야 했다. 종업원들은 핸드폰으로, 우리는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즐길 것이 없는 그 시절, 동네도서관에서 소설과 철학, 인문학과 예술서적까지 다양한 책을 빌려 읽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우습지만 어쩌면 그때가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네일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해야 다른 소상공 사업도 함께 성장한다. 네일 살롱이 바빠지면 종업원들의 회식자리도 많아져 자연히 음식점과 노래방 매출도 올라갔다. 선물권이나 쿠폰을 만들어주는 인쇄소와 유니폼 가게,  재료와 이를 공급하는 회사, 신문광고 등 많은 부분이 윤기 있게 흘러갔다. 수요가 많아지면 새로운 네일살롱도 많이 생겨나 디자인 일과 설비, 기구 등은 물론이고 새로운 노동인력도 계속 증가됐다. 성수기인 여름이 오기 전 삼월부터는 종업원 확보를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히스패닉계 서류미비자들에 대한 심문이 많아지던 때에는 한 명의 종업원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소규모 네일살롱들은 문을 닫기 시작하고 대형 스파 살롱으로 가는 추세가 생겨났다. 부유한 지역에 규모가 큰 살롱을 지으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일 비즈니스도 유행을 미리 읽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투자금이 별로 없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선택지가 더 많이 열려있다는 엄연한 현실, 어느 사회나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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