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요리를 할 힘이 없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연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나면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귀찮고, 장을 보러 나가는 건 더더욱 귀찮다. 그럴 때 스마트폰을 열어 몇 번의 터치만 하면 맛있는 음식이 도착하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15분 만에 따끈한 국밥이 도착하고, 설거지할 필요도 없이 일회용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으면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동안 배달비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그냥 한 끼당 2~3천 원 정도 더 내는 건데, 이게 그렇게 큰 차이가 나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5천 원씩 추가 지출한다고 치면 한 달이면 15만 원, 1년이면 180만 원이다. 그 돈이면 해외여행을 한 번 다녀올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배달음식을 시키면 꼭 추가 반찬이나 사이드 메뉴를 더 시키게 되고,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식비는 예상보다 훨씬 커졌다.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뿐만이 아니라 건강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배달음식은 대부분 자극적인 맛이 강하다. MSG, 나트륨, 과도한 기름 사용 등으로 인해 계속 먹다 보면 점점 더 짠 음식, 더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된다. 배달음식을 자주 먹다 보니 집밥이 싱겁게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간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나빠지고 체중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요리를 아예 하지 않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배달비 없는 한 달' 챌린지를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너무 불편했다. 평소 요리를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어떤 재료를 사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장을 보면서도 '이걸 사서 내가 요리를 할까?' 하는 의심이 들었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부엌에 서 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재료를 손질하는 것도 점점 빨라졌고,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다.
배달을 안 하니 자연스럽게 음식 조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식재료를 더욱 알뜰하게 사용하게 됐다. 남은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면서 요리 실력도 늘어났다. 집에서 만든 음식은 배달음식보다 훨씬 건강했다. 기름도 적게 사용하고, 내가 원하는 재료만 넣을 수 있으니 더욱 믿음이 갔다. 게다가 한 끼를 먹고 남은 음식은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식비 절약 효과도 컸다.
배달을 줄이면서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은, 요리를 직접 하면 음식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배달음식은 그저 돈을 주고 사 먹는 음식이지만,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은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요리를 하면서 '내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잘 돌보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물론 배달음식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바쁜 날이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혹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 배달음식은 여전히 훌륭한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습관이 되고, 무의식적으로 매번 배달앱을 켜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만 시켜 먹는 습관'이었다. 정말 바쁘거나 요리할 시간이 없을 때만 배달을 이용하고, 평소에는 가능한 한 직접 해 먹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배달음식은 내게 있어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작은 사치가 되었다. 여전히 가끔씩 시켜 먹지만, 매번 습관적으로 앱을 열던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만든 따뜻한 음식을 먹을 때의 뿌듯함은 그 어떤 배달음식도 줄 수 없는 기분 좋은 만족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