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씨는 최근 한 대기업 면접을 봤다. 면접이 끝나갈 무렵, 면접관이 건넨 한 잔의 물. 별생각 없이 마셨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행동 자체가 평가 대상이었다.
물을 마시느냐, 거절하느냐, 마신다면 어떻게 마시느냐—이 모든 것이 그의 태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것. 그는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 혹시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물 테스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채용 시장에서는 지원자의 사소한 행동을 통해 인성과 조직 적합성을 판단하려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물 테스트’다. 이는 면접관이 면접 중 물을 제공하거나, 책상 위에 물컵을 두고 지원자가 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관찰하는 비공식적인 평가 기법이다.
이 테스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공개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 면접관은 “면접 중 물을 권했을 때 지원자가 보이는 반응이 그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편안함, 태도, 사회적 센스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물을 자연스럽게 마시는 지원자 → 긴장하지 않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남
▶물을 거절하는 지원자 → 경계심이 높거나 지나치게 조심스러움
▶물을 급하게 마시는 지원자 → 조급하거나 불안한 성향
▶면접 후 컵을 치우는 지원자 → 책임감과 배려심이 있는 인재
일부 면접관들은 이 방법이 지원자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찰하는 데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테스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평가 기준
물을 마시는 방식이 인성과 직무 역량을 결정짓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한 지원자는 "면접장에서 물을 마시면 립스틱 자국이 남을까 봐 사양할 것"이라며, 이런 테스트가 특정 성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사정이 고려되지 않는 평가
긴장하면 손이 떨려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면접에 집중하느라 물을 마시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성격적 결함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원자들에게 불필요한 심리적 부담
면접은 본래도 긴장되는 자리다. 그런데 이제는 물 한 잔을 어떻게 대하는지까지 신경 써야 한다면, 지원자들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지원자는 "이런 함정을 파는 직장은 오히려 피하고 싶다"며, 회사의 문화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은 단순한 스펙보다 조직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컬처핏(Culture Fit) 면접’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지원자의 역량뿐만 아니라 조직과의 조화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컬처핏 면접 방식으로는 ‘커피 컵 테스트’가 있다. 호주의 한 기업 대표는 면접이 끝난 후 지원자가 자신이 사용한 커피잔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찰했다. 컵을 직접 치우는 지원자는 배려심이 있고 주도적인 태도를 가진 인재로 평가되었으며,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채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테스트는 지원자의 기본적인 태도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비공식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물을 권유받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면접관이 물을 건네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받는 것이 좋다. 이는 면접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마시는 속도와 방식에 신경 쓰기
물을 급하게 마시거나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것보다는, 대화 중간중간 적당한 타이밍에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이는 침착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
▶면접이 끝난 후 컵을 정리하는 센스 발휘하기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사용한 컵을 어떻게 할지 한 번 더 고민해 보자. “이 컵은 어디에 두면 될까요?”라고 묻거나 직접 반납하는 행동은 세심함과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면접관이 이런 ‘심리 게임’까지 벌여야 하는 이유가 뭘까? 정말 좋은 인재를 찾고 싶다면, 사소한 행동을 감시하기보다는 지원자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 테스트’나 ‘커피 컵 테스트’ 같은 평가 방식은 흥미롭지만, 면접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자의 실력과 조직과의 조화로운 적응력이다.
그러니 면접에서 물 한 잔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데 집중하자. 본인의 경험과 가치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합격을 결정짓는 진짜 ‘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