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한 17세 소년이 평생을 함께해 온 ‘기생 쌍둥이(parasitic twin)’로부터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그의 배에는 또 다른 신체 일부가 붙어 있었고, 이는 단순한 결절이 아닌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조직이었다. 희귀한 의학적 사례로 기록될 이 수술은 의료진의 정교한 접근과 소년의 용기가 만들어낸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기생 쌍둥이, 극히 드문 선천적 기형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정상적인 신체 외에도 두 개의 다리와 골반, 외부 생식기가 추가로 형성된 채 성장했다. 단순한 종양이 아닌, 신경과 혈관이 연결된 ‘기생 쌍둥이’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한 선천적 기형으로, 쌍둥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성장 형태다.
기생 쌍둥이의 발생 원인은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된다.
첫 번째는 ‘분열 이론(fission theory)’으로, 수정란이 완전히 나뉘지 못하고 일부가 남아 한쪽 배아에 기생하는 형태로 발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융합 이론(fusion theory)’으로, 원래 개별적으로 성장하던 두 개의 배아가 특정 시점에 결합하면서 한쪽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다른 한쪽은 불완전한 형태로 남는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형은 대부분 출생 후에야 진단되며, 경우에 따라 산전 초음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년이 겪은 일상 속 어려움
기생 쌍둥이로 인해 소년은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잠을 잘 때 추가된 신체 부위가 거추장스러워 자세를 잡기 어려웠으며, 기생 조직이 온도 변화와 통증을 인식할 수 있어 더욱 괴로움을 호소했다. 의학적으로 ‘기생’하는 조직은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지만, 신경이 연결되어 있다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소년이 통증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했다.
소년과 가족들은 오랜 고민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기생 쌍둥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성장한 아이가 추가적인 신체 조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합병증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았다.
고난도의 수술, 생명을 건 도전
의료진은 지난 1월 소년을 병원에서 면밀히 검사한 후, 신체 조직의 구조와 혈관 연결 상태를 분석했다. 검사 결과, 기생 쌍둥이는 소년의 가슴뼈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주요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러한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는 기존의 의료 문헌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웠고, 의료진은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수술 계획을 세워야 했다.
2월 8일, 인도의 델리에 위치한 올 인디아 의과대학(AIIMS)에서 2시간 30분에 걸쳐 고난도의 제거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혈관 결찰(Vessel Ligation): 기생 쌍둥이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출혈 위험을 최소화했다.
조직 분리: 신경과 근육, 혈관을 정교하게 분리하여 기생 쌍둥이를 완전히 제거했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아수리 크리슈나 교수는 “소년의 주요 장기와 신체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의료진이 과다출혈 및 생명 위협 가능성 때문에 수술을 권하지 않았던 점을 언급하며, 철저한 준비와 팀워크가 이번 성공의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수술 후 소년은 4일간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퇴원했으며, 현재 빠르게 회복 중이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 기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기생 쌍둥이 제거 수술은 단순한 외과적 시술을 넘어, 환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대한 수술이다. 이번 성공적인 사례는 향후 유사한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의 도전과 소년의 용기가 만들어낸 이 기적은, 앞으로도 희귀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