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20달러 시대, 내연기관과 전기차 유지비 격차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본격화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이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어요. 전쟁 전 70달러 안팎이던 유가가 불과 2주 만에 77%나 급등한 셈이죠.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900원대에 진입했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2,000원을 넘기는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역시 갤런당 4.29달러(리터당 약 1,660원)까지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기름값 부담이 커지자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유지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유럽의 환경 단체 교통과환경(T&E)이 내놓은 분석이 시선을 끄는데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가솔린차의 100km 주행 비용은 14.2유로(약 2만 800원)로, 전쟁 전보다 3.8유로(약 5,600원)가 뛴다고 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전기차는 6.5유로(약 9,500원)로, 추가 부담은 0.7유로(약 1,000원)에 그친다고 하니, 내연기관 운전자가 떠안는 추가 비용이 전기차 운전자의 다섯 배에 이르는 구조인 거죠.
물론 연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전기차만이 있는 건 아니에요. LPG 차량은 같은 거리를 달려도 휘발유 대비 연료비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유가 변동에 따른 충격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용 차량에서는 이 격차가 더 극명하게 나타나는데요. 가솔린 업무용 차량의 월 추가 비용은 89유로(약 13만 원)인 반면, 전기 업무용 차량은 16유로(약 2만 3,000원)에 머물러요. 석유 가격에 직결되는 휘발유와 달리, 전기 요금은 변동 폭 자체가 작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거죠.
미국에서도 이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에드먼즈 집계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후 일주일간 전기차 검색량이 20% 늘었고,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에 대한 관심 비중이 22.4%까지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란 전쟁발 유가 급등이 단순히 주유비 인상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은 전체 에너지 수요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그 화석연료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 같은 지정학적 병목 지점을 경유해 들어오거든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이 구조의 취약성은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연합(EU) 집계에 따르면 역내 800만 대의 전기차가 지난해 약 4,600만 배럴의 석유 수입을 대체하며 29억 유로(약 4조 2,000억 원)를 절감했다고 해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동화와 재생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 대한 노출을 줄여준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번 유가 충격은 단지 기름값이 비싸졌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석유에 묶인 에너지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일상의 비용으로 전가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거죠. 전기차 전환이 개인의 지갑 사정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이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성격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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