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5부제 묶인 봄, 전기차만 웃는 씁쓸한 이유

3월 드라이브 시즌, 전기차 판매량 하이브리드 첫 역전

by CarCar로트

3월, 벚꽃 시즌이 시작되면서 주말 드라이브 수요가 연중 최고치를 찍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올해 봄은 하이브리드차 오너들에게 유독 씁쓸한데요.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정부가 꺼내든 승용차 5부제 카드에서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과 동일한 규제 대상으로 묶였기 때문입니다. 연비를 믿고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던 운전자 입장에서는 ‘친환경차 아니었나’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어요.


반면 전기차와 수소차는 5부제 적용에서 완전히 빠졌습니다. 25일부터 전국 공공기관 대상으로 시행되는 이 제도는 민간에는 자율 참여를 원칙으로 두되, 원유 수급 단계가 ‘경계’로 격상되면 강제 적용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화물차주와 자영업자의 생계 부담을 고려해 민간 의무화는 유보됐지만, 확대 시행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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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는 왜 5부제 적용을 피하지 못했을까요? 정부의 판단 근거는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 엔진을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전기모터가 보조할 뿐 화석연료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5부제의 목적이 원유 소비 절감에 있는 만큼, 휘발유나 경유를 태우는 모든 차량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죠.


문제는 소비자 인식과의 괴리입니다. 지난해까지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판매량의 두 배를 넘기며 ‘합리적 친환경차’로 자리매김해왔거든요. 연비 혜택과 충전 인프라 걱정 없는 편의성이 맞물린 결과였는데, 그 선택이 운행 제한이라는 불이익으로 돌아온 셈이니 하이브리드 오너들의 박탈감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월-드라이브-피크인데-하이브리드-2.jpg 스포티지 쉐도우 매트 그레이 (MGG) X-Line [사진 = 기아차]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은 이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1~2월 전기차 판매량은 4만 14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5.6%나 뛰었어요. 특히 2월만 놓고 보면 전기차 신규 등록이 3만 5766대를 기록하며, 하이브리드(2만 9112대)를 6600대 이상 앞질렀습니다. 지난해까지 하이브리드가 두 배 가까이 앞서던 시장에서 벌어진 역전극이라 더욱 주목할 만하죠.



3월-드라이브-피크인데-하이브리드-3.jpg EV3 충전 포트. 용건영 촬영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

브랜드별 흐름도 뚜렷한데요. 기아는 2월 전기차 판매 1만 4488대로 월간 1만 대 벽을 처음 넘었고, 테슬라도 7869대를 팔아 전년 대비 254% 성장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9956대를 기록하며 1만 대 문턱에 바짝 다가섰고요. KG모빌리티의 무쏘 EV(842대), 르노코리아 세닉(357대)까지 중견 브랜드들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입니다.



3월-드라이브-피크인데-하이브리드-4.jpg 현대 코나 EV 일렉트릭 전기차 충전

전기차 판매 급증의 이면에는 보조금과 제조사 할인이 겹치며 생긴 가격 역전 현상이 있습니다. 기아 EV5의 실구매가가 3000만 원 후반에서 4000만 원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죠. 중저가 전기 SUV 경쟁은 국내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있어요.


아이오닉 5·EV6 실구매가의 절반 수준을 목표로 내세운 신규 전기 SUV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스펙을 공개했거든요. 구매 가격이 엇비슷하다면 충전 비용이 월등히 낮은 전기차 쪽으로 저울이 기우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도 이 흐름에 기름을 부었어요. 케이카(K-Car)에 따르면 이란 긴장 직후 2주간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직전 대비 40.8% 늘었습니다. 이는 전체 중고차 판매 증가율 28.3%를 크게 웃도는 수치예요. 엔카닷컴 분석에서도 전기차 조회 비중이 2월 초 9.3%에서 3월 초 11.0%까지 올라갔어요. 기름값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반등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월-드라이브-피크인데-하이브리드-5.jpg 넥쏘 수소 충전 [사진 = 현대차]

5부제가 공공기관에 머무는 동안에는 체감도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돼 민간까지 확대되는 순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수소차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대차 넥쏘는 2월에만 467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449.4%라는 이례적 성장률을 찍었어요. 아직 절대 규모는 작지만, 5부제 면제 대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린 결과로 읽힙니다. 결국 올봄은 단순한 계절의 시작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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