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다 건강 해치는 이유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저탄수화물 식단이 오히려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탄수화물 부족, 대장암과 연결될 수 있다?
3월 8일(현지시간)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이 저탄수화물 식단이 장내 미생물과 결합해 대장암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일반식 ▲서구화된 식단(고지방·고당) ▲저탄수·저섬유 식단을 제공한 뒤, 특정 장내 세균을 주입하여 대장 건강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저탄수·저섬유 식단을 섭취한 쥐의 대장에서 용종(폴립) 발생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대장균(Escherichia coli)의 특정 균주와 저탄수화물 식단이 결합할 경우,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왜 저탄수화물 식단이 문제일까?
연구진은 저탄수화물 식단이 장내 점막을 얇게 만들어 미생물과 독소의 영향을 쉽게 받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장균이 생성하는 '콜리박틴(colibactin)'이라는 독소가 장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하여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 쥐들은 9주간 특정 식단을 섭취한 후 용종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16주 후에는 종양이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같은 환경은 대장암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경고했다.
섬유질이 대장암 예방의 핵심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섬유질 섭취가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식단에 수용성 섬유질(이눌린, 펙틴, 베타글루칸 등)을 추가했을 때, 종양 형성이 감소하고 장내 염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수용성 섬유질은 장내에서 짧은 사슬지방산(SCFA)을 생성하여 장점막을 보호하고,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의 조언, "균형 잡힌 식단이 필수적"
미국 UT헬스 휴스턴의 대장·직장외과 교수 마리안 쿠식(Marianne Cusick)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저탄수화물 식단과 대장암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메모리얼케어 토드 암 연구소의 닐레쉬 보라(Nilesh Vora) 박사 역시 "장내 미생물과 대장암 간의 연관성을 밝히려는 연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확실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당신의 다이어트, 점검해 보세요!
저탄수화물 식단이 단기적으로는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장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보다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 통곡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대장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욱 중요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신의 식단을 점검해 보는 것이, 건강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